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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vel Cinematic Universe 

Steve/Tony

Alternative Universe

Writing material by 귤자님


Lion, Man, and Love.



거의 혼비백산한 얼굴로 캠프에 뛰어들어온 토니를 본 동료들은 모두 한달음에 달려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고, 그가 다친 곳이 없는지를 확인했으며, 시원한 물과 간단한 식사를 챙겨 주었다. 토니는 드물게 패닉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멍하니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안전한 위치의 캠프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나자 그는 드디어 진정할 수 있었다. 토니는 천천히 목을 가다듬고는 최근 가까워진 사자들의 이야기와, 자꾸만 들이대는 새끼 사자며 어미 사자에 대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풀어놓았다. 그들은 잠시 묘한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고 그 중 리더인 퀼이 장난꾸러기같은 미소를 짓고는 토니에게 다가왔다. 



"새끼 사자가 자꾸 들이대는데 어미 사자가 데리고 가면서 머리를 부비고 갔다고?"

"그래, 입에 시뻘겋게 피칠을 해서는...."

"축하해 토니. 당신은 지금 엄청난 혜택을 얻은 거야."



토니는 지금 자신이 뭘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혜택?"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하고 있군. 보통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들은 무척 위험해서, 알다시피 새끼들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게 좋아. 그런데 토니, 당신한테 새끼 사자가 먼저 왔고 두 번이나 어미가 그냥 넘어갔잖아?"

"그랬....지. 그랬었어. 난 운이 좋다고만-"

"아무리 운이 좋아도 두 번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어미 사자가 당신한테 친근한 의사표현을 했다는 건 공격하지 않겠다는 거고, 나아가서 새끼랑 같이 놀아도 된다고 허락한 거야."



퀼은 말을 마치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러니까 엄청난 혜택이라고 한 거고. 우리는 지금까지 운 좋은 사진가나 프로젝트 팀 이야기만 들었는데 이번에 직접 팀원이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군. 잘 지내봐, 토니. 넉살 좋은 미소로 토닥여오는 퀼의 얼굴에는 완전 신난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젊지만 노련한 생존방법과 좋은 스텝들의 지원으로 리더 자리에 오른 그는 모두에게 늘 이 일을 위험 속의 행복이라고 가르치며 즐기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토니는 다음날 아침해가 뜨는 시간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한참을 뒤척였다.



퀭한 얼굴로 사진기와 물통, 기타 중요물품을 챙겨서 캠프를 나선 토니는 피곤해서 반쯤 죽을 것 같았지만 몸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 집에서 혼자 틀어박혀서 이것저것 조합하고 실험하다가 밤을 샌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 동안 자비스가 그를 잘 거둬먹였던(?) 덕분이 더 컸을 것이다. 내가 집사 하나는 정말 잘 뒀지. 늘 사진을 찍는 그 장소에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딛던 토니는 불시의 습격을 받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아옹!"

"....아 미친 깜짝이야! 내가 네 사냥감이냐, 왜 이렇게 놀래켜? 심장 마비로 죽겠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째 그를 즐겁고 괴롭게 만들었던 새끼 사자였다. 아직 어려서 큰 타격은 없었지만 살금살금 걸어가던 토니를 놀라게 하는 데엔 충분했다. 토니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소리를 꽥 지를 뻔 했으나 그 동안 엄격하게 받았던 훈련 및 연습이 있었기에 간신히 목소리를 낮추고 새끼 사자를 꾸짖었다.



"....아옹... 갸릉...."



동물과 말을 통하는 재주는 없는 그였지만 이 새끼 사자는 묘하게 눈치가 빨라서, 토니가 화를 내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귀를 착 눕힌 채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전에도, 그 전전에도! 사람에겐 가차없이 구는 토니였으나 어린 새끼 상대로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항복의 표시로 두 손을 들었다.



"그래, 알았어. 화 안 낼테니까 그런 표정으로 울지 마."



