사양에 변경이 좀 있어서...!!! 정리 다시합니당

샘플은 수량조사글을 참조해 주세요 :3


통판은 제 사정상 진행이 어려워 없을 계획이며, 선입금 기준으로 50부 인쇄 계획입니다. 




Mass Effect AU, 무비 스팁토니

A5, 150p 즈음, 날개, 무광 부분uv코팅

가격 15,000

R-19 (신분증 검사 필수)


SF게임인 Mass Effect 의 세계관에서 스티브와 토니가 다투기도 하고 연애도 하는 내용입니다. 해피엔딩.


선입금 폼 : https://docs.google.com/forms/d/1BJ5eSmiGd3axX4fksn_hZaoaarnK7Q1Ysxck1sIGNy0/viewform?usp=send_form

by 치우타 2015. 11. 8. 03:58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마감일정이 너무 타이트해서 수량조사가 늦어져 부럿습니다.. 엉엉 껑껑

그래도 책은 나옵니다! 하기 수량조사 폼에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가격 : 17000~18000 예상

 * 표지사양 uv부분코팅 예정

 

 

 

<샘플>

 

 

 

 

 

by 치우타 2015. 11. 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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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일을 마치고 타워로 돌아오던 스티브는 문득 바닥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 두어 장에 시선을 두었다. 그러고보니 요즘 아직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한껏 시샘을 내긴 해도 아침 저녁으로는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벌써 계절이 바뀔 때가 온 건가. 거리를 따라 늘어선 가로수들이 붉게 물드는 광경을 상상하며 그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어서 와, 스티브. 일은 잘 끝냈어?"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네. 자네가 도와준 덕분이야."

 

 막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가운 한 장 차림에 커피를 마시려던 토니가 손사래를 쳤다. 당신의 인품이 그렇게 만든 거지. 촉촉하게 젖은 검은 머리를 따라 물방울이 톡, 하니 어깨에 떨어진다. 스티브는 한숨 반 웃음 반을 섞어 뱉으며 마른 수건을 손에 들었다.

 

 "또 머리를 다 말리지 않고 나왔군. 감기 걸리겠어."

 "아. 고마워."

 

 토니가 머그잔을 내려놓는것과 거의 동시에, 마른 수건을 든 스티브가 조심스레 머리의 물기를 털기 시작했다. 사실 당신이 그렇게 한 마디 하고는 머리를 말려주는 게 좋아서 자꾸 잊어버린다고 하면 화내려나. 토니는 보이지 않게 입꼬리를 올리며 얌전히 스티브의 손길을 받았다. 전투에 익숙한 투박하고 커다란 손이 머리를 도닥여오는 느낌은 늘 새롭고, 달콤했다. 가끔은 너무 어린애처럼 굴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지만 평소에 빈틈을 보이지 않는 토니가 아주 가끔씩 연인이라는 미명 하에 슬몃 기대오는 것을 스티브는 꽤 좋아하는 모양이었다(주변의 평가에 의하면).

 

 "토니."

 "...음?"

 "저건 뭔가? 못 보던 건데."

 

 기분 좋은 고양이처럼 그릉거리기 시작한 토니의 목덜미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수건을 내려놓은 스티브가 침대 머리맡을 가리켰다. 심플한 디자인의 작은 테이블 위에, 장미 모양의 장식 같은 것이 있었다.

 

 "아, 저거. 수가 준 거야. 요즘 나나 당신이나 피곤해 보인다면서. 숙면에 도움이 된대."

 "자네가 그런 걸 순순히 받아오다니. 조금 놀라운데."

 "그야 지난 사흘 정도 리드를 장기 대여했더니.. 안 받으면 맞을 것 같았거든."

 

 토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과장된 제스쳐를 취해 보였고 스티브는 못 말린다는 듯이 픽 웃었다. 당신도 얼른 씻고 와. 토니의 낮은 속삭임에 스티브는 정말 번개같이 샤워를 하고 뛰쳐나왔다(그런 것도 캡틴의 자질인가? 토니가 농담했다). 입술이 맞닿고, 손가락이 얽히고, 이내 방 불이 소리도 없이 꺼졌다.

 

 

 "스티브!"

 "...어.. 음? 토니?"

 "멍하니 서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데이트 신청한 건 당신이었잖아."

