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it..... yes, Michael. yes."


딘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분노, 실망,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이 뒤섞여 있었다.

불쌍하게도, 인간들 중에서는 그나마 봐줄만한 영혼을 가지고 있던 딘 윈체스터는 거의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하기사 지옥에서 돌아온 다음에도 꽤나 오래 버티긴 했다. 종말을 시작한 자로서 얼마나 오랫동안 발버둥쳐 왔는지. 헛된 노력을 하고 거기에 절망했는지. 또한, 얼마나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간절히 빌었는지.

미카엘은 아주 잠깐 동안 딘을 연민하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그 초록색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라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Rest in peace, Dean. you did your level best to please your family."



딘의 몸은 편안했다. 그렇게 상처 입은 얼굴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딘은 쓸 만한 그릇이었다. 가만히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살이 점점 더워지는 여름을 알리고 있다. 천국에서 봤던 것과는 어쩐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에 공원이 있는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온다. 문득 시선을 돌리자 낡은 나무벤치가 보였다. 뭔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발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티 없이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들과, 동물, 그리고 자연.

이 모든 것은 아버지가 창조한 것이다. 하늘이 열리고, 지상이 만들어지고, 동물과 자연이 완성되고, 인간이 탄생했다. 흙으로 빚어진 저 덧없고 비천한 생명체들을 아버지는 아낌없이 사랑했으며 그것은 그의 아들을 희생시켜 원죄를 대신 갚게 할 정도였다.


사람의 아들, 천주성부의 오른편에 앉는 주 예수 그리스도는 도둑과 나란히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었다. 인간의 파렴치함과 어리석음에는 진저리가 났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고 또한 그걸 이루는 것도 그리스도의 뜻이었으나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루시퍼는 반기를 들었고, 용서받지 못했고, 지옥으로 떨어졌다.


-어리석고 어리석구나. 동생아. 아버지의 뜻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것이다.

-누가 더 멍청한지는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거야. 형.


그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추락할 때 들었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미카엘은 그걸 털어내듯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난 걸까.

이런 감성적인 것은 천사에게 불필요한 것이다. 어떤 의심 없이 그분의 뜻에 따르는 것. 오직 그것만이 옳은 일이고 바른 일임을 자신은 안다. 감정은 항명에의 지름길이다. 그걸 천사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문득 그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총과 칼을 잡아온 손에는 자잘한 상흔이 있었다.

딘 윈체스터의 손. 딘 윈체스터의 몸. 딘 윈체스터의 눈으로 바라보는 풍경. 낯설지만 안락한 느낌. 아아, 그래. 이건 딘의 마음인건가. 그제서야 납득할 수 있었다. 하나뿐인 동생을 누구보다도 아끼던 그 마음은 자신과 비슷했기에 더 감정이 잘 전달되었는지도 모른다.


딘이 샘을 키웠듯이 미카엘도 루시퍼를 키웠다. 그에게 천사로서의 모든 것을 가르친 것도, 누구보다도 빛나는 자가 될 수 있도록 한 것도 자신이었다. 존이 샘을 아꼈던 것처럼 아버지도 루시퍼를 아꼈다. 지독할 정도로 닮은 인간과 천사 형제라니. 정해진 운명이라는 건 이토록 비참하고, 아름답고, 잔인하다. 어느새 저녁 어스름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공원으로 오던 길에 발견한 성당이 갑자기 눈에 밟힌다. 구경이나 하러 갈까. 아버지에게 드리는 제사를.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께서는 성부의 뜻에 따라 성령의 힘으로 죽음을 통하여 세상에 생명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이 지극히 거룩한 몸과 피로 모든 죄와 온갖 악에서 저를 구하소서."


성당 안에서는 한창 영성체 예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평일 저녁미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좌석을 메우고 있는 것에 솔직히 말해서 좀 놀라고 말았다. 종말이 가까워졌음을 느끼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원래 하느님의 어린 양인 그들은 늘 신실하게 이 자리를 지켜왔던 걸까. 어느 쪽이건 아버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겠지만.

게다가 의외로 딘의 몸은 성당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평소에 해온 언행으로 보아 절대 선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 또한 의외였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영성체송이 이어지고 사제가 제단에서 내려와 손에 성체를 들었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나와 성체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파이프 오르간이 연주하는 곡은, 이것 또한 재미있게도 미카엘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그는 가만히 맨 뒷좌석의 끝부분에 걸터앉아 눈을 감았다.


Panis angelicus fit panis hominum

천사의 양식이 인간의 양식이 되며

Dat panis caeltcus figuris terminum

천상 양식은 상징에 종지부를 긋는도다

O res mirabilis manducat Dominum

오 기묘한 일이여, 가난하고 비천한 종이

Pauper, pauper, servus, et humilis

주님을 먹는도다

 

by 치우타 2011. 7. 28.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