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할 일을 확인하고,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것.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의 하루는 그렇게 단조로운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주변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로, 가끔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고 몇몇 아가씨들이 대화를 걸어오곤 했으나 그리 길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본인에게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우선 첫번째 이유이고, 다음으로는 정중하면서도 완곡한 거절과 이미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은근한 뉘앙스가 섞인 말을 듣고 나면 아무리 그가 잘 생기고 몸매까지 근사한 남자여도 대부분의 여자가 포기하며 떨어져 나간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티브에게 연인이 있다는 사실과 그 상대가 무려 토니 스타크라는 점일지도 모르지만.



[어, 지금 가는중이야. 내 차들 있는 주차장에서 기다려.]

"알았네, 거기서 보지."


여상스레 걸려온 전화를 받고 걸음을 옮기면서 문득 생각해본다. 스티브가 토니와 사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 주위 사람들(이라고는 해도 토니의 가까운 친구들과 쉴드 관계자들 뿐이지만)은 하나같이 걱정과 염려, 만류의 말을 입에 담았다. 더욱 놀라운 건 그것들 중 8할이 '캡틴이 아깝잖아요' 라는 표현이었다. 여러 고민과 생각 끝에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의외로 토니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관계였기에 두 사람의 교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는 건 결국 스티브였다. 어쩌면 토니도 그렇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랬다. 상대가 남자고,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라는 점에 대해 모두들 입을 모아 우려했지만 정작 스티브는 자신이 과연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에 대해 더 오랫동안 고뇌했다. 70년간 얼음에 갇힌 남자. 전쟁이 끝난 후 덩그러니 남은 오래된 군인. 달라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유하며 방황하는 젊은 청년. 가진것도, 하고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는 초라한 사람. 아무리 냉정하게 재 보아도 아까운 것은 자신이 아니라 토니 쪽이었다. 모든것을 가졌고, 혼자서 22세기를 살고 있으며, 화려하고, 멋지고, 조금 가벼워 보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도 성실해지는 남자. 천재, 조만장자, 플레이보이, 자선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려 스티브는 몇날며칠을 한숨과 괴로움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백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건만 진지한 관계로 발전한 지금에도 그 의문은 형태를 달리했을 뿐 아직도 남아 있었다.


나는 토니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충만하고 안정적인 기분을 느끼는데, 정작 토니는 어떨까.


한 달이나 만나지 못한 채로 간간이 연락만을 주고받으며 지낸 후여서인지 그런 생각이 불쑥 불쑥 머릿속을, 가슴 깊은 곳을 휘저으며 돌아다녔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완벽하게 개인적인 공간에 발을 들이고 나서야 호흡이 제대로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스티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멀리서 까딱이는 손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일단 저쪽 가서 타. 어디 갈지는 앉아서 정하고."

"그러지."


없는 시간을 짜내어 왔을 거라는 추측은 이미 하고도 남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달은 너무 심한 처사였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와서였는지 입술이 멋대로 열렸다. 솔직히 그 동안 참은 나날들이 많기도 했으니,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토니, 솔직하게 말 좀 해봐도 괜찮겠나?"

"......."

"...내가 자네의 사회적 입지를 모르는거야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 이건 너무하다고-"

"스티브, 우리 여기서 할래?"


토니의 말이 도화선이 되어 우리는 금방 꼬리에 불 붙은 짐승마냥 급하게 달라붙었고, 서로를 벗기고, 도발하고, 키스하면서 그대로 섹스했다. 한 달이나 못 봤지만 여전히 토니는 사람 속을 살살 긁으면서 원하는 걸 얻어낼 줄 알았고 나는 그 말에 흥분하여 몇 번 맞불을 놓다가 결국엔 그에게 키스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외엔 도리가 없었다. 눈 앞의 남자를 당장이라도 씹어삼키고 싶다는 난폭한 소유욕과 애정, 욕정에 시달리면서 토니가 원하는 대로 온통 휘저어놓았다. 그러다 자기가 죽겠다고 말하면서도 끌어안은 팔을 놓지 않는 토니가,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 없었다.