새끼 사자는 이번에도 토니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금세 기쁜 표정을 지으며 꼬리로 탁탁 허벅지 부근을 쳐댔다. 그러고보니 어미가 혜택을 줬다고 했지. 점점 자신 쪽으로 들이대기 시작하는 새끼 사자를 보며 토니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번 해볼까. 밑져야 본전인데.



"이리 와 봐."



처음으로 토니가 새끼 사자를 피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까딱였다. 새끼 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엄청난 속도로 토니의 품에 들이받을 기세로 다이빙했다. (아 좀! 네 힘을 생각해 이 작은 덩치야!) 흉골이 약간 욱신거렸지만 그래봤자 아직 어린 털뭉치가 달려든 것 밖에 안 되서 뼈에 문제가 생긴것 같지는 않았다. 토니는 안도하며 기분 좋은 듯 그릉거리는 새끼 사자를 살살 쓰다듬었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들처럼 부드러운 갈기는 아니었지만,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은 제법 괜찮았다. 안정감을 느끼는지 새끼 사자는 토니의 품에서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넌 내가 어떤 인간인 줄 알고 이렇게 마음을 푹 놓는 거야? 야생의 맹수, 사자라는 녀석이...."

"......그르릉.... 그릉..."

"태평하구만...."



내 평생 살면서 사자가 골골거리는 걸 들으면서 졸게 될 줄은 몰랐지. 토니도 새끼 사자에게 전염된 것처럼 하품을 했다. 이대로 자면 위험할텐데... 피로와 나른함이 몸을 덮치는 걸 느끼며 본능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토니는 거의 바닥을 기듯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름 안전한 야외용 잠자리에 안착했다. 조금만 자고 일어나도 되겠지. 조금만- 


토니의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한 마리의 새끼 사자와, 예민한 사진가는 그렇게 꿀맛같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

드디어 토니가 스티브를 만졌습니다! 아 감개무량하네요 아직 이름도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솔직히 누가 사자를 보고 이름 생각을 하겠습니까 저게 날 먹을까 아닐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 몰라도.... 너무 오랜만이라 좀 죄송스럽기도 하고, 슬슬 더 귀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게 될 텐데... 사실 새끼들은 금방 자라니까요 ㅋㅋㅋㅋ 그럼 다음에 또!

by 치우타 2014. 8. 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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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산업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첨단 기술을 이끄는 기업이 된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후계자인 토니 스타크는 오메가로 태어나 일찍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으나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았다. 누구나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형질인 알파, 베타, 오메가는 무조건 유전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발현 또한 사람마다 달랐다. 또한 그 중에서도 아이를 가질 수 있고, 그 때문에 후대를 이어갈 수 있는 오메가는 알파나 베타보다 상대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정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토니의 경우 이미 부유한 재산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있던 덕분에 몇 대째 스타크 가문을 모시고 있는 충실한 집사의 보살핌 아래 매력적으로 성장했다. 모든 걸 소유한 것처럼 보이는 토니였으나 그에게도 오랜 고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연애 문제였다.

 

문란하다거나 사고를 쳤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토니는 자신의 형질에 대해 일찌감치 확실하게 숙지한 상태였으므로 안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섹스하지 않았고 가끔 술에 취해 정신없이 뒹굴 때도 아무렇게나 몸을 내던지지는 않았다(사실 이것은 집사의 오랜 노력 덕분에 이룩해낸 성과들 중 하나였다). 토니가 이번엔 누구와 잤다느니 알파 베타 오메가를 가리지 않는다느니 하는 수군거림이 끊임없이 떠돌았지만 그 중에 사실로 밝혀진 것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그렇다면 대체 연애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면, 사귀어 온 상대들의 질이 나빴다.

 

주로 가벼운 만남을 선호했던 토니였지만 여럿을 만나다 보면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고, 조금씩 자주 마주치고 감정이 쌓이고 하는 사이에 사귀게 되곤 했다. 게다가 토니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0대 중반인 지금 돈 많은 플레이보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생기면 꽤 신실하게 마음을 주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늘 문제는, 상대방이 그런 토니의 진심에 기뻐하고, 감동하다가 이내 집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꼬여갔다.