 

 스티브는 가만히 서서 눈을 깜박였다. 방금 전에 토니랑 잠에 든 것 같았는데, 아닌가? 그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인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쇼윈도에 진열된 스카프와 코트. 그리고 토니.

 

 "자네 옷이..."

 "이거? 평소처럼 입으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눈에 띄니까.. 이상한가?"

 

 토니는 평범한 검은색의 티에 품이 넉넉한 후드를 걸치고 있었다. 청바지에 운동화라는 완벽한 캐주얼 차림이었다. 평소에 늘 입고 있던 정장을 벗으니 조금은 더 앳된 분위기가 풍겼다. 거리를 무심히 지나는 아가씨들 몇몇과 남자들이 힐끔거리며 토니 쪽을 돌아보는 걸 본 스티브는 왠지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아주 잘 어울리네. 귀여워."

 "뭐?"

 "칭찬이니까 인상은 쓰지 말게."

 "남자에게 귀엽다는 건 매력없다는 거랑 거의 동급이라고, 스티브."

 "토니."

 

 달래듯 이름을 부르자 토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당신은 오늘도 잘생겼군. 약간 아저씨 같긴 하지만. 목소리에는 심통이 담겨 있었으나 그런 주제에 더없이 진지해서 스티브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금방 마음이 풀어진 두 사람은 사이 좋게 거리의 사람들 속에 녹아 들었다.

 

 "어디 갈까? 당신이 정해봐."

 "내가 말인가?"

 "신청한 건 당신이니까 우선권이 있지."

 "그럼.. 센트럴 파크."

 

 스티브는 말을 꺼내놓은 다음에야 아차 하는 마음에 토니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토니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흔쾌히 승낙했다. 좋아, 이 시간이면 딱 좋군. 가자고. 그런 다음 덥석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어벤져스 멤버들 앞에서야 일부러 과시 겸 괴롭힘(?)용으로 스킨쉽을 과장되게 해올 때도 있었지만, 밖에서는 스티브의 이미지라던지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서 최소한의 접촉만을 하곤 했었다. 이런 백주 대낮의 뉴욕 거리에서 깍지 낀 손이라니. 기쁜 마음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는 했으나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기에 차마 말은 못하고 스티브는 토니의 옆얼굴을 흘끔 넘겨보았다. 거기엔 불안이나 두려움이 아닌, 순수한 애정과 즐거움이 반짝이고 있었다.

 

 "스티브?"

 "아무것도 아닐세. 가지."

 

 스티브는 행여나 놓칠 세라 깍지 낀 손을 더욱 세게 마주잡았다. 꽉 잡힌 손이 제법 아플 법한데도 토니는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오, 이건 좀 장관이네."

 

 토니가 감탄하며 발을 앞으로 딛었다.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스티브도 약간 입을 벌린 채 눈앞의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센트럴 파크 안쪽의 산책로에는 제각기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의 그림처럼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토니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근처에 떨어져 있던 낙엽을 슬슬 주워모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넋을 놓고 있던 스티브의 머리 위로 흩뿌렸다.

 

 "토니."

 "하하, 잘 어울리는데. 당신 파란 자켓이랑, 이 낙엽들. 그림 같아."

 "자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는 것이 스티브의 지론이었다. 물론 거기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 경우엔 토니가 먼저 도발해온 것이므로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스티브 역시 예쁘게 모인 낙엽을 모아 토니에게 뿌려 주었다. 두 사람은 십대 어린애들마냥 낄낄거리며 한동안 그렇게 낙엽을 서로 주고받았다. 어느 순간 스티브가 토니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았고, 토니가 얌전히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면서 귀여운 낙엽 전쟁은 끝이 났다.

 

 "스티브."

 "왜 부르나."

 "행복해?"

 "더할나위없이, 무척."

 

 토니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됐어. 솔직하고 애정어린 그 표정에 스티브 또한 이끌리듯이 환하게 웃었다. 낙엽이 바람에 춤추듯 휘날렸다.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자 토니가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속삭였다.

 

 "꿈이야, 스티브. 이제 일어나야지."

 

 

 스티브는 눈을 번쩍 떴다. 여전히 방 안은 어두웠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다 꿈이었나. 아쉬운 감정이 마음 한 구석을 덮는 것을 느끼며 그는 손을 뻗어 품 안의 토니를 확인했다. 작은 움직임에도 쉬이 잠을 깰 정도로 예민한 그가 거의 미동도 없이 숨소리만 내면서 쿨쿨 자고 있었다. 수의 선물이 효과를 본 모양이군. 스티브는 살그머니 토니를 좀 더 끌어당겨 안았다. 으음, 하는 소리를 작게 내면서도 토니는 깨지 않았다.