눈을 떠 보니 이마엔 'Busy' 라고 쓰여진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고, 토니가 있던 흔적만 남아 있었다. 조금 미지근한 것으로 보아 허겁지겁 뛰쳐나간 모양이었다. 주인을 잃은 침대에서 혼자 늘어져 있어도 별 수 없는데다가, 오늘은 갑자기 토니를 만날 수 있게 된 바람에 기존의 스케줄은 몽땅 연기한 상태라 남은 오후시간 동안 다 소화해내야 할 판이었다. 물론 언제나 넉넉한 스티브 로저스의 일정이다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 씻기 전에 물이라도 마실까 싶어 들어간 키친의 냉장고에 작은 쪽지가 붙어 있는걸 발견하곤 떼어내 읽었다. 시비를 거는 건지 쪽지를 남기겠다는 건지 알기 어려운 글을 읽어내려가다가 문득 마지막 문장에 눈이 멈추었다.


[....옆에 누워있다가 일어서서 나가려니 마음이 아쉽네. 시간나는 대로 연락할게...]


망설이는 듯 삐뚜름한 글씨로 적어둔 문구. 관록있는 플레이보이가 쓰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스티브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솔직하고 마음에 와 닿는 토니의 고백이었다. 너무 바빠서 잠 자는 시간도 거의 없고, 밥도 살기 위해 섭취하고 있을 뿐인 토니가 시간나는 대로 연락하겠다는 말을 쓴 것도 그렇지만, 마음이 아쉽다는 표현이 심장 근처의 어드메를 간지럽히는 느낌이 들었다. 비싼 만년필로 황급히, 하지만 정성들여 쓰고 나갔을 토니를 떠올리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도, 나도 좋아하네. 토니."


-이제는 슬슬 그에게 좋아한다는 표현보다 약간 더 진지한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by 치우타 2013. 11. 18. 02:09

아이언맨 수트를 입게 된 이후로 하늘은 토니에게 있어서 그닥 낭만적이거나 매력적인 대상이 되기는 어려웠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아름다움이나, 별이 수없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그런 광경이 다른 사람들처럼 경이롭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치밀한 계산과 전략을 통해 움직이고 순간순간 가장 효율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온 신경을 수트와 주변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일반적인 대상의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았던 탓이었다.
하늘은 그저 그의 무대와도 같은 곳이었으며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가장 멀게 느껴지는 짝사랑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러고 있단 말이지."

토니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괜시리 다리께에 걸친 이불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 작은 움직임이 전해졌는지, 등 뒤에서 빈틈없이 토니를 감싸고 있던 남자가 낮은 웃음을 흘렸다.

"담요가 불편하오?"
"아니. 그냥 장난친거야. 좀 심심해서."
"심심하다니, 저 하늘에 볼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별 밖에 더 있어? 까만 바탕에 흰.. 정확히는 희기만 한건 아니지만 어쨌든. 점들이잖아. 그게 뭐?"

심드렁한 목소리에는 약간 심술이 묻어 있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어리광에 가까운 무엇이었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남자, 토르는 가만히 미소지으며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어 토니를 끌어당겼다.

"물론 그대에게는 저것들이 단순해보일 수 있겠지만, 별은 시간이라오. 각자 정해진 수명도 있고 나타나는 시기가 다르지."
"이봐, 데미갓. 적어도 지구의 천체학에 대해서는 내가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을걸? 당신이 말하는 건 그쪽 이야기 아니야?"
"비단 아스가르드만의 이야기는 아니오. 모든 세계의 별들은 다 시간을 태우며 반짝이고 있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반은 신이라는 토르의 진중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토니는 마치 옛날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거기다 이런 식으로 요샌 아무도 하지 않는 밤의 별구경이라던가 하는 구식이다못해 화석이 될 지경인 데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랬다. 세간의 유명한 플레이보이인 토니 스타크가 애들도 안 하는 석기시대 연애를 하고 있다니, 누가 알기라도 하면 엄청난 특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토니는 이 상황에 대해 그다지 태클을 걸거나 불만을 터트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허리에 둘러진 든든한 팔, 등에 닿는 강인한 근육, 못 보던 사이에 자라나 목께를 간지럽히는 금발, 듣기 좋은 연극조의 목소리.
그냥 토르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지구의 문화나 사회를 잘 모르는 그가 제안하는 투박하고 서투른 데이트도 풋풋한 느낌이 나서 귀엽게 느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말 다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된 순간 토니는 깨끗하게 백기를 들었다. 아 내가 망했구나. 그것도 하필이면 외계인한테. 