 

처음 사귀었던 한 청년은 성실하게 학교를 다닌 우등생이고 집안도 괜찮았으며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했으나, 토니에게 집착하고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스토킹까지 하는 바람에 고소되었다. 다음에 사귄 사람은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는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았지만 토니와 만나면서 점차 파티에 참석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토니에게도 그런 자리에 나가지 말라고 강요했다. 그 다음에 만난 사람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어떤 카페의 귀여운 아르바이트 아가씨였고, 토니와 사귀게 된 지 한 달 만에 사람을 시켜 토니를 미행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이 드러나서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령을 받았다.

 

자비스. 아무래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아닙니다, 도련님. 우연히 나쁜 상대를 만나셨던 것뿐입니다.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만나는 족족...”

 

끝이 안 좋잖아. 토니는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자세 나빠지십니다. 집사의 가벼운 타박이 머리 위로 떨어졌지만 그 속에는 다정함이 담겨져 있었다. 정말 연애를 그만두는 게 좋을까... 이전처럼 원나잇이나 신나게 하고 다니면 훨씬 편할 텐데. 하지만 그걸로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난 다음이었기에, 그저 일시적인 방황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만나는 건 어떻습니까?”

소개? 그것도 믿을 만한 게 못 되잖아.”

젊은이들 파티에서 만나시거나,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카페에서 만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그거 지금 나 저격하는 거지?”

그렇게 들렸습니까? 자자, 얼른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군요. 군 장성 파티에 참가하셔야죠.”

 

자비스는 짐짓 못 들은 체하며 토니를 일으켜 세우고는 드레스 룸으로 향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중요한 고객들이기도 한 군 관계자들의 파티가 바로 오늘 저녁에 있었다. 토니는 시커먼 아저씨와 할아버지만 잔뜩 있어서 가기 싫다고 투덜거렸지만, 막상 깔끔하고 세련되게 차려입고 나자 금세 젊은 사장님마냥 의젓해졌다. 자비스는 토니의 나비넥타이를 마지막으로 정리해 주었다.

 

정 싫으시면 12시 땡 하기 전에 돌아오셔도 됩니다. 대신 장군들과 인사는 나누시고 나서.”

좋아, 알았어. 늦어지거나 다른 일 생기면 연락할게. 없을 것 같지만.”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토니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회사의 지분을 물려받고 개발자 겸 CEO로서 군인들의 파티에 참여한 지는 꽤 오래 됐지만 매번 적응이 되질 않았다. 군 관계자들 중엔 알파가 제법 많아서였기도 했지만(온통 내가 더 잘났다고 페로몬들을 뿌려대는 통에 토니는 일부러 억제제를 먹고 패치까지 붙인 채 참석하곤 했다), 그 중 몇몇은 탐욕스런 눈빛으로 토니를 힐끔거리거나 노골적으로 훑어봤기에 오래 있을수록 기분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게 이 파티의 정해진 코스나 다름없었다. 이에 대한 토니 나름의 대처법은 인사를 대충 끝내고 술을 진탕 마시거나 마신 척 한 다음 그의 베타 운전사인 해피를 불러 자택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일부러 호르몬 영향을 받지 않는 베타를 뽑은 것도 있지만 해피는 자비스가 직접 추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서 토니를 보좌하고 다녔다.

 

, 저기 오는군. 어서 오게, 스타크.”

와 계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토니가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근처에 서 있던 장군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맞이했다. 제멋대로에 권위적인 군인들 중에서 그나마 상식적이고 나라에 충성하는, 뼛속까지 정통 군인인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보좌하는 사관 한 명만 데리고 다니는데, 오늘은 왠 금발의 덩치 좋은 사내가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그 뒤에 서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토니는 머릿 속의 짧은 리스트를 뒤져 보았지만 애초에 사람 얼굴이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 그건 아주 형편없는 시도였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는 처음 보겠군. 소개하지, 스티븐 그랜트 로저스 대위라네. 이런 정치적인 자리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늘 내가 자네에게 인사시켜 주고 싶어서 데리고 왔어.”

