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의 동쪽에는, 에레보르라는 드워프들의 부유한 왕국이 있었다. 산 속 깊이 세워진 그 요새는 돌로 만들어졌지만 무척 아름답고 견고해서 주변에 이름이 높았으며 산에는 금의 광맥이 흐르고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등 희귀한 보석들이 가득하여 풍요로운 왕국으로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인간들의 도시, 데일과 무역을 하며 그들은 오랜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은 곳에서 일을 하던 어느 광부가 바위 틈바구니에서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빛나는 돌을 발견했다. 그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외로운 산의 심장인 아르켄스톤이었다. 불멸의 두린의 후예이자 에레보르의 왕인 스로르는 그것이 자신의 통치와 위엄을 상징하는 것이라 여기며 왕의 보석이라 이름 붙였고, 왕좌 가장 높은 곳에 장식하여 그 아름다움을 널리 자랑했다. 근처의 사이가 좋지 않은 엘프들마저 아르켄스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알현을 청하여 올 정도로 그 명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아르켄스톤의 이름이 퍼지기 시작한 날로부터 몇 달 뒤, 뛰어난 마법과 지혜로 이름 높은 로스로리엔 숲의 여주인- 갈라드리엘이 찾아와 그들에게 경고했다. 그것은 산의 심장이며 생명력의 원천이므로 다시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놓아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근심과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호의를 담아 친절하게 충고해 주었다. 하지만 이미 보석의 아름다움에 취한 스로르 왕은 헛소리하지 말라며 벌컥 화를 내고는 엘프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그녀를 감히 문전박대했고, 이에 갈라드리엘은 내 경고가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며 고개를 젓고는 발걸음을 돌려 숲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방문 이후 날이 갈수록 스로르는 더 많은 금과 보석을 갈망하게 되었으며, 특히 아르켄스톤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어 어루만지고 왕으로서의 업무보다는 금빛 찬란한 방에 들어앉아 자신의 전리품을 감상하는 데에 시간을 쓰곤 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아들인 스라인과, 손자인 소린이 업무를 도맡아하며 어떻게든 왕국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스로르의 병세는 나날이 심각해져만 갔다.


 두린의 날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 이례적으로 석양이 핏빛으로 물들어 모두가 막연하게 불길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 외로운 산 깊은 곳에서 위협적으로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긴 갈색머리를 풀어헤친 산의 정령이 튀어나왔다. 그는 스스로를 소개하지 않았지만, 드워프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외로운 산의 현신이라는 것을. 



"너희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행복과 평화를 누리게 해 주었건만 내 심장을 도둑질해가서 돌려줄 생각을 안 하는구나!"



그는 노여움에 가득 차 소리지르며 스로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는 점점 네가 가진 재물들에 의해 병들고, 결국 그 때문에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또한 스로르의 아들 스라인이여, 제 아비의

  죄악을 못본 척 한 죄로 너도 좋은 꼴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정령은 마지막으로 소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두린의 적통, 아직 나이가 젊은 왕자에겐 짐승을 뒤집어 씌워주겠다. 그릇된 탐욕을 끊고, 내 심장이 선한 이의 손에 의해

완전히 돌아오는 날 너희에게 걸린 저주가 풀릴 것이다. 기한은 앞으로 다섯 번째로 돌아올 두린의 날이다. 기억해라,

다섯 번째의 두린의 날이다. 만약 시일이 지나면 평생 그 꼴로 살아가야 할 것이야!"



말을 마친 정령은 포효하며 에레보르를 뒤흔들고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의 저주 이후, 스로르는 날로 병세가 심각해져서 아르켄스톤을 가지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기려다가 발을 헛디뎌서 실족사하고 말았다. 스라인은 눈 앞에서 떨어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목격하고는 반 쯤 정신이 나가게 되어 자신의 방에 구금되다시피 했다. 또한 소린은 정령의 저주에 의해 늑대의 모습으로 변하는 바람에 다른 이들 앞에 나설 수가 없었다. 활기 넘치고 아름다웠던 에레보르는 순식간에 침묵과 어둠에 휩싸여 황폐해졌고, 거기 살던 대부분의 드워프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에레보르에서 조금 떨어진 철산과 청색 산맥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후 에레보르는 '저주받은 요새' 로서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금기시된 장소로서 그 소문이 퍼지게 된다.


by 치우타 2014. 1. 28. 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