토르는 토니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그 날 순수하게 기쁨에 차 미소지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소? 토니."
"아무것도 아냐. 그냥 뭐.... 당신 말을 듣고 보니 저 별들도 꽤 아름다운 것 같아서."
"그렇다니 다행이군. 다음엔 시간이 되면 직접 아스가르드로 초대하고 싶네만...."
"좋아 알았어. 벌써 열 번째나 요청하고 있으니 이쯤되면 나도 모르는 척 넘어가 줄 테니까 미리 이야기나 해 줘. 언제쯤이라고."

드디어 받아낸 토니의 수락에 토르는 몇 번이고 되물었다. 
그게 정말이오? 믿어도 되는 것인가? 토니, 내 눈을 보고 다시 말해보시오. 아 진짜래도! 갈게 간다고! 미리 말이나 해!
담요를 사이에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사람의 그림자는 이내 겹쳐졌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와 입술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여느때와 같은 연인들의 밤하늘 위로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by 치우타 2013. 10. 18. 00:01

그날은 모처럼 어벤져스 멤버와 쉴드 전원에게 주어진 달콤한 휴일이었다. 

지구가 멈추는 날까지는 돌아가야 한다던 닉 퓨리도, 하늘과 땅이 뒤바뀔 정도의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은 이 드문 휴식에 대해 

번복할 생각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거기에 있던 모든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환호성을 울렸고,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단체 휴식엔 으레 한 묶음으로 따라오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개인적인 시간은 보낼 수 없음' 이었다. 그들의 일이 워낙 보안을 중점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그들을 위해 토니 스타크, 아이언맨은 어벤져스 타워의 파티 전용 홀을 통째로 내어주는 넓은 아량을 발휘했고 이때만큼은 누구도 토니의 행동에 트집을 잡거나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높은 환호성과 휘파람, 부러움 섞인 가벼운 투덜거림만이 섞이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오늘은 당신도 마시라고, 캡틴.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콜렉션이 아니야."

"....자네완 다르게 술에 취할 수 없어도 말인가?"

"이 양반 좀 보게, 그럴수록 더 마셔야지!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한다니 그런 끝내주는 반칙이 어디 있겠어?"


얼음이 든 위스키 잔을 들고 와 건네며 토니가 한쪽 눈을 찡긋해보이자, 스티브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받아들었다. 넓은 파티 홀에 울려 퍼지는 적당히 리듬감 있는 음악과, 훌륭한 먹을거리, 그리고 한 눈에 보기에도 가격대가 달라 보이는 술들이 흥을 돋구어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젊은 애들의 클럽같은 그런 뜨거움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몇명씩 모여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느껴 보는 건 대체 얼마만인지. 스티브는 마치 어제처럼 아른거리는 그 날들을 생각했다.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까운 그 시간은 기실 70년도 전의 일이라고 하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버린 스티브로서는 그저 황망할 뿐이었다. 그런 씁쓸한 기운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옆에 있던 토니로부터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와 스티브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래도 우리 캡틴이 혼자 노친네 행세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나랑 내기라도 할래?"

"내기라니.... 무엇을 말인가?"

"노인공경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걸로 하자고. 음- 술 마시는 건 내가 불리하니까 패스. 카드 두장의 합이 더 큰 쪽이, 작은 쪽에게 뭔가 하나를 시킬 수 있는건 어때? 물론 이상한건 빼고 말이야. 도덕적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토니는 느긋하게 술잔 속 얼음을 돌려가며, 스티브를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녹갈색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한가득 흘러넘치고 있었다. 평소같았다면 뭐라고 한 마디 정도는 딱딱하게 받아칠 법 하건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스티브는 묽어진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약간 짖궂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거..... 나쁘지 않군. 자네의 제안 치고는 드물게 마음에 들어."