안녕하십니까, 스타크 씨.”

안녕하세요. 와우, 미남 대위님이시군요. 인기가 많으시겠는데?”

 

장군의 소개에 금발의 사내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왔다. 딱 겉으로만 보기에도 우성 알파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체격이 좋은 사람이었기에 토니는 아닌 척 하며 손을 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크고 단정한 손이 눈앞에 드밀어진 순간 홀린 듯 마주잡고 있었다. 코 끝에 기분 좋은 냄새가 스쳤다. 칭찬으로 입술을 놀리면서도 토니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팔 안쪽을 더듬어 패치를 확인했다. 잘 붙어 있는데. 스티브가 빙긋 웃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외모만 보고 다가왔다가 재미없다고 금세 흥미들을 잃더군요.”

저런. 다들 대위님의 진면목을 모르는 모양이네요.”

, 그럼 둘이 인사도 나누었으니 안쪽으로 가서 마저 이야기하세.”

 

장군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웃으며 토니와 스티브를 데리고 중앙 홀로 향했다. 파티 내내 스티브는 다른 장성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정중한 태도로 대했지만, 이상하게 토니의 근처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한창 국방장관 및 기타 기관의 수장들과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던 토니가 그걸 알아챈 것은 꽤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장군은 어느새 저만치에서 다른 이들과 대화 중이었다.

 

안 가보셔도 되겠습니까?”

 

토니가 샴페인 잔을 홀짝이며 스티브를 바라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꾸러기처럼 웃어보였다. 어차피 저는 정치에 소질이 없어서, 장군님 옆에 있어도 민폐가 되거든요.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휘감기듯이 들려왔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같은데. 토니는 샴페인이 오늘따라 유난히 달다고 생각하며 잔을 내려놓았다. 스티브는 아직도 토니 옆에 서 있었다. 확실해. 마음을 정한 토니는 파티를 빠져나갈 좋은 핑계가 생겼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핸드폰을 꺼내 다이얼을 눌렀다.

 

, 해피. 정문으로 나와. 아니, 오늘은 다른 데 들릴 거야. 그래.”

벌써 가시는 겁니까?”

 

스티브는 통화 내용을 듣기라도 한 듯, 서운한 얼굴을 했다. 토니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한 방을 날리기 위해 일부러 유혹적으로 웃었다. 스티브의 눈빛이 착 가라앉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빙고.

 

가야죠. 여기 말고, 더 좋은 곳을 알고 있거든요. 어떻습니까? 캡틴 로저스.”

기꺼이 그 초대, 받아들이겠습니다.”

 

때마침 해피가 차를 몰고 와서 미끄러지듯 둘의 앞에 멈추어 섰다. 토니보다 빨리 스티브가 차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먼저 타시죠. 배려하는 듯한 행동에 토니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차에 올라탔고, 뒤이어 스티브가 자리에 앉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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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귤자님이 썰로 저를 낚으사 미끼를 물고 파닥이는 제가 있으매..... (눈물범벅

다음편이 나올지 안나올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19금은 쓰고싶네요 이러쿵 저러쿵...!!!

by 치우타 2014. 6. 18. 01:34

Marvel Cinematic Universe 

Steve/Tony

Alternative Universe

Writing material by 귤자님


Lion, Man, and Love.



나무 위에서 선잠을 자고, 때론 목숨을 걸고 반쯤 자란 풀숲을 보호책 삼아 침낭에서 겨우겨우 잠을 청하며 사자 무리들과 함께 지낸 지 일주일 째. 드디어 사자들은 토니에 대한 경계를 어느 정도 푼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건 겉으로 보기에 그랬다는 의미로, 실제 그 무서운 맹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프로젝트 팀은 토니가 자연스럽게 무리 속에 녹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토니도 지친 얼굴로,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작업은 제법 순조로웠다. 더운 날씨에도 그럭저럭 적응했고 마른 먼지나 동물들의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딱 한 가지만 제외한다면.