 

 센트럴 파크에서의 데이트는 비록 꿈이었지만, 곧 가을이 오고 나뭇잎이 물들어 낙엽이 지면 다시 한 번 데이트를 신청할 것이다. 후드를 입은 토니의 손을 잡을 수 없다고 해도 좋다. 함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스티브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래, 가을이 오면.

 

 

*놜님의 그림을 보고 충동적으로 연성한 글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예쁘고 포근한 두 사람이 좋아요.

 +허락받고 놜님 그림을 모셔왔습니다!!!! (_noirnoir) 

 

by 치우타 2015. 9. 9. 17:12

[독점 공개] ‘알콩달콩세기의 히어로 커플과 만나다

    치우타 기자

 

*편의상 두 히어로는 간단히 이름으로만 표기하였습니다.

 

 지난 23, 본 기자는 세기의 히어로 커플인 캡틴 아메리카-아이언맨의 하루를 독점 취재하기 위해 찾아갔다. 외부인을 들이지 않는 어벤져스 최상층은 무척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홀의 소파에 앉아 두 사람을 기다리는데 주위가 조용했다. 약속 시간은 823일 오전 10.

나는 정확하게 950분에 도착한 참이었고 취재 내용은 어제 다시 한 번 확인을 받아낸 상태였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생각하는 동안 갑자기 어디선가 사람의 말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니, 저 안쪽에서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로 토니가 잠이 덜 깼는지 뭐라 웅얼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그림자처럼 역시 살짝 까치집을 지은 금발 머리의 스티브가 따르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수첩에 속기를 시작했다. 거의 홀에 가까워진 두 사람은 나를 발견했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경실색했다.

 

토니 : 으악! 뭐야! 누구야!

스티브 : 어떻게 여길 들어온 거지?

: , 월간 스토니에서 나온 기자에요. 어제 전화 드렸던...

토니는 여전히 뜨악한 표정이었지만 그제야 스티브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취재 건이 잠시 잊혀져있던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어제 뉴욕엔 사건이 있었던 참이었다(타이밍 한번 끝내주기는).

 

스티브 : 미안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겠습니까? 토니, 빨리 씻고 나오자.

토니 : 월간 스토니?

스티브 : 당신이 수락한 독점 취재 있잖아.

토니 : .. 기억났어. 오케이.

: 천천히 하세요. 많이 피곤하시죠?

토니 : 죽을 것 같아. 어제 이 양반이-

 

 다음 순간 스티브는 날렵하게 토니를 옆구리에 끼고 다시 방 안으로 사라졌다. 뭔가 좋은 취재거리를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평소처럼 말끔해진 두 사람은 어딘가 머쓱한 얼굴로 미술관에 가자고 했다. 근처에 인상파 화가의 전시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은근슬쩍 깍지를 껴 얽어매듯 맞잡는 두 손을 훔쳐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술관은 제법 한산했다. 처음 30분은 토니도 스티브가 해 주는 설명을 들으며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지만 곧 움직이지도 새롭지도 않은 그림에 흥미를 잃었는지 쉼터용 벤치에 가서 털썩 앉았다. 그대로 스티브와 그림을 보기에도 어쩐지 어색해서 나는 토니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손에 자그마한 패드를 들고 뭔가를 바쁘게 두드리다가 날 눈치 채고는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그림 보는 건 별로 안 좋아 하시나 봐요.

토니 : 어차피 다 옛날 거잖아. 나름 희소가치가 있지만 관심 없어.

: 그러면 왜 여기로 오신 거예요?

토니 : 난 스티브가 좋으면 뭐든 상관없어. 원래는 다 내가 빌리려고 했는데 그러지 말라고 뜯어 말리잖아. 이걸 보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면서. 하여간 꼬장한 노친네.

 

 토니는 투덜거리면서 다리를 덜렁거렸지만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림에 열중하고 있는 스티브의 모습을 보고 있기만 해도 좋다는 것처럼, 간질간질하고 따스한 웃음이었다. 왠지 그런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해서 취재용 질문도 잊고 그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금방 가죽 재킷이 시야를 가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넋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스티브가 어느새 걸어와 나와 토니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티브 :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까?

