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주소 : http://archiveofourown.org/works/737528/chapters/1375227


*Twat : 바보, 멍청이 



빌보는 화요일의 남은 시간들을 좋은 책과 차를 즐기며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는 시끄러운 카페에 앉아서, 보푸르가 이런 저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의 큼직한 웃음은 거의 빌보로 하여금 마주 웃음을 되돌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난 그 애들을 정말 사랑하지만," 그는 건포도 식빵을 손가락으로 자르며 말했다. "걔들은 날 완전히 돌아버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그들은 작은 일들을 할 때도 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빌보는 그의 차를 다 마시며 동의했다. "우리 다른 가족들에게 가져다 줄 음료를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난 그 사람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하기 싫은데요."


"엿 먹으라 그래," 보푸르가 손을 흔들었다. "걔들은 소리지르는 애들이랑 조금 더 놀아도 될거야."


"커피 없이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아, 당신 말이 맞아." 보푸르가 씨익 웃었다. "난 그걸 좋아하진 않지만, 그 말이 맞아."


"그나저나 절 이렇게 초대한 이유는 뭔가요?" 빌보는 보푸르가 몇 개의 커피들을 나르는 것을 도우며 의문을 표시했다.


”음, 내가 말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쓸만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나를 보냈지. 난 그렇게 열렬하게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당신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기엔 꽤 괜찮은 사람 같았거든. 그래서 난 디스에게 메세지를 보내서 당신 번호를 물어봤고, 연락을 한 거야." 보푸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다야, 정말로."


"그리고 지금, 내 생각엔 당신이 이것들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 도와줘야 될 것 같은데요?" 빌보는 보푸르가 이 모든 걸 그 스스로 가지고 돌아가진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만약 당신이 괜찮다면," 보푸르는 씨익 웃고는 허리를 크게 숙여 인사하며 답했다.


 빌보는 안된다고 말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음, 어쨌든 당신이 이걸 다 가지고 가진 못할 것 같으니까요."


그들은 쉴새없이 이것 저것 이야기하며 햇빛을 즐기고 빈둥거리며 갔다. 보푸르와 이야기하는 건 어떤 것이든 아주 편했다. 빌보는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족의 결핍에 대해 고백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단지 그의 마음 속에 있는 끊임없는 외로움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보푸르와 다른 이들을 보고 질투를 느꼈다. 그는 디스의 집에 사는 사람들처럼 커다란 그룹과 관계를 맺는 것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망설이며 이야기했다.


"난 커다란 그룹과 잘 지내보질 못했어요,특히 가족들과 같은 것 말이죠."  그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보푸르에게 알려주었다. "당신들 모두가 내게 잘 해주고 있긴 하지만요." 그의 새로운 친구를 불쾌하게 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는 서둘러 말했다.


"아니야, 이해해. 당신 말이 맞아. 모든 사람이 우리들처럼 축복받은 건 아니지." 그는 친근하고 확실하게 빌보의 어깨를 토닥였고, 들고 있는 컵의 윗부분 밸런스가 잠시 위태로웠다.  "하지만 애들은 당신을 좋아해, 디스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할 거라고 믿어. 당신에게 피로 이어진 친척이 없을지 몰라도, 당신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을 가지고 있다는건 확실해."


빌보는 보푸르의 친절한 말에 마음 속 어딘가에서 따스함을 느꼈다. "고마워요, 보푸르." 그는 큼직한 미소를 얼굴에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정말 감사해요."


거실에서 몇몇이 이야기하는 것과 TV가 켜진 채 웅웅대고 있는 것을 빼면 집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빌보는 많은 두린가의 가족들이 피곤한 눈으로 하품을 하며 부엌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


디스는 지쳐 보였다- 그녀의 눈가는 어둡고 깊은 그늘이 져 있었다. "킬리가 지난밤에 악몽을 꾸면서 밴시처럼 소리를 질렀어요."  고맙게도 그가 내민 커피를 냉큼 집어들며 디스가 설명했다.  "그 아인 폭격 중에도 잠을 잘 수 있는 봄부르를 제외한 우리 모두를 못 자게 했죠." 


