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의 집- 어딘가 산 속에나 있을 법한 산장과도 같은 비주얼도 집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은 랩터 사육장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가깝지도 않았으나 만일의 사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거리라고 하는게 알맞을 것 같았다. 토니가 심드렁한 얼굴로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있자 오웬이 앞장서서 문을 열고 토니를 안내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시죠."

 "많이 누추하지만 실례하지."


 반 농담을 섞은 말과 순수한 진심이 섞인 말이 허공에서 부딪쳤지만, 오웬은 별다른 반응 없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씩 웃었을 뿐이었다. 토니는 그게 제법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오웬은 이 월드 셀러브러티가 소문보다 조금 더 심술궂고 조금 더 귀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신문 기사나 텔레비전을 통해 보아오던 토니 스타크는 머나먼 별 같은 사람이었으나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보니 점섬 더 상대로 하여금 호기심을 동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비장의 로스트 치킨 요리와 그 외의 깜짝 아이템을 준비하며 오웬은 토니에게 시원한 맥주 캔을 건넸다.


 "전기가 들어와?"

 "당연하죠. 이런 날씨엔 시원한 맥주가 꼭 필요하거든요."

 "흠. 뭘 좀 아는군."


 그런 점은 마음에 들어. 캔을 따는 경쾌한 소리를 뒤로 하며 두 사람은 잔 대신 캔을 맞댔다. 사실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최근 유전자 배합으로 만들어지는 공룡에 대한 이슈는 제법 이목을 끌고 있었고, 오늘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토니가 직접 참여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만 상쾌했던 연구소를 떠나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작은 집으로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자켓을 벗어 대충 의자에 걸치며 토니는 맥주를 목 너머로 넘겼다. 


 "군인이었다던데, 왜 굳이 이 일에 자원한 건지 물어봐도 되나?"

 "정확히는 해군이죠. 난 어렸을 때부터 동물이 좋았거든요."

 "공룡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보는데."


 동물은 동물이니까요. 오웬이 어깨를 으쓱하며 눈을 깜박였다. 요리가 거의 다 되어가는지 오븐에서는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었다. 본의아니게 아침을 거르고 쥬라기 월드 테마 파크에 도착한 토니는 제법 몸을 불린 허기를 느끼며 뱃속에서 소리가 나진 않는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섬세한 동작으로 알맞게 익은 치킨을 꺼내 접시에 담던 오웬은 토니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피식 웃었다. 진짜 귀여운 아저씨네.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요."

 "아, 뜨거!"

 "내 요리가 끝내준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흥분하진 말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기를 입에 가져가다가 뜨거움에 놀라 입술을 움츠리는 토니에게 오웬이 얼음물을 건넸다. 생판 남 앞에서 무방비한 모습을 잠깐이라도 보였다는 게 싫었는지 토니가 제법 날쌘 동작으로 컵을 가로채서 급하게 들이켰다. 저런, 그러다 목에 걸릴 텐데. 오웬의 예언 반 희망사항 반은 아쉽게도 빗나갔지만 토니는 아까보다 침착한 태도로 치킨을 썰어 먹기 위해 노력했다. 마치 포크와 나이프를 처음 써보는 사람 같았다.


 "...오. 이거 괜찮은데, 닭고기는 아닌 것 같고. 혹시.."

 "아. 공룡 고기에요."

 "농담이지?"

 "그것도 엄청 귀한 랩터 고기죠. 운 좋은 줄 알아요, 당신이 귀한 손님이라 대접한 거니까."


 오웬은 싱글벙글 웃으며 토니의 접시에 예의 그 '랩터 고기' 요리를 좀 더 덜어주었다. 토니는 포크를 든 채 얼어붙은 표정으로 접시와 오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입은 꽤 장난스러운 모양으로 실룩대고 있었지만,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이 자식 이거 진짠가? 토니는 날카롭게 울부짖던 랩터들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그만두었다.


 "....푸핫! 농담이에요, 그거 그냥 소 창자구이."

 "뭐? 소 창자?"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모르고 먹을 땐 괜찮았잖아요? 아니면 공룡 쪽이 더 나았나?"


 이번엔 경악한 얼굴을 한 채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보는 토니를 내려다보며 오웬은 윙크를 해 보였다. 얼른 더 먹어요. 다 먹고 나면 근처 구경이라도 시켜줄게요. 



by 치우타 2015. 6. 14.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