: , 그게-

토니 : 당신이 꼬장하다고.

스티브 : 토니.

 

 스티브는 곤란하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한 손으로 토니의 허리에 팔을 감고 뺨에 키스를 떨어뜨렸다. 아무리 사람들이 없다고는 해도 미술관에서 이래도 괜찮은가? 오히려 내 쪽이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이 이상한 조합(찰싹 달라붙은 남자 둘과 어정쩡한 여자 하나)에 관심 따위 없는 모양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두 사람과 나는 미술관에 딸려 있는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여기는 문자 그대로 우리 외에 아무도 없었는데, 아예 가게 입구에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휴무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들여보내주는 거지? 나는 토니를 바라보았고 그는 손가락을 입가에 붙이며 쉿, 이라고 중얼거렸다. 스티브는 토니에게 방금 본 전시가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감상을 피력하느라 보지 못했다. 나도 손가락으로 입술을 누르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토니 : 여기 브런치는 신선하고 아주 괜찮아. 커피도 수준급이지.

스티브 : 와 본 적이 있나?

토니 : 그야 당연하지. 유명한 곳이거든. 봄가을엔 여기 자리 없어서 난리 나.

스티브 : 누구랑.. 아니야. 신경 쓰지 말게.

토니 : 질투해? 스티비? 당신 이럴 때마다 귀엽더라.

 

 나는 이번 취재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질문 리스트를 조용히 접어 넣었다. 두 사람은 내가 옆에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그저 좋다며 웃었고,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어쩐지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아 조금 미묘한 기분이었지만 행복한 연인의 한때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날 행복하게 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토니는 급한 이사회 일정 때문에, 스티브는 뉴 쉴드의 업무 때문에 이동해야 해서 나를 잡지사 근처까지 바래다주었다. 입구에 들어가는 척 하며 고개를 슬쩍 내밀었더니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잠시라도 떨어진다는 사실이 무척 아쉬운 것 같았다. 스티브와 토니는 영문 모를 수신호를 몇 개 나누고는 각자 다른 길로 급히 뛰었다(토니는 금세 차가 와서 태우고 갔다).

 

 이번 취재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들은 세간에서 부풀리고 경솔하게 떠드는 것처럼 뭔가 엄청나게 다르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거였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데이트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눈만 마주쳐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웃고, 뜨거운 입맞춤을 나눈다. 잠시간의 헤어짐도 아쉬워하며 한참 손을 놓지 못한다.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지만, 평범한 커플이기도 한 두 사람이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by 치우타 2015. 9. 7. 19:38

 토니는 아침 해가 밝아오기 조금 전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작게 뒤척였다. 지금 몇 시지. 품 안에 끌어안은 캡틴이 따뜻하고 든든한 나머지 오늘은 조금 더 늦잠을 자고 싶은 기분이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부빈 순간, 뺨에 닿아온 감촉이 평소와는 아주 다르다는 걸 깨달은 토니가 문자 그대로 두 눈을 번쩍 떴다.

 

 "자비스, 불."

 

 주인의 말에 충실히 복종한 자비스가 방 안의 조도를 높이자 방금 전까지 토니가 끌어안고 있던 것의 실체가 드러났다. 부드러운 금빛의 갈기를 가진 리트리버 캡틴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는 캡틴이 맞지만, 시트만 살짝 덮은 채 거의 알몸으로 누워있는 건 어제 막 실종 소식을 접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였다. 토니는 손을 들어 뺨을 세게 꼬집었다. 당연하지만 무척 아프고 얼얼했다.

 

 "자비스."

 [Yes, sir.]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주인님의 상태는 정상입니다. 조금 잠이 부족한 것 외에는요.]

 "그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토니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며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캡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난 어제 멍멍이 캡틴을 안고 잤는데, 왜 사람 캡틴이 들어와 있는 거야? 토니의 혼란을 불식시켜주기라도 할 것처럼 자비스가 대답했다.

 

 [그 캡틴이 바로 캡틴입니다.]

 "....뭐?"

 [전에 명령하신 것처럼 밤에는 특수 기능 카메라가 작동합니다만, 어제 이런 게 찍혔습니다.]