"그건 확실히 그의 코고는 소리가 폭격소리만큼 커서 그래." 몇몇은 글로인의 추임새에 낄낄 웃었다.


"필리와 킬리는 드왈린, 소린과 함께 거실에 있으니 인사하고 싶으면 가 봐요."


빌보는 그의 위장이 꽉 조여드는 걸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거실이 가까워지자 그 앞에 놓인 광경을 바라보았다.


소린은 거실 소파에 대자로 누워 입을 벌리고 크게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는데, 그의 머리는 풀린 채 쿠션과 얼굴에 얽혀 있었다. 드왈린은 방 건너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는 계속 깨어있으려는 것처럼 느리게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필리와 킬리는 거실 소파 앞 바닥에 앉아 키득거리며 안 지워지는 마커로 소린의 이마에 아주 조심스럽게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빌보를 보고 둘 다 굳었지만, 그가 당장 혼내려는 기색이 없자 필리는 한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빌보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을 지나쳐 가며 지금은 그들이 즐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는 뒷뜰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쁘게 햇살을 맞이하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마당을 가로지르는데, 어디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분 좋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잔디를 따라가서 펜스를 붙잡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는 펜스에 기대어 발돋움을 하며 노래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애썼고, 약간의 짜증과 흥미를 담은 한 쌍의 밝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안녕."


빌보는 펄쩍 뛰어올랐다. "오, 안녕하세요." 그는 약하게 미소지었다.


스란두일은 눈썹을 위로 들어올렸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나?"


"아뇨, 아뇨, 죄송해요- 저는 그저, 당신이 노래하는 걸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궁금한듯 물었다.


"전 그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다예요."


스란두일은 입술을 조금 씰룩여서 반쯤 미소지었다. "그거 듣기 좋은 말이로군."


"전 빌보라고 해요." 그는 여전히 발돋움을 한 채로 말했다. 스란디는 그의 키로 펜스 너머를 보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빌보는 그보다 작았고, 그게 몹시 부담스러웠다.


"스란두일이야." '짜증내는 스란디'는 그의 고개를 살짝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내 손을 건네고 싶지만, 뻗어서 닿기엔 당신이 너무 작아 보이는군." 그 말은 확실히 사실이었지만, 빌보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그럴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빌보는 남자의 아래 속눈썹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스란두일은 놀랍도록 밝게 소리내어 웃었고, 빌보는 거기에 매료되었다. "난 널 만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빌보."


"오, 물론이죠."  그는 갑자기 바보가 된 기분을 느꼈다. "난 당신이 엘론드의 사촌이라고 들었는데요?"


"그래, 난 여기에 일이 있고 엘론드는 내가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동안 여기 같이 있어도 된다고 허락해 줬지."


"가족이요?"


"내 아들, 레골라스. 그와 나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야. 엄마가 죽은 지 조금 됐거든."


"정말 유감이네요."


"그럴 거 없어." 스란두일은 그의 말을 잘랐다.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하니까."


"그는 나이를 많이 먹었나요?" 빌보는 그의 다리를 펜스 가장자리 가까이에 올려둔 덕분에 슬슬 다리가 아파옴을 느꼈다.


"그는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갔어."


빌보는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그 전에 다른 목소리가 먼저 말했다.


"빌보." 그는 몸을 돌렸고 소린이 살그머니 접근해 오는 걸 발견했다. 그는 그의 얼굴에 끄적여진 걸 보고는 웃음을 억눌렀다. "스란두일." 소린이 미간을 찌푸린 채 퉁명스럽게 인사를 던졌다.