"넌 대체.... 니네 엄마가 이번에야말로 날 죽일거야. 제발, 저리 좀 가. 응?" 



토니는 반쯤 행복한, 나머지 반쯤은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발치에서 뒹굴고 있는 것을 내려다 보았다. 저 혼자 신이 난 듯 바지 밑단에 온통 털을 발라대며 갸르릉대고 있는 것은 얼마 전 토니가 물을 먹여준 새끼 사자였다. 다른 또래들에 비해 몸이 조금 말랐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이 녀석은 언제부터인가 토니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내리 사흘 정도를 시달리던 토니는 일부러 어제와 다른 자리, 또 다른 자리, 아예 냄새를 맡기 힘든 곳 등에 숨어 있어도 귀신같이 찾아내서는 바짓가랑이를 물어뜯으며 칭얼대는 바람에 토니는 다른 사자들이 쫓아올까봐 기함하며 도망가는 걸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이 새끼 사자는 토니가 옆에 있으면 만족한듯 갸릉거리며 한껏 애교를 피웠다.


눈 앞에 귀여운 새끼 사자가 나랑 놀아달라고 온갖 묘기를 선보이는데도 놀아줄 수 없다니, 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토니는 괴짜에다 기본적으로 마이웨이 스타일이라, 누가 뭐라고 해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성미였지만 여기는 야생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 남아프리카의 사바나였다. 좀 귀엽다고 이성을 잃고 새끼 사자를 만지작거렸다가 어미의 손에 처참하게... 토니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휘휘 내젓고 카메라를 바로 잡았다. 오늘은 새끼 사자 무리와, 사냥을 다녀오는 어미 사자 무리를 각각 몇장씩 더 찍어야 했다. 


가릉가릉. 셔터를 몇 번 누르지도 않았는데 새끼 사자가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며 토니의 운동화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 제발. 토니는 애써 그 울음소리를 무시하고 눈 앞의 광경에 집중했다. 새끼 사자들이 저마다 구르고 쫓으며 재미나게 노는 모습이 보였다. 찰칵 찰칵 찰칵, 셔터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고 토니는 점차 찍는 일에 빠져들어 갔다.



"갸오옹-"



새끼 사자는 몇 번 울어도 토니가 거들떠보지 않자, 좀 더 대담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토니는 자세를 고정하고 사진을 찍느라 무릎을 땅에 딛은 채 반쯤 꿇고 있었다. 새끼 사자는 토니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발톱을 세워 옷을 타고 무릎 위로 기어올라갔다. 아무리 어린 새끼라지만 애완 고양이들처럼 깎은 발톱이 아니기에, 토니는 뜨끔한 아픔을 느끼고 짧게 신음을 흘렸다.



"아얏, 어.. 어어..! 끙......너 정말....."

"갸옹, 그르릉...."



괜찮은 샷을 건졌다고 좋아하던 기쁨도 잠시, 아예 무릎 위로 올라온 새끼 사자 때문에 토니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라듯 쳐다보자 새끼 사자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고는, 토니를 올려다 보며 가냘프게 끙끙거렸다. 이거 다 알고 그러는 거 같은데. 동그란 눈망울이 화내지 말라는 듯이 쳐다보는데, 누가 화를 낼 수 있을까. 물론 날 때도 있겠지만. 토니는 그대로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너 지금 나한테 이러는 거 완전 고문이야. 알아? 모르겠지, 귀여운데 널 만지면 내 목숨은 이거라고 이거, 훅 간다니까?

 .....아 그렇게 머리 들이대지 마! 안 만져줘! 못 만져줘! 에비!"



토니가 화를 못 낸다는 걸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새끼 사자는 금세 기세등등해져선 숫제 토니의 품에 머리를 들이대고 있었다. 이건 어느 동네의 신종 괴롭힘이지? 사바나인가? 이 녀석만인가? 토니는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애써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외면했다. 부모, 안되면 어미 사자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 새끼에게 손을 대는 건 그야말로 자살 행위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지고 싶다. 배 간지럽히고 싶다. 토니는 손이 근질거렸지만 마음 속으로 라이언 킹 주제곡을 부르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다 보니 사냥 갔던 암사자들이 돌아왔고, 새끼 사자의 어미는 식사를 하고 온 다음인지 입가에 피칠을 하고 자기 새끼를 데리러 토니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그 모습이 가히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토니는 숨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나 네 새끼 안 만졌어."