 

 자비스는 공중에 작은 스크린을 띄워 올렸다. 토니가 손을 휘둘러 적외선 모드로 바꾸자, 잠든 토니와 멍멍이 캡틴이 보였다. 우리 캡틴이 확실하군. 토니는 팔짱을 끼고 화면을 보다가 옆에 자던 캡틴에게서 급격한 온도 변화가 일어나는 걸 보고 영상을 확대했다. 약간의 몸부림(저러는 동안에도 난 잠이나 잤단 말이야? 토니는 입을 떡 벌렸다)을 끝내고 개의 형태에서 사람으로 변한 캡틴은 다시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든 모양이었다. 곧 영상이 꺼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토니는 머리를 양 손으로 쥐어 뜯으며 사정도 모르고 여전히 쿨쿨 잘 자고 있는 캡틴을 내려다 보았다. 코라도 잡아 비틀어줄까보다. 충동적인 생각으로 조각같은 얼굴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으음..."

 

 토니는 그야말로 화들짝 놀라 펄쩍 뛰다가 넓은 침대 위로 볼썽사납게 굴러버렸다. 갑작스런 사태에 토니가 끙끙거리며 일어나거나 말거나 캡틴은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자신의 팔을 발견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는 바람에 허리에 걸쳐져 있던 시트가 흘러내렸고 늠름한 하반신이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토니는 드디어 참았던 비명을 내질렀다.

 

by 치우타 2015. 9. 4. 17:23

[Kaidan/Shepard] Fix you 1

2015. 8. 2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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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퍼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조종간과 비슷한 손잡이를 붙잡았을 때, 셰퍼드는 그의 온 몸이 그대로 찢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카탈리스트는 그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우주를, 지구를, 동료들을, 케이든을- 살릴 수 있다면 그는 기꺼이 제 목숨을 내어줄 각오가 되어 있었으나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카탈리스트 앞에 선 최초의 유기체로서,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으로서 존 셰퍼드는 끝까지 맞서 싸웠다. 그의 의지가 온 리퍼들에게 전달되고, 카탈리스트에 녹아든 다음 셰퍼드는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총상을 입은 부위가 뜨끔하니 아파왔다.


 [놀라워. 살아남을 수 있다니. 넌 정말 우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존재군.]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카탈리스트(그의 모습은 셰퍼드와 상당히 흡사했다)는 확연히 어조가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셰퍼드는 눈을 찡그리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통제는 성공했어. 리퍼는 수확을 멈추고, 우리는 네 의지대로 유기체와 함께 공존해 갈 거다.]

 "그거... 다행이군. 두 번은.. 못할 것 같거든."


 셰퍼드는 힘없이 웃으며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피가 울컥 흘러내리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다리는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채로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으나 그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일어나. 걸어. 돌아가. 만신창이가 된 몸은 뇌의 명령에 최선을 다해 복종하려고 노력했다. 저 쪽으로 가면 셔틀이 남아 있을거야. 카탈리스트가 친절히 방향을 일러 주었다. 셰퍼드는 고맙다는 말 조차 내뱉을 힘이 없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 시체 상태로 비척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복도. 복도. 기나긴 복도는 끝을 모르는 것처럼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분명 시타델은 리퍼에게 수확되고 카탈리스트가 변형시키면서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으나 이 빌어먹을 복도 만큼은 그대로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셰퍼드는 감겨오는 눈과, 실 끊어진 인형처럼 꺾이기 일보직전인 다리를 애써 추스렸다. 무릎이 덜덜 떨려왔다. 조금만 더. 희미하게 붉은 색 셔틀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이게 환영이라면 정말 끝장이겠지. 셰퍼드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확신을 가지고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스럽게도 셔틀은 정말 남아 있었다. 손으로 셔틀을 더듬어 문을 열고 본능적으로 계기판을 조작한 다음 그는 의자에 말 그대로 완전히 널브러졌다. 멀리서 제 역할을 다 한 시타델이 서서히 닫히는 게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나갈 수 있겠군. 셔틀은 최고 속도로 발진하며 뛰쳐 날아갔다.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셔틀 안에서 셰퍼드는 속절없이 몰려오는 고통에 낮게 신음했다.


 케이든.


 셰퍼드는 눈을 감기 전 속삭이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모든 게 완전히 깜깜해졌다.