"소린." 스란두일은 약간 찌푸린 채 아주 흥미로운 듯이 소린의 이마에 '멍청이' 라고 엉망으로 휘갈겨 쓴 낙서를 바라보았다. "네 조카들이 언제나처럼 장난을 그만두질 않은 모양이군." 그는 빌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즐거운 대화였어, 빌보. 아마 조만간 또 볼 수 있겠지."  그리고 그는 발을 휙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네, 아마도요." 빌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대답했다.


"그와는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게 좋아."  소린이 말했고, 빌보는 여전히 인상을 쓴 채 방금 전까지 스란두일이 있었던 곳을 노려보는 그를 발견했다.  


"음, 난 그의 친구가 되려고 여기 나온게 아니에요." 빌보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쏘아붙였다. "난 노랫소리를 들었고 그게 누구인지 보고 싶었어요- 누군가 내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잖아요." 


"물론 그렇겠지. 난 단순히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야. 스란두일은 친절한 사람이 아니고 가능한한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스타일이니까."


"그렇다고 들었죠."  그는 빌보에게 꽤나 괜찮아 보였지만.


"그런데 그가 내 조카들이 아직 말썽을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무슨 뜻으로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빌보의 입술이 씰룩였다. "아마 당신은 거울을 보는 게 좋을 거에요, 소린." 빌보는 손을 뻗어 그의 이마에 쓰여진 글자들을 매만졌다. "당신이 자고 있을 때 조카들이 약간의 창의성을 발휘한 것 같네요." 


그 말에 소린의 미간이 더 찌푸려졌지만, 빌보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그의 피부를 따라 닿았을 때엔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그는 빌보의 손을 이마로 가져가서 손가락으로 솔질하듯 거칠게 문질렀다.


빌보는 그 접촉으로 뜨거운 전기가 그의 몸을 뒤흔드는 걸 무시하려고 애썼다. "이리 와요." 대신 그는 말했다. "당신은 욕실에 가서 그걸 씻어내는 게 좋을 거에요. 내 생각엔 그걸 오래 놔둘수록 지우는 게 힘들어 지거든요." 빌보는 그를 집 안으로 이끌고 와서 소린이 욕실에 가 있을 동안 거실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가 방을 나와 계단의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빌보는 킥킥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걸 들었다.


"이게 뭐니?" 필리와 킬리는 그들이 숨어있던 소파 뒤쪽에서 살그머니 나오며 드왈린을 가리켰다. 그의 얼굴과 팔, 목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낙서들로 가득했다. "맙소사." 그는 아이들의 몰래 움직이는 능력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며 숨을 내쉬었다. 그가 두 녀석에게 허락한 것은 아니었지만. "너희들은 숨을 곳을 잘 찾아야 할 거야. 그가 일어나면-" 


"필리! 킬리!" 아이들은 얼어붙었고, 빌보는 문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그들을 보았다. "이 망할 녀석들 어디 있어?!" 


빌보는 움찔했다. "아무래도 너희들 당장 숨을 곳을 찾아야겠는걸." 그는 아이들에게 빠르게 제안했다.




==========================================================================

이번편은 길기도 했고 제가 여유가 좀처럼 나질 않아서 시간이 걸렸네요. 번역하고 보면 그렇게 긴 내용이 아닌 것 같은데, 읽으면서 해석하다보면 왜 이렇게 끝이 없는 걸까요... ㅋㅋㅋㅋㅋ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세상사 다 그렇지요.

필리와 킬리가 소린하고 드왈린한테 잔뜩 낙서를 해놨네요. 다음편에 분명 엄청 혼나겠죠! 소린 화내는걸 보면!

그리고 스란두일 노래가 어떨지 몹시 궁금한데 말이죠.. 빌보랑은 사이좋게 잘 지낼 것도 같고. 


다음편은 조금 더 빨리 하도록 할게요. 소린이랑 빌보 진도 좀 나가라.. 제가 보고싶은건 아직도 몇 편 더 남았네요


벌써 2014년도 끝나가는데 남은 사흘간 잘 보내시고 즐거운 새해에 또 뵙겠습니다!


by 치우타 2014. 12. 29.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