"...."

"진짜야. 손도 안 댔다고! 얘가 나한테 일방적으로 들이댄거야!"

"........"



이번엔 용감하게 자기 변호를 시도한 토니를 무감각한 표정으로 보던 어미 사자는 토니 무릎위에 있던 새끼 사자를 입으로 물어 데리고 갔다(이 과정에서 토니는 반쯤 졸도할 뻔 했고 새끼 사자는 토니 바지에 발톱으로 매달렸으나 결국 끌려갔다). 돌아가기 전에 어미 사자는 토니의 무릎에 머리를 한번 슥 부벼주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 버렸고, 남겨진 토니는 한참 동안 패닉에 빠져 있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하이에나 울음 소리에 퍼뜩 깨어 캠프로 허둥지둥 돌아갔다.



====================================================================

엄마의 허락이 떨어졌다!

토니가 스티브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띠링띠링)

휴 저렇게 귀여운 생물이 애교 떨고 있는데 못 만지는 것도 진짜 고문이겠죠. 힘내라 토니.

사자 주제에 너무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원래 동물은 귀신같이 알아요. 누가 해꼬지할지 아닌지.

이제 좀 더 보들보들 귀여운 장면도 많이 쓰고.... 빨리 스티브 키워서 토니랑 살게 해주고 싶네요 으아아아아아아아

by 치우타 2014. 6. 9. 23:23

Marvel Cinematic Universe 

Steve/T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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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material by 귤자님


Lion, Man, and Love.



"....젠장, 사자들하고 친해지기 전에 더위에 쪄 죽겠네."



토니는 목에 걸친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랴부랴 제출했던 사진이 운좋게 뽑혀서 메인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건 무척 기쁜 일이었지만, 팀원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토니는 시원한 자신의 저택이 그리워졌다. 물론, 그들이 토니를 속인건 아니었다. 계약 초반에 프로젝트의 내용과 장소에 대해 설명했고 토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고 토니는 흔쾌히 승낙했다(사바나라니! 끝내주네, 거기가 자연 동물원이라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상상과 현실에는 제법 큰 차이가 있는 법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팀원들은 장기 프로젝트며 야생 동물들에는 초보인 토니에게 가장 중요한 수칙을 가르쳐 주었다.

'절대 그들을 자극하지 말고, 같은 무리처럼 자연스럽게 친해질 것'.

생김새도 냄새도 다른 토니를 모두 경계할 것이며, 조금이라도 위협이 느껴질 경우 바로 공격해 올 거라는 베테랑의 주의 및 조언에 토니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죽기밖에 더 하겠어. 정글에서 살아남은 적도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그리고 지금, 한 사자무리의 근처에서 토니는 위험한 맹수보다는 더위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쟤네들은 저렇게 털을 잔뜩 두르고 덥지도 않나... 보호수단이면서 생존전략이겠지만, 어우.."



사진기는 늘 손에 들고 만일을 대비한 마취총과 조명탄, 기타 구급물품을 상비한 채 사자들과 익숙해지기 놀이를 한 지 벌써 사흘째였지만 여전히 사자들은 그를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옷도 자연색에 맞추었고 숨도 눈치 봐가면서 쉬었으며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었건만 저 빌어먹을 동물들은 수틀리면 토니를 물어제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원한 게 내 인생의 실수였던건 아닐까? 토니는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는 카메라 렌즈로 사자들을 살피며,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땀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



토니는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무척 갸날픈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그 순간 다시 한 번 같은 소리가 들렸고, 환청이 아님을 확인한 토니는 근처 덤불을 천천히 헤치며 작은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보았다. 사자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1m 정도 주위를 쑤석거리자 드디어 자그마한 털뭉치가 시선에 들어왔다. 아직 어린 새끼가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너.... 아직 어린데, 엄마는 어디 있어? ....굉장히 마르고, 맙소사. 물이라도 마실래?"