"고도의 비유법이지? 상냥하기도 해라, 캡틴 로저스. 여기에서 아무거나 두 장 골라."


-간단히 말하자면, 승자는 놀랍게도 캡틴 아메리카였다. 토니의 카드는 그보다 숫자 1이 적었기에 간발의 차로 패배하고 말았다.


"맙소사. 이런 점수차로 져 본건 처음이야.... 운이라고는 해도 굴욕적이군."

"원래 진짜 승부란 이런 식으로 가려지는 법이지. 자네는 겪어보지 않았겠지만."

"Alright, Grandpa. What can I do for you?"


사실 그건 아주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스티브는 후에 그 순간을 회상하기를 마치 운명같은 어떤 것이었다고 말했고, 토니는 구식 로맨티스트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자네의 노래를 듣고 싶네."

"내가 못하는 건 세상에 없으니 뭐든지....... 뭐?"

"자네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싶다고 했네."

"......와, 캡시클, 캡틴, 스티브. 그거 진심이야? 노래를? 내가?"

"말해두네만 그 어떤 때보다 더 진심일세."


진중한 목소리로 확인 사살을 당한 토니의 얼굴에 여러 가지 감정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아랫입술을 몇 번 잘근거리던 그는 결심한 듯 잔의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우더니만, 허공에 손짓하여 연주되고 있던 음악을 정지시켰다.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돌아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니는 성큼성큼 홀의 앞쪽으로 걸어나갔다. 거기엔 소규모 공연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당연히 마이크도 준비 완료 상태였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자네들은 오늘 횡재한 줄 알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희귀한 내 노래를 직접 감상할 수 있게 되었거든.]


토니는 손가락을 들어 그의 근처로 다가온 스티브를 가리켰다. 바로 저기 있는 캡틴 아메리카 덕분이지. 감사하라고.

(이 때 스티브는 토니가 실은 가운뎃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고 싶었던 건 아닐까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장내에는 약간 수근거림과 웃음소리, 그리고 기대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토니! 토니! 짧게 그의 이름이 연호되었다.


[신청곡 같은건 안 받아. 내가 좋아하는 거 부를 거야. 그래도 나름 노친네 취향에 맞춘 거니까 잘 들어.]


토니는 자비스에게 뭐라 지시를 내리고는 마이크를 고쳐잡았다. 홀의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지며, 듣기 좋은 중저음이 그의 목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Time after time
I tell myself that I’m
so lucky to be loving you 
so lucky to be
the one you run to see
in the evening when the day is through

I only know what I know
the passing years will show
you've kept my love so young, so new

And time after time
You’ll hear me say that I’m
so lucky to be loving you.


I only know what I know
the passing years will show
you've kept my love so young, so new

And time after time
You’ll hear me say that I’m
so lucky to be loving you.


토니는 노래를 부르며 몇 번 스티브를 바라보았고, 그 때마다 스티브는 제 심장이 그자리에 잘 붙어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해야만 했다. 토니 스타크의 목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았던가? 노래를 잘 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감미로운 특유의 음성이 귓가에 달라붙어서는 도통 떨어지질 않았다. 은은한 조명 사이로 부드럽게 반짝이는 눈동자와, 가사를 읊는 입술, 그리고 리듬을 맞추는 약간의 몸짓 모두가 생생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스티브는 노래가 끝나갈 때 쯤에야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나는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다.

그것도, 저 토니 스타크를 상대로.


누가 볼세라 멍청이들마냥 벌어진 입술을 손으로 황급히 가리며, 다시 한 번 토니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생생한 모습으로.

그리고 스티브는 다시 한 번, 제가 사랑에 빠졌음을 절감했다.



"와... 그거 엄청 로맨틱하네요."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수줍은 듯, 하지만 정말 기쁜 얼굴로 웃는 스티브에게 피터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여 보였다. 모두가 존경하는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가 사귀는 상대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라니! 그것도, 고백한 사람이 캡틴이었다니! 너무 놀랍다 못해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새로운 멤버인 스파이더맨-피터 파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이미 다른 기존의 어벤져스 멤버들은 스티브가 사랑에 빠지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지겹도록 들어왔던 바람에, 그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둘이 사귀게 된 계기' 나 '왜 사귀는가' 에 대한 질문 및 이야기는 금기시되고 있었다. 


