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2009년 6월 29일자 연성이에요 하하하하하하 부끄럽습니다......... 한창 4시즌때에 쓴 거네요.


 

딘이 악몽을 꾸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옥에서 그를 데리고 나온 이후부터 쭉,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마다 그는 지옥에서의 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겪고 있었다. 알라스테어가 매일 그를 고문하던 것부터 시작해서 딘 스스로가 다른 영혼들을 고문하게 되기까지의 일들.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제정신을 놓아버릴 정도의 끔찍하고 잔혹한 그 악몽을 그는 참고 견디어내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속죄인 양 온 몸을 난도질당하고 찢겨져서 피투성이가 되어도 비명 하나 올리지 않고 스스로와 마주하는 그 모습에는, 예전에 야훼의 아들로서 이 땅에 내려와 모든 인간의 죄를 짊어지고 희생하신 그분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섞여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힘으로는 그의 모든 절망과 고통을 완전히 없애 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매일 밤 그의 잠든 얼굴을 보러 가는 것이 일종의 습관처럼 되고 말았다.



“.........z...”



언제나처럼 딘은 피곤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조금 떨어진 옆 침대에서 당연하게 자고 있어야 할 샘은 외출이라도 했는지 자리에 없었고, 어디에 무얼 하러 갔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실에 대해 딘에게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이 사실을 딘이 알면 그저 화를 내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알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샘은 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이며 오히려 떨어뜨려 놓아야 할 위험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메리가 아자젤과 계약을 하고, 샘이 루비의 피를 마시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그는 딘의 하나뿐인 혈육 샘 윈체스터가 아닌, 가장 위협적인 적이 될지도 모르는 미지의 존재가 되어버렸기에.



“...음......”



복잡한 심경으로 샘의 침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자, 몸을 뒤척였는지 자세가 약간 바뀌어 있었다. 오늘도 지옥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가만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서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평소의 그라면 조금 괴로운 표정으로 땀을 흘리며 잠들어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늘은 어딘가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딘의 이마에 손을 올려놓는 순간, 몸이 확 앞으로 당겨지더니 침대의 스프링이 조금 크게 출렁였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갑작스러운 일에 놀란 이성이 어떤 명령을 수행하려고 하기도 전에, ‘감각’이 상황을 인식했다. 지금 자신은 침대 위에 쓰러져 있고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잠들어 있던 딘이라는 것. 거기다가 단순히 딘의 몸 위로 쓰러졌다면 별상관이 없었지만, 아주 당황스럽게도 딘의 팔이 자신을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어떻게 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는 상태였기에, 일단은 그의 팔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고 날개를 펼치기 위해 살짝 몸을 움직였다.



“..........가지 마.....!!”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무심코 몸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딘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지금 방 안에는 자신과 딘 둘뿐이었기에 잘못 들을 것도 없지만- 잠에 빠진 채로 말을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몸은 잠에 빠져있는데 뇌의 언어중추만이 움직여서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과정은 단순해 보여도 상당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잠꼬대라는 것은 정말 피곤하거나 혹은 꿈에 상당히 시달릴 때 이외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의 딘은 어느 쪽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만 두고...가지 마......!!”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움직였다. 바라본 딘의 얼굴에는 괴로움과 슬픔, 두려움의 감정이 강하게 떠올라 있었다. 언제나 그의 녹색 눈동자 속에서 볼 수 있었던 그 감정의 소용돌이는 하나가 되어 그를 깊게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심스럽게 한 손을 올려 딘의 이마에 대자, 그가 꾸고 있는 꿈의 영상이 흘러들어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의 곁을 떠나고 있었다. 어떤 이는 경멸의 표정으로, 어떤 이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한 표정으로, 갑작스러운 이별에 놀라 당황하는 딘을 돌아보지도 않고 제각각의 방향으로 모래가 흩어지듯 사라져갔다. 그 속에는 지금까지 만나왔던 이들은 물론이고, 딘에게 살아갈 원동력을 주었던 가족들도 있었다. 딘의 아버지 존 윈체스터와 메리 윈체스터.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들은 순식간에 어딘가로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샘마저 딘에게 등을 보이고 다른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딘은 절규하고 또 절규했지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까.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되는, 사랑하는 이들이 눈앞에서 떠나가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지옥의 고통이 그에게는 더 견디기 쉬우리라.


손을 떼어 꿈에서 벗어나자, 금세 눈앞에 딘의 얼굴이 있었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묵직한 기분으로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은 조금 앳되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더욱 처연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의 내가 그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가족도 아니고 사랑하는 이도 아닌- 그리스도의 전사인 자신이,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거기에 대한 해답을 당장 찾아내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최소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It's alright, Dean.”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딘을 마주 끌어안았다. 그는 조금 흠칫했지만, 이윽고 이쪽에 몸을 기대왔다. 어린 아이를 달래듯이 천천히 등을 쓸어내리며 귓가에 주문처럼 괜찮다는 말을 속삭이자 조금씩 딘의 팔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딘의 약한 모습에 미묘한 기분이 들어서 다시 한 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아까의 고통스러운 표정 대신 안도감과 편안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등을 꽉 붙잡고 있던 딘의 손이 스르륵 침대 위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고 이마를 맞댄 다음 작게 속삭여 주었다.



“You're not alone.”




다음 날 아침, 샘의 독촉에 눈을 뜬 딘은 침대에 앉아서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어젯밤에 악몽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시점인가부터 기억이 뚝 끊기고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던 것이다. 희미하긴 하지만 자신은 굉장한 패닉상태였고 정신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에 누군가의 속삭임을 듣고 구원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체 누구였을까. 그 전에 자신의 기억은 확실한 것일까. 딘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털어낸 다음, 막 욕실에서 나오는 샘에게 말을 던졌다.



“샘.”

“응? 왜, 형.”

“어젯밤에 나....뭔가 했냐?”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오히려 샘 쪽에서 뜨악한 얼굴을 하고 질문해오는 것을 보며, 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 녀석한테 뭔가를 기대한 내가 바보지. 하지만 ‘무언가’ 혹은 ‘누군가’ 가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기억도 애매한 주제에 이렇게 단언하는 것은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감각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심각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빠지는 딘을 보던 샘은 새 수건을 한 장 딘에게 던지며 말했다.



“요즘 피곤해서 그런 것 같은데, 빨리 샤워나 하셔. 오늘도 바쁘다구.”

“Okay, Sammy boy. 니 짐이나 잘 챙겨 놓으시지.”



딘은 수건을 받아 들고 휘적거리며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어젯밤에 대한 일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지만 오늘은 또 바비 아저씨와 셋이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있었던 것이다.

습관처럼 휘파람을 부르며 티셔츠를 벗던 딘은, 코에 와 닿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향기에 손을 멈추었다. 청량한 바람을 연상시키는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의 향기였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따스한 무언가가 퍼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은 분명 이 향기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늘 가까이에 있고, 바람처럼 왔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푸른 눈의 천사, 카스티엘.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 머릿속의 안개가 확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들어맞는다. 흔적도 없이 왔다가 사라질 수 있고,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아도 말없이 받아들여주고 이해해 주는 유일한 존재.

조금은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이라면 용기를 내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향기가 남아있는 부분에 살짝 얼굴을 묻고 작게 중얼거렸다.



“......Thanks, my angel.”

by 치우타 2011. 7. 28.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