알아들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입이 멋대로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토니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새끼의 입에 천천히 물을 흘려넣어 주었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끙끙거리던 새끼 사자는 혀를 내밀어 물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새끼들과 만나면 섣불리 손대지 말라던 팀장의 엄중한 경고를 떠올리면서 토니는 약간 거리를 두었다. 더운 날씨에 지치기라도 한 건지, 새끼 사자는 토니의 소중한 물통을 다 비우고 나자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리는 것 같았다.



"이게 오늘 최대 비축분이었는데.... 다시 돌아가서 가져와야겠군. 너 나중에 신세 갚아라."



토니는 투덜거리며 물병을 품에 갈무리했다. 어쩐지 옆 얼굴이 따가운 느낌이 들어 돌아보자, 새끼 사자가 토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귀여워 죽겠네. 만지고 싶은데 그랬다간 오늘로 내 인생 종치겠지. 참자 토니 스타크... 괜히 움찔거리는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토니는 애써 새끼로부터 눈을 돌렸다. 아예 여길 뜨는 게 낫지 않을까? 진작 그랬어야지! 하지만 그가 천천히 등을 돌리고 발걸음을 하나 떼자마자, 새끼가 처량맞게 울부짖었다. 갸오오옹. 



"야, 난 느이 엄마 아냐. 왜 그렇게 울어? 누가 꼭 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용히 해."



토니가 황급히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새끼를 바라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새끼는 얌전해졌다. 뭐야 이거? 토니는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어 약간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얼굴을 보면서 발을 뒤로 빼서 물러났더니, 새끼는 숫제 하소연하듯 울어댔다. 이거 지금 나더러 가지 말라고 이러는 거지? 난 죽었다. 토니는 새하얗게 질렸다. [토니 스타크, 새끼 사자와 접촉하는 바람에 물어 뜯겨] [토니 스타크, 어이없는 죽음] [사바나의 안전, 이대로 좋은가?] 상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헤드라인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 사자는 이제 아예 토니의 발치로 다가와서 머리를 부비적대고 있었다. 하하... 인생이란 이렇게 허무한 거였군. 자비스 말이나 잘 들을걸. 석상처럼 굳어가는 토니의 등 뒤에서 이번엔 낮게 그르릉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언장 갱신하고 올 걸 그랬어. 토니는 신호탄이니 뭐니 하는 안전 수칙을 전부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고개를 돌렸다.


제법 덩치가 큰 암사자가 토니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토니와 발치의 새끼 사자를. 토니는 항복의 표시로 두 손을 들어보일까 싶었지만, 그랬다간 위협적인 행동으로 보일까봐 닥치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이봐, 내가 그런거 아냐. 네 새끼야? 얘가 나한테 먼저 들이댔다고. 가지말라고 크게 울어대고. 내가 뭘 어쩔 수 있었겠어? 응?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는 말은 목구멍 속으로 시시각각 사라져 갔다. 암사자는 잠시 코를 킁킁대더니 느릿하게 토니에게 걸어왔다.


아, 죽었구나.


눈을 질끈 감은 토니의 옆을 암사자는 가볍게 스쳐가더니 발치의 새끼를 입으로 물어 올렸다. 그러고는 꼬리로 토니를 툭툭 치고는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 버렸다. 새끼가 끙끙댔지만 암사자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살았어?"



토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기도 했지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온 몸을 감싸왔다. 암사자가 꼬리로 자신을 쳤을 때 이러다 공격당하는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 버린 것이다. 자비스한테 전화라도 해야겠어. 몇 분간의 안정을 취한 후, 토니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캠프 쪽으로 발을 옮겼다. 텅 빈 물통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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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지지리도 안 나가네요 드디어 스티브와의 첫 만남! 새끼 사자 스티브 ㅋㅋㅋㅋㅋㅋ 헤헤

by 치우타 2014. 6. 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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