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티엘은 늘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말없이 사라졌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절대로 변하지 않았던 한 가지. 아니, 거기에 복장을 포함시키면 두 가지일까. 하나뿐인 친동생, 샘 윈체스터와는 다른 유대로 이어져 있던 그와 조금 더 '특별' 한 사이가 된 다음에도 그 점에 있어서는 딱히 변화가 없었다. 아주 가끔씩 혼자 있는 게 영 싫을 때 -그렇다고 샘과 같이 있길 원하는 건 아니었다- 옆에 있어주는 걸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그 날도 카스티엘은 아무런 예고 없이 딘의 앞에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딘."

"...제발, 캐스.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날개 퍼덕이는 소리라도 내면서 와. 애 떨어지겠다고!"

"애가 떨어진다니? 임신이라도 했나, 딘?"

"뭔 헛소리야!! 그럴리가 없잖아! 이건 비유적 표현이야."

"비유...? 무슨?"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한 표정을 얼굴 가득 띄우면서도 뚫어져라 눈을 마주쳐오는 천사를 보고 딘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쓸데없는 지식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주제에, 비유적인 어구나 문장에는 터무니없이 약하다. 그야 천사니까 당연하겠지만. 그럼 대체 그건 어떻게... 딘은 생각을 넓혀나가려다가 그만두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쩐지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놈의 머리는 이럴 때만 풀가동으로 영상을 재생해버리는 탓이었다. 망할 뇌세포!


"...됐고. 무슨일인데?"

"이걸."


카스티엘이 팔을 들어 딘의 머리에 무언가를 씌웠다. 딘은 눈썹을 찌푸리며 슬그머니 머리에 손을 가져가 보았다. 부드럽고 얇은 천이 만져졌다. 왠지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재빨리 잡아당겨보자, 이게 왠걸. 시스루처럼 약간 투명하게 비치는 흰색의 천이 손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어디선가 비슷한 물건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하고 딘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카스티엘이 재빨리 딘의 손에서 천을 낚아채어 머리에 다시 얌전하게 씌웠다.


"어이, 캐스! 이게 뭐하는 거야?"

"잠깐만 그대로."


카스티엘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미술작품이라도 감상하듯이 딘의 모습을 천천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이거 면사포야? 엉? 딘은 소리 높여서 말을 뱉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입 속에서 맴돌기만 할 뿐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팔을 움직여 천이라도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했으나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빌어먹을, 캐스! 뭐하자는 거야!! 딘은 있는 힘껏 눈앞의 천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카스티엘은 딘의 화난 시선을 그대로 받아내면서 부드럽게 미소지었고, 그 웃음에 딘은 잠시 멍한 표정을 해보였다가, 이내 재차 눈살을 찌푸렸다.


"캐스! 너 정말 뭐하자는....!"


그대로 카스티엘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자 눌려있던 말이 급하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순간적인 해방에 딘이 어리둥절해져서 입술을 뻐끔거렸고, 카스티엘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딘을 끌어안고 입술을 겹쳤다. 갑작스레 덮쳐온 따스한 입맞춤에 딘은 무의식적으로 반항했지만 다정하게 감싸온 팔에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손해보는 것 같아. 멍한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입술이 조금 멀어졌다.


"딘."

".....뭐."

"사랑한다."

"?!!?!!?!?!?"


딘이 카스티엘의 고백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는 3초가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의 천사가 무슨 말을 속삭였는지 완벽하게 알아챈 딘의 얼굴이란, 그야말로- 볼만했다.


"너,너..너너,너너너.. 너...너어!!"

"얼굴이 새빨개졌다, 딘. 목덜미까지 같은 색이 되었는데.. 괜찮은가?"

"!#$%#!%&!!!!! 시끄러워! 닥쳐!!! 저리 가!! 보지 마!!!!!!"

"딘?"

"저리 꺼지라니까!!"


딘은 잔뜩 화를 내며 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고 카스티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멀뚱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시끄럽다고 항의하러 온 옆방사람이 오갈 데 없었던 딘의 화풀이를 다 뒤집어썼다는 것과, 조사를 마치고 늦게 귀가한 샘이 면사포 비슷한 걸 쓰고 있는 딘을 보곤 주저앉아서 웃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는 건 그 후의 이야기.

by 치우타 2011. 7. 28.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