 시타델에서 튀어나온 붉은 셔틀은 운 좋게도 다시 근처를 확인하러 왔던 해켓 제독의 함선에 의해 구조될 수 있었다. 그들은 너덜너덜해진 셔틀에 한 번 놀라고, 그 안에서 거의 죽기 직전인 셰퍼드를 발견하고 두 번째로 놀랐으며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 거라는 메디베이 닥터의 말에 세 번째로 놀랐다. 해켓은 노르망디에 연락해서 셰퍼드가 살아있음을 알렸고, 깊은 슬픔에 빠져 있던 크루들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이미 최고 속도를 뽑아내고 있는 조커에게 달려가 더 빨리 갈 수는 없냐고 닦달해서 그가 벌컥 화내도록 만들었다. 나가요! 전부 다! 조커의 신경질적인 외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조차 아까운 그를 대신해서 EDI가 케이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전투정보실로 내쫓았다.


 "조커."

 "오 젠장, 케이든!"

 "그게 아니라... ....고마워."

 

 조커는 뭐라고 더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툭 던졌다. "거기라도 앉아요. 좀 흔들릴 거니까." 크루시블이 발동한 덕택에 리퍼와의 전쟁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매스 릴레이가 파괴된 덕분에 드라이브 코어를 이용한 이동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노르망디 호는 셰퍼드가 시타델에서 살아 나올거라고 믿으며 마지막까지 기다렸던 덕분에 그다지 멀지 않은 항성계의 한 행성으로 불시착했고 곧 헤켓 제독의 함선과 만날 예정이었다. 케이든은 두 손을 꽉 쥐어 이마에 갖다 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사랑해. 언제나.'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윙윙 울렸다. 나한테 마지막 인사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케이든은 셰퍼드의 턱이나 명치를 후려갈기는 상상을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떤 것도 그의 얼굴을 직접 보기 전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는 노르망디. 승선을 요청합니다. 조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리는 걸 들으며 케이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메디베이는 함선의 중심부에 있었다. 케이든은 그곳으로 향하는 내내 발걸음이 꼬여서 두 세번쯤 넘어질 뻔 했으나 다행히 함선 내의 모든 이들은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느라 그의 민망한 꼴을 목격할 수 없었다. 노르망디의 모든 크루들은 저마다 셰퍼드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했지만 케이든에게 선두를 양보했다. 차크워스 박사는 케이든이 보고하는 대로 셰퍼드를 노르망디 호에 옮길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치프 닥터가 그를 맞아 주었다.


 "그는.. 그는 어떻습니까?"

 "출혈이 심했습니다. 부분 골절도 많았고, 부서진 수트에 찔려 위험했던 상처도 여럿 있었죠. 강한 정신력이 그를 살린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군의관 노릇을 했지만, 이런 환자는 처음이에요."


 소문보다 더 지독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치프 닥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케이든이 셰퍼드와 단 둘이 있을 수 있도록 메디베이를 나서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한두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고 나면 옯겨도 문제 없을 겁니다." 문이 닫혔다. 케이든은 천천히 침상에 누워있는 셰퍼드에게 다가갔다. 가벼운 상처는 치료되었는지 얼굴에는 멍자국만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손을 들어 코와 입가에 가져다 대자 얕지만 미지근한 숨이 손가락 끝에 닿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케이든은 크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셰퍼드. ...셰퍼드.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었다. 살아 있었다. 살아서, 돌아와 주었다. 이 곳으로. 자신이 기다리는 곳으로. 


케이든은 잠시 동안 제멋대로 흘러내리는 눈물 방울을 내버려 두었다.

 


 셰퍼드는 눈을 떴다. 주변이 온통 깜깜했다. 설마 내가 죽은 건가? 그는 벌떡 몸을 일으키다가 전신에 찌르르하니 퍼지는 격통에 끄응, 하는 소리를 뱉었다. 시야가 닿는 근처에 새까만 우주와 그 사이로 별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셰퍼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름다운 우주가 보이는 넓은 창. 긴 의자. 테이블. 책장. 노르망디 호의 좌현 관측실이었다. 케이든이 자주 머무르는. 케이든은 어디 있지? 셰퍼드는 두리번거리다가 이쪽을 보고 있는 젖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일어났습니까?"

 "....케이든." 

 "사흘 동안 잠들어 있었어요. 미동도 않더군요. 숨 쉬는거 빼고는 거의 시체나 다름 없었죠."

 "그렇게나 오래?"

 "조금만 늦었더라도 죽었을 거라고, 해켓 제독 함선의 치프 닥터가 말했습니다."

 "운이 좋았군."


 덤덤한 어조로 말하는 셰퍼드를 보고 케이든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을 뻔했는데도. 며칠 동안 꾹꾹 눌러담았던 감정이 팍 터져나오려는 것이 느껴졌다. 


