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는 랩실에서 한창 아머의 수리와 테스트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운동을 끝낸 다음 샤워까지 하고 올라온 스티브는 아는 체를 하려다가 자비스에게 미리 언질을 주곤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토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동그란 뒤통수, 자그마한 (평균치거든! 토니는 늘 투덜거리며 스티브에게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어깨와 곧게 뻗은 등. 유려한 척추 라인을 따라 내려오면 보이는 허리와 섹시한 엉덩이. 손에 꽉 잡히는 그 탄력적인 감각이란 언제고 스티브를 흥분하게 만들곤 했다. 토니는 어디서 보아도 완벽하고 멋진 남자였지만, 이렇게 프라이빗한 상황에서 몰래 훔쳐보는 뒷모습이란, 아.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정작 그 장본인은 그 표현을 듣는 순간 팔을 문지르며 닭살 돋는다고 쫑알거릴게 뻔했다.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아서 스티브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직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 토니. 

 내가 얼마나 당신을 욕망하는지. 당신을 사랑하는지. 당신에게 집착하는지. 당신을... 품 안에 가두고 싶은지. 

 아마 평생 모르겠지, 


 캡틴 아메리카라고 불리는 남자라곤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마음이 소용돌이친다는 걸 당신은 알까. 아주 가끔, 멤버들 몰래 윙크를 보내거나 대놓고 손 키스를 날릴 때. 느닷없이 키스를 해올 때. 개구쟁이처럼, 숨길 수 없는 애정으로 가득 찬 갈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볼 때. 그런 당신을 나만의 것으로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 스티브 로저스가, 토니 스타크에게 미쳐 있다는 것을.


 그만큼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스티브는 수건을 목에 걸치고 일부러 발자국 소리를 내어 걸어갔다. 고글을 쓰고 납땜질에 몰두하던 토니가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스티브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스티브! 운동 끝났어?" 드라이버를 내려놓고 먼저 다가서는 모습마저 지나치게 사랑스럽다. 스티브는 기쁘게 미소지었다. 당신의 등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앞으로도 영영 알 수 없을거야. 내 사랑. 

 

by 치우타 2015. 7. 11.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