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는 아침 해가 밝아오기 조금 전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작게 뒤척였다. 지금 몇 시지. 품 안에 끌어안은 캡틴이 따뜻하고 든든한 나머지 오늘은 조금 더 늦잠을 자고 싶은 기분이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부빈 순간, 뺨에 닿아온 감촉이 평소와는 아주 다르다는 걸 깨달은 토니가 문자 그대로 두 눈을 번쩍 떴다.

 

 "자비스, 불."

 

 주인의 말에 충실히 복종한 자비스가 방 안의 조도를 높이자 방금 전까지 토니가 끌어안고 있던 것의 실체가 드러났다. 부드러운 금빛의 갈기를 가진 리트리버 캡틴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는 캡틴이 맞지만, 시트만 살짝 덮은 채 거의 알몸으로 누워있는 건 어제 막 실종 소식을 접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였다. 토니는 손을 들어 뺨을 세게 꼬집었다. 당연하지만 무척 아프고 얼얼했다.

 

 "자비스."

 [Yes, sir.]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주인님의 상태는 정상입니다. 조금 잠이 부족한 것 외에는요.]

 "그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토니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누르며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캡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난 어제 멍멍이 캡틴을 안고 잤는데, 왜 사람 캡틴이 들어와 있는 거야? 토니의 혼란을 불식시켜주기라도 할 것처럼 자비스가 대답했다.

 

 [그 캡틴이 바로 캡틴입니다.]

 "....뭐?"

 [전에 명령하신 것처럼 밤에는 특수 기능 카메라가 작동합니다만, 어제 이런 게 찍혔습니다.]

 

 자비스는 공중에 작은 스크린을 띄워 올렸다. 토니가 손을 휘둘러 적외선 모드로 바꾸자, 잠든 토니와 멍멍이 캡틴이 보였다. 우리 캡틴이 확실하군. 토니는 팔짱을 끼고 화면을 보다가 옆에 자던 캡틴에게서 급격한 온도 변화가 일어나는 걸 보고 영상을 확대했다. 약간의 몸부림(저러는 동안에도 난 잠이나 잤단 말이야? 토니는 입을 떡 벌렸다)을 끝내고 개의 형태에서 사람으로 변한 캡틴은 다시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든 모양이었다. 곧 영상이 꺼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토니는 머리를 양 손으로 쥐어 뜯으며 사정도 모르고 여전히 쿨쿨 잘 자고 있는 캡틴을 내려다 보았다. 코라도 잡아 비틀어줄까보다. 충동적인 생각으로 조각같은 얼굴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으음..."

 

 토니는 그야말로 화들짝 놀라 펄쩍 뛰다가 넓은 침대 위로 볼썽사납게 굴러버렸다. 갑작스런 사태에 토니가 끙끙거리며 일어나거나 말거나 캡틴은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자신의 팔을 발견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는 바람에 허리에 걸쳐져 있던 시트가 흘러내렸고 늠름한 하반신이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토니는 드디어 참았던 비명을 내질렀다.

 

by 치우타 2015. 9. 4.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