"아, 토니!"

"헤이, 달링. 한참 찾았잖아. 저번에 그 보고서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데, 좀 와주겠어?"

"알았네. 음... 피터, 미안하네만 그럼 다음에 또..."

"아 네! 캡틴!! 저는 괜찮으니 가보세요!"


저렇게 좋을까. 세상을 다 얻은 사람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토니를 따라 걸어가는 스티브의 뒷모습은 누가 봐도 훌륭한 팔불출이 따로 없었다. 그를 존경하는 피터였지만, 이럴 때만큼은 속으로 되뇌이고 마는 것이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저럴리 없어.

 

by 치우타 2013. 10. 16. 23:51

처음 보았을 때, 그곳은 마치 외따로 떨어진 작은 성채 같았다.
건물의 풍채가 훌륭하다거나 고풍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그 주위를 둘러싼 자연 경관이나 

보이지 않는 삼엄한 경계가 그런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이다.

스티브는 몇 겹으로 보안이 되어 있는 문을 지나쳐 가장 깊숙한 방으로 들어갔다. 

규칙적인 기계음과, 끊어질 듯 가냘프게 이어지는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
병적일 정도로 새하얀 침대 위에는 약간 초췌한 모습의 남자가 산소 호흡기로 생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기계들이 익히 그 병세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천천히 그 곁으로 다가간 스티브가 조심스럽게 누운 남자의 손을 들어올려 손등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나 왔네..... 토니."


토니 스타크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바로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외계 빌런을 격퇴하고, 피해를 복구하면서 떨어진 어벤져스의 명예를 되돌리고, 

오해와 잘못된 기사들을 바로잡느라 24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할 정도로 바빴던 그는 

어느 자선 행사에서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되었다. 

민간인들을 보호하던 과정에서 크게 중상을 입고 곧바로 병원에 후송되었지만 그대로 손쓸 틈도 없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현장을 정리하고 부상자들을 옮기던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리드 리처드로부터 연락을 받자마자 혼비백산하여 토니에게 달려갔다.

전체적으로 토니의 몸이 입은 크고 작은 부상들도 문제였지만 워낙 공격 당시의 상황이 급작스럽고 처참했던 탓에
뇌 쪽에도 손상이 갔을지도 모른다는 리드의 조심스러운 의견을 들은 스티브는 할 말을 잃고 주저앉았다.
그들은 막 그날 아침 사소한 문제로 크게 다툰 참이었다. 토니가 조금 자기멋대로 말한 것이 원인이었으나 스티브 또한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기에 가벼운 농담은 큰 언쟁으로 번졌던 것이다.

'토니, 자네는 너무 자네밖에 몰라. 어떻게 그런식으로 말할 수가 있나? 그래서 늘 팀을 위험하게 만들지 않나.'
'.....내가 내 생각만 한다고? 결국 캡틴도 모두와 같은 말을 하는군. 토니 스타크는 구제 불능이라고 말이야.'
'그런 말이 아니지 않나! 자네는 왜 꼭....!'
'이건 옳고 그름이 아니야, 스티브. 다른 거지. 그저 다를 뿐이라고.'

스티브는 그 말에 대해 뭐라고 반박하려 했지만 마침 토니의 핸드폰이 울리는 바람에 

둘의 다툼은 거기에서 어정쩡하게 종료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만에 그의 오래된 친우이자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은 산소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숨도 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토니. 자네의 말을 제대로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은 내가... 잘못했네. 그러니까...... 부디.."

-돌아와 주게.

이 방에 들어올 때마다, 옆에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몇 번이고 기도처럼 되뇌었는지 모른다. 

스티브는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토니가 여기에서 더 멀어지지 않기를. 그에게 닿는 모든 길이 끊어지지 않기를. 