 "겨우 그것 뿐입니까?"

 "...뭐라고?"

 "죽을 뻔했다고요. 당신이.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케이든, 나는.."

 "당신이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케이든의 어조가 점차 격해지려는 찰나, 셰퍼드는 두 팔을 뻗어 그를 끌어당겨 안았다. "널 다시 보고 싶었어." 셰퍼드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말 끝에 약간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러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 돌아왔어. 그러니까, 화낼 시간에 안아줬으면 좋겠는데." 셰퍼드는 애써 여유를 되찾는 척하며 덧붙였다. 네가 날 다시 한 번 안을 수 있다면 어떤 불구덩이라도 헤쳐 나올 거라고 했잖아. 


아, 당신은 그것도 잊지 않았구나. 


케이든은 셰퍼드의 등을 강하게 마주 안으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다 낫고 나면 두고 보시죠. 반쯤 협박과 애정이 뒤섞인 말에 셰퍼드가 푸스스 웃었다. 살살 해줘. 이번엔 케이든도 진심으로 웃었다. 



by 치우타 2015. 8. 13. 22:01

 스티브는 자신의 연락 두절 소식을 듣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 토니를 하루종일 열심히 쫓아다녔다.

 

'나 여기 있어! 토니! 여기야!' 

 

 그는 평소보다 더 열성적으로 꼬리를 흔들고 짖으며 토니의 옷자락을 물고 잡아당겼지만, 정작 토니는 "미안해 캡틴. 오늘은 바빠서 놀아주기 힘들어." 라고 말하며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목을 한 번 안아주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온기에 마음이 풀어져 그 자리에 앉았다가도 허공에 어지럽게 반짝이는 도시의 CCTV 영상과(대체 그는 이런걸 어떻게 보는 거지? 스티브는 멍청하니 입을 벌렸다) 그의 최근 행적, 집에서 나선 시각, 당시의 복장이나 가장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 등 자신을 찾는 정보들을 보고 있으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지?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온 집안을 구석구석 뒤지면서 부산스럽게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토니가 만들어준 방패 모양의 프리스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잽싸게 그걸 찾아나섰다.

 

 그걸 어디에 뒀더라? 스티브는 이틀 전 거실에서 토니와 신나게(이제 그는 프리스비 놀이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놀았던 것을 떠올리고 소파와 근처 테이블을 열심히 뒤집어 엎었지만 전부 허탕이었다. 이제 어쩌면 좋지. 내가 실종되었다는 식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골치아픈데. 스티브는 이제 정말로 안절부절하며 토니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캡, 늦게라도 나랑 놀고 싶으면 차라리 얌전하게 앉아 있어."


 보다 못한 토니가 드물게도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놀고 싶은게 아니야, 토니. 나 여기 있다고.' 스티브는 끄으응, 하는 소리를 내며 기운 없이 바닥에 엎어져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토니가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도 그렇지만, 이대로 영영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떡하지? 스티브는 새삼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이렇게 변한 원인도 모르는데. 지금까지 몰랐던 스타크, 아니 토니의 일면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고 싶은데. 그가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깊은 땅을 한참 파고 거의 그것들에 파묻힐 무렵, 드디어 토니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캡틴을 내려다 보았다. 하루 종일 상대를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사안이 중요한지라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캡틴은 내내 그의 주위를 맴돌고 불안한 듯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가 이젠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처량하고 슬픈 얼굴로 앞발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맙소사.


 "헤이, 캡, 캡틴.. 내가 못 놀아줘서 속상했어? 응? 나 좀 봐봐."


 토니는 바닥에 거의 엎드려서 캡틴과 눈을 맞추었다. 푸른 눈이 기운없게 그를 바라보고는 끄응, 끙. 하고 구슬피 낑낑댔다. 그는 갑자기 엄청난 죄책감이 가슴을 짓누르는 걸 느끼며 두 팔을 벌려 캡틴을 끌어안았다. 끄으으응. 더욱 길게 늘어지는 소리에 토니는 아예 화면을 다 꺼버리고 캡틴을 안아 들었다(더 무거워진 거 아니야? 토니는 그의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놀 시간은 별로 없으니까 오늘은 일찍 자러 가자. 캡틴은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토니를 올려다보며 작게 끙끙거리고 멍, 하고 짖었지만 토니는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많이 서운했나? 


