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는 자신의 연락 두절 소식을 듣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 토니를 하루종일 열심히 쫓아다녔다.

 

'나 여기 있어! 토니! 여기야!' 

 

 그는 평소보다 더 열성적으로 꼬리를 흔들고 짖으며 토니의 옷자락을 물고 잡아당겼지만, 정작 토니는 "미안해 캡틴. 오늘은 바빠서 놀아주기 힘들어." 라고 말하며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목을 한 번 안아주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온기에 마음이 풀어져 그 자리에 앉았다가도 허공에 어지럽게 반짝이는 도시의 CCTV 영상과(대체 그는 이런걸 어떻게 보는 거지? 스티브는 멍청하니 입을 벌렸다) 그의 최근 행적, 집에서 나선 시각, 당시의 복장이나 가장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 등 자신을 찾는 정보들을 보고 있으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지?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온 집안을 구석구석 뒤지면서 부산스럽게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토니가 만들어준 방패 모양의 프리스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잽싸게 그걸 찾아나섰다.

 

 그걸 어디에 뒀더라? 스티브는 이틀 전 거실에서 토니와 신나게(이제 그는 프리스비 놀이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놀았던 것을 떠올리고 소파와 근처 테이블을 열심히 뒤집어 엎었지만 전부 허탕이었다. 이제 어쩌면 좋지. 내가 실종되었다는 식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골치아픈데. 스티브는 이제 정말로 안절부절하며 토니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캡, 늦게라도 나랑 놀고 싶으면 차라리 얌전하게 앉아 있어."


 보다 못한 토니가 드물게도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놀고 싶은게 아니야, 토니. 나 여기 있다고.' 스티브는 끄으응, 하는 소리를 내며 기운 없이 바닥에 엎어져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토니가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도 그렇지만, 이대로 영영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떡하지? 스티브는 새삼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이렇게 변한 원인도 모르는데. 지금까지 몰랐던 스타크, 아니 토니의 일면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고 싶은데. 그가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깊은 땅을 한참 파고 거의 그것들에 파묻힐 무렵, 드디어 토니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캡틴을 내려다 보았다. 하루 종일 상대를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기도 했지만 사안이 중요한지라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캡틴은 내내 그의 주위를 맴돌고 불안한 듯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가 이젠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처량하고 슬픈 얼굴로 앞발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맙소사.


 "헤이, 캡, 캡틴.. 내가 못 놀아줘서 속상했어? 응? 나 좀 봐봐."


 토니는 바닥에 거의 엎드려서 캡틴과 눈을 맞추었다. 푸른 눈이 기운없게 그를 바라보고는 끄응, 끙. 하고 구슬피 낑낑댔다. 그는 갑자기 엄청난 죄책감이 가슴을 짓누르는 걸 느끼며 두 팔을 벌려 캡틴을 끌어안았다. 끄으으응. 더욱 길게 늘어지는 소리에 토니는 아예 화면을 다 꺼버리고 캡틴을 안아 들었다(더 무거워진 거 아니야? 토니는 그의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놀 시간은 별로 없으니까 오늘은 일찍 자러 가자. 캡틴은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토니를 올려다보며 작게 끙끙거리고 멍, 하고 짖었지만 토니는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많이 서운했나? 


 "내일은 나랑 같이 나가보자. 공원에 데려가 줄게."


 설마 내가 있었던 곳에 갈 생각인가? 스티브는 귀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토니의 가슴에 푹 파묻었다. 옷이 발견되면 그때야말로 더 시끄러워질 것이다. 제발. 이제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 그럴수만 있다면. 침대에 누워 토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스티브는 복잡한 기분에 쉬이 잠들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까무룩 기절하듯 정신을 잃었다.

by 치우타 2015. 8. 9. 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