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으아악!”

“크악!”


소름끼치는 단말마가 공기를 찢으며 흩어진다. 어둡게 가라앉은 밤의 정적을 깨는 것은 인간이 아닌 생물체의 비명과, 피와 살점덩어리였다. 이정도의 소란이면 누군가가 잠에서 깨어 뛰어나올 법하지만 여기는 도로에서도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는 숲이다. 메아리가 더 넓은 곳까지 퍼질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딘은 산탄총을 재장전하며 바닥에 빈 탄피를 떨어뜨렸다. 내가 여기서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잔뜩 날카로워진 맹수의 살기를 피부로 느끼고 총을 손에 든다. 어디에서 공격해올지는 뻔하다. 정면.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캬악!!”


오늘은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다’. 옆에는 샘도 캐스도 없고, 세상은 여전히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거기에 대한 해결책이라고는 빌어먹을 천사들의 제의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의 양자택일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뭔가 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온 힘을 다해 눈을 부릅뜨고 있지만,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것 따위 아무래도 좋다는 걸. 매일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고 사냥을 다니고 사건을 해결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흘러갈 뿐이다. 그런 그의 속을 유일하게 간파해 낸 것은 ‘기근’의 기수. 드러낸 적 없는 저 밑바닥의 생각까지 끌어올려지는 기분이란 썩 유쾌하지 않다는 걸 그때에 처음 알았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심지어 허무조차도.


“하하.. 하하하.”


헛웃음이 입술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걸 눈치 챘는지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엄청난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래, 와라. 아직도 탄창은 잔뜩 있으니까. 너희들을 찢어발겨줄 은구슬은 차고 넘칠 만큼 있다고. 그러고 보니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다시 생각해본다. 짐승의 냄새를 맡았고, 마침 달도 흐릿하니 떠 있었고,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약은 취미가 아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 무언가에 취한 사람마냥 몽롱하고, 유쾌하고, 즐거웠다.


딘은 웃으며 총구를 들어 겨누었다.

by 치우타 2011. 7. 28. 0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