 "내일은 나랑 같이 나가보자. 공원에 데려가 줄게."


 설마 내가 있었던 곳에 갈 생각인가? 스티브는 귀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토니의 가슴에 푹 파묻었다. 옷이 발견되면 그때야말로 더 시끄러워질 것이다. 제발. 이제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 그럴수만 있다면. 침대에 누워 토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스티브는 복잡한 기분에 쉬이 잠들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까무룩 기절하듯 정신을 잃었다.

by 치우타 2015. 8. 9. 22:34

 토니가 냉방병에 걸렸다.

 

 평소에 효율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제 몸을 내던지는 토니였던지라 페퍼는 자비스로부터 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의 일과를 의심했고, 아니나다를까 최근 점점 업그레이드 중이었던 분리 장착형 수트의 새로운 테스트를 진행하던 중 그렇게 되었다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하이테크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냉방병이라니, 어떻게 보면 사치스럽게도 느껴지는군요."

 

 페퍼는 얇은 시트를 뒤집어 쓴 채로 침대에 엎어져 있는 토니에게 신랄한 어조로 말했다. 이거 클린 에너지야, 당신도 알다시피. 흰 시트뭉치가 중얼거렸다. 어련하시겠어요. 밥이나 잘 챙겨 먹고 쉬어요. 그녀는 토니의 옆에 앉아 있는 캡틴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 말썽꾸러기 좀 감시해 줘. 거의 속삭이는 목소리였지만 캡틴은 뛰어난 청력을 가진 개 답게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꼬리를 몇 번 흔들었다. 구두소리가 멀어지자 그제야 토니는 시트를 걷어올려 얼굴을 쏙 내밀었다. '토니.' 멍, 하고 스티브가 꾸짖는 의미로 짧게 짖었다.

 

 "냉방병은 자고 나면 끝이야, 이런 건.. 에취! 에취! ...흐엣취!"

 "멍! 멍멍! 끄으응."

 [코 점막이 자극되어 재채기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안정을 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Sir.]

 

  '토니, 오늘 같은날엔 좀 쉬게.' 스티브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에서 엄격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며 두 앞발로 토니의 가슴팍을 누르며 멍멍거렸다. 얼마나 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연속으로 재채기를 한 탓인지 금세 지쳐버린 토니는 팔을 뻗어 그의 콧잔등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다시 드러누웠다.

 

 자비스가 방 안의 온도를 적당히 조절하는 동안 스티브는 부지런히 먹을 게 담긴 트레이를 머리와 앞발로 굴려 침실로 가져오고(세상에! 이런것도 할 줄 알아! 우리 캡틴 짱이다! 토니가 부산스럽게 떠들었다) 토니가 제대로 먹는지 감시했으며 그의 그릇이 다 비워진 걸 본 다음에야 제 앞에 놓인 식사를 입에 물었다. 이젠 캡틴까지 내 보모가 되려나 봐. 토니는 투덜거렸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피슬피슬 웃음이 나왔다. 어렸을 때는 몸이 아파도 의무적으로 오가는 사용인만 봐왔는데,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안절부절하며 옆을 지키는 개라니. 재채기와 두통 때문에 띵한 머리를 주무르면서 토니는 밥그릇의 고기들을 깨끗하게 해치우고 입맛을 다시는 캡틴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캡틴도 고개를 들었다.

 

 "캡틴, 나랑 같이 낮잠 잘래?"

 "끄으응."

 "환자는 쉬어야 된대잖아. 너도 이리 와."

 

 토니는 제 옆자리를 두들겼다. 잠시 망설이던 스티브는 제 입에 식사의 흔적이 남았는지 혀로 확인하고는 훌쩍 침대 위로 뛰어 올랐다. Good boy. 스티브는 토니의 바로 옆자리에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았다. 내 캡틴 따뜻하네. 토니가 슬그머니 스티브를 껴안고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문질렀다. 서늘해진 그의 피부가 기분 좋았다. 이내 한 마리와 한 사람은 사이 좋게 침대에 누워 쿨쿨 단잠에 빠져들었다.  

 

 

 토니가 캡틴과 함께 꿀맛 같은 휴식을 마치고 한결 가뿐하게 눈을 뜬 저녁 즈음, 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스티브가 연락 두절이 된 지 1주일이 넘었다는 안 좋은 소식이었다.

 

by 치우타 2015. 8. 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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