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무더웠던 탓에, 수색도 잠입도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한 맥크리는 여즉 땡볕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솔져의 팔을 낚아채 질질 끌다시피 데려왔다. 붉은 바이저 너머로 무슨 짓이냐고 심기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솔져를 보며 맥크리는 거의 다 타들어간 시가를 솜씨 좋게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었다.

 

 "이런 날에 그러고 돌아다니면 쓰러져요."

 "난 강화인간이다. 이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는 나도 덥고, 어차피 수확도 없잖아요. 내 말 들어요."

 

 일부러 한 걸음 더 다가서면서 슬그머니 어깨를 쓸어내리자 솔져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긍정의 표시다. 아니나다를까 그럼 네가 앞장서, 라는 말이 들려왔고 맥크리는 기다렸다는 듯 모자를 푹 눌러쓰며 그늘진 건물의 뒷쪽을 골라 발을 내딛었다.

 

 "그래서 네가 고른 곳이..."

 "뭐든 확실해야 된다고 가르친 건 당신이었죠, 사령관님.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하고."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작은 호텔의 수영장이었다. 호텔의 위치가 안 좋았는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호텔에는 숙박객이 매우 적었다. 프론트에 있던 컨시어지는 복장이 수상하지만 꽤 후한 값을 지불하며 트윈베드 룸에 묵는 두 사람을 환영하고 전용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근처에 수배지 정보가 보이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안심하고 며칠 정도는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그런다고 해서 그 놈들이 목이라도 내밀 것 같아요? 일단 쉬기나 해요."

 "안내하라고 한 건 나였으니, 알았다."

 

 네 말대로 쉴 땐 쉬는 것도 좋겠지. 희미하게 미소를 덧그리는 입술을 바라보며 맥크리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이렇게 긴장할 사이도 아니거니와 그런 시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버렸는데. 거추장스러운 바이저며 자켓을 벗은 솔져는 맥크리의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샵에서 구입한 푸른 색의 심플한 수영복을 걸쳤다. 늘 꽁꽁 싸매고 다녀서인지 햇볕에 잘 타지 않은 피부가 눈부실 정도로 섹시하고, 또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거의 노골적으로 솔져의 온몸을 스캔하던 맥크리는 문득 툭 던지듯 말했다.

 

 "당신은 위에도 뭔가 입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더워 죽겠다면서."

 "아니, 그러니까."

 

 솔져는 무슨 소리하냐는 듯 눈썹을 위로 치켜올리면서 맥크리를 돌아보다가, 그의 시선이 가슴에 머물러 있는 걸 본 순간 반사적으로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나름 손속을 둔 약한 공격이었지만 당한 사람은 워낙 기습적으로 맞은 탓에 어윽 소리를 내며 수영장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다. 자업자득이군. 솔져는 일부러 맥크리가 빠진 곳을 지나쳐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발을 담그고 들어갔다.

 

 "푸하, 세상에. 제가 수영을 못 하면 어쩔 뻔 했어요?"

 "두 번 정도는 그래도 고개를 내밀었겠지. 죽기 전엔 건졌을 거고."

 "세상에. 무서운 분이시네."

 

 맥크리가 혀를 내두르며 천천히 솔져가 있는 쪽으로 헤엄쳐 왔다. 수영장은 그닥 깊지 않아서 두 사람 다 발이 닿고도 어깨 부근까지 드러날 정도였지만 더운 오후를 시원하게 보낼 만큼은 딱 좋았다. 늘 전장에서 긴장하거나 지친 얼굴을 하고 있던 솔져도 지금만큼은 풀어진 얼굴로 느긋하게 물의 감촉을 즐기고 있었다. 맥크리는 슬그머니 다가가 솔져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손길이로군."

 "이런, 들켰습니까?"

 

 애초에 감출 생각도 없었잖나. 짐짓 엄한 목소리였지만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맥크리가 용기를 내어 살짝 젖은 입술에 제 것을 가져다 대었고 놀랍게도 솔져는 순순히 받아들이며 입을 벌려 혀를 내밀기까지 했다. 맥크리는 머리가 핑 돌 것만 같은 강렬한 현기증을 느꼈다. 젠장.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지려던 입맞춤은 순식간에 짙어져 수영장의 물 소리 사이로 다급한 숨소리가 몇 번 오갔다. 중간에 호흡이 모자랐는지 솔져가 맥크리의 등을 투닥거리며 때리지 않았더라면 더 오래 붙어 있었을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맞은 건 억울하네요."

 "더 맞고 싶은 모양, 흐..."

 "여기, 이렇게 됐잖아요. 너무 야한데."

 

 차가운 의수와 따스한 손이 가슴을 만져오는 손길에 솔져는 낮은 신음을 토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간지럽히는 듯 살살 매만지다가도 강하게 주무르고, 특히 유륜 근처를 지분거리는 손가락이 말도 못하게 생생했다. 나 이대로 여기서 해도 돼요? 말로는 의문형이지만 이미 여기저기를 주무르고 더듬는 손길에 솔져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대답이 필요한 질문인가? 푸른 눈에 담긴 긍정의 뜻을 보고 맥크리가 다시 달려들었다.

 

by 치우타 2016. 8. 5.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