그의 사과와 진실한 애정이, 마음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사랑하네..... 토니..."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거칠어진 손등에 이마를 부비던 스티브는 

문득 귓가에 미세하지만 기계음이 약간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반신반의하며 화면을 바라보자, 천천히 맥박 그래프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올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적어도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급하게 리드와 스타크 가 주치의측에 연락을 넣었다. 곧 그들이 달려올 것이었다. 

여전히 피로한 얼굴을 한 채 잠들어있는 토니를 바라보며 스티브는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 손을 두번 다시는 놓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by 치우타 2013. 10. 15. 23:47

스티브 로저스와 토니 스타크가 진지하게 교제하는 사이라는 것이 어벤져스 멤버들과 쉴드 내에 퍼지기까지는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어떻게든 세간에 퍼지는 건 조심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두 사람은 같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따로 있을 때, 더 연애하는 티를 내고 수줍어하고 행복한 얼굴을 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그' 토니 스타크가 고지식한 스티브 로저스랑?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은 보통 다 이런 것들이었다. 너무 안 어울리는데. 특히 상대적으로 언론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특유의 천재 기질과 괴팍한 성격,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인 토니를 아는 사람들은 스티브의 안위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과연 캡이 버틸 수 있을까?
잊어버릴 만 하면 스캔들 기사가 나고(물론 다 뻥이었지만), 파티에는 이제 안 나가더라도 가끔 얼굴을 비추는 자선행사에서 여자들이 그렇게 달라붙고(토니는 최대한 가드하고 있었지만)...
보다 못한 콜슨은 티나지 않는 방법으로 토니를 은근히 괴롭히기도 했으며 쉴드의 몇몇 요원들도 쑥덕거리기에 바빴다. 저래서야 캡틴이 가여운걸. 역시 안어울려. 

그렇지만 모두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정작 그들이 걱정하는 스티브는 토니를 둘러싼 오해와 소문들에 대해 전혀 요만큼도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거였다. 그 사실을 아는 건 스티브와 토니뿐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나서는 적어도 어벤져스 멤버들은 어느 정도 그 점을 대강 짐작할 수는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둘에게도 초반에는 꽤나 시련의 나날들이 있었다. 

특히나, 토니가 스스로를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스티브, 이것 봐. 나는 너무..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야. 매일같이 당신을 실망시키지. 임무든, 다른 것에서든-"
".....토니."
"저런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나고, 여자들이 끊임없이 유혹해대고, 전투에서는 효율을 위해 내 마음대로 행동해. 그래, 매일 지적받는 대로."
"토니."
"나는 이런 사람이야. 올곧은 당신과 너무 다르지, 달라도 너무... 달라. 이래서는 내가, 당신을 언제고...."

망쳐버릴지도 몰라, 하는 말은 채 나오지 못한 채로 스티브의 목 너머로 삼켜졌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토니는 당황했지만, 플레이보이의 연륜이 금세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능숙한 움직임으로 너른 등에 팔을 둘러 몸을 지탱했다. 잡아먹을듯한 키스는 천천히 부드러워지고, 이내 토니에게서 나른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부드럽게 멀어지는 입술을 바라보며 토니는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토니. 내가 자네에게 교제를 신청할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나?"
"........음, 어느 정도는...?"

시선을 피하면서 우물쭈물하는 토니를 보고 스티브가 다정하게 웃었다. 솔직해서 좋군.

"언제고 말해주겠네. 자네가 잊어버릴 때마다 몇 번이고. 나는 있는 그대로의 토니 스타크가 좋아서 여기에 있는 거라고."
"............"
"자네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야. 천재인것도 그렇지만, 포기할 줄을 모르지. 끝까지 맞설줄 알고, 두려움을 똑바로 볼 줄 아는 용감한 사람이고."
".....스티브.."
"자네가 웃을 때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된다네. 자랑하고 싶을 정도야. 이 사람이 내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부러워했으면 하네."

스티브는 손을 뻗어 토니의 머리칼을 매만지고는 그대로 미끄러뜨려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까끌한 수염자국이 만져지는 이 순간이 그에게는 무엇보다도 즐거운 한 때였다. 이런 소프트한 스킨십은 질리게 해 봤을 만하건만,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는 토니의 얼굴은 처음 연애하는 고등학생처럼 풋풋하고 귀여웠다.


"오, 토니 스타크의 커밍아웃이라니. 모두가 신나할 기삿거리가 될 것 같군."
"걱정 말게. 자네가 원할 때가 아니고서는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사실 난 지금이 더 좋기도 하네. 독점하기에도 편하고...."
"....알고 보니 무서운 군인이었군? 우리 캡틴은."
"이제서야 알아도 너무 늦었네. 나는 자네를 놔주지 않을 거라서."
"...스티브."
"사랑하네, 토니. 자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전부를.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쭉."
"....젠장. 나도 사랑해, 스티브 로저스. 그러니까 당장 따라와. 오늘 아주 죽여줄 테니까."

잇새로 으르릉거리듯 고백을 마주 던져오며 토니는 스티브의 손을 잡아끌었다. 

스티브는 즐거운 듯 웃으며 얌전히 토니의 손에 끌려 들어갔다.
결국 이러나 저러나, 오늘 밤의 승자도 수퍼솔져의 몫일 것이었으므로. 


by 치우타 2013. 10. 1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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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지나가듯 누군가 물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블론디를 좋아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 이유? 글쎄. 화려하고 눈에 띄고 아름답고, 적절하게 눈 감는 순간을 알고 있잖아.

그렇다고 해서 이게 차별 발언은 아니지만. 블론디는 사랑스럽지. 발랄하고, 귀여워.

 

대체 그 말을 한 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또한 저대로 말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저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들과 문장을 끼워 맞춘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자신의 거실에서 완벽한 광경을 목도한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추어 섰다.

 

소파에 앉아 무릎 위에는 책을 올려둔 채로 잠들어 있는 남자는, 미국의 최초 히어로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라고도 불리는 캡틴 아메리카와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였다. 흐트러진 금발, 날렵한 콧날과 남자답지만 가지런한 속눈썹,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턱 선, 굳게 다물어진 입술. 쏟아지는 햇살 아래의 그는 절대적이면서도 영원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손을 대면 부스러져 없어질 것 같은, 지독하게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자신이 서 있는 곳과 그가 앉아 있는 장소는 빛과 그림자마냥 닿아있지만 결코 손 내밀어 잡을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토니는 호흡이 곤란한 천식 환자가 된 것처럼 황급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스티브.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무심코 손을 내밀어 목을 쓰다듬어 보았다. 성대는 멀쩡했다.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시도한다.

 

스티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를 대가로 지상에 올라선 인어공주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토니는 헛웃음을 지었다. 말을 할 수 없다면 남은 건 몸짓이나 행동뿐이다. 천천히,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다가선다. 평소 같으면 기척을 귀신같이 

눈치채고도 남을 남자가 여적지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피곤하거나 꿈이 달콤하다는 이야기다. 토니는 조심스럽게 스티브의 머리카락으로 손을 뻗었다.

 

약간 거칠지만 손가락에 감겨오는 감촉은 다른 어떤 비단보다도 부드럽고 황홀했다. 이러다가 깨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과는 반대로 계속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마치 빛을 만지고 있는 기분이군. 토니는 갑자기 감상에 빠진 스스로를 비웃으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진짜 잘 생겼네. 70년이나 자고 있던 노인네 주제에. 연인에게 실례되는 발언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천성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토니?”

 

아차, 실수했군. 무심코 고개를 내리자 눈꺼풀 뒤에 감춰져 있던 맑은 푸른 눈이 의아함을 담고 응시해오고 있었다. 능숙하게 뻔뻔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을 떼려던 순간, 손목을 붙잡히고 만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던 거였는데. 토니는 미소를 유지한 채 머리를 고속으로 회전시켰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입술이 맞닿기 전까지는


남자의 키스는 갑작스러웠지만 정중하고 부드러웠으며 감미로웠다

단 한번의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토니를 그림 안으로 끌어들인 남자- 스티브 로저스는 아예 그를 품 안에 가두었다.

 


그리고, 멈춰있던 그림의 시간이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by 치우타 2012. 5. 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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