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는 오른손 넷째 손가락에 끼워진, 투박한 금빛의 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이걸 언제 받았더라. 벌써 희미해진 기억의 끄트머리를 애써 더듬으며, 토니는 괜시리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잡아당겨 느슨하게 했다. 숨이 트이는 느낌에 가볍게 공기를 들이마시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기가 폐부를 천천히 채워갔다. 조금 떨어진 키친에선 맛있는 커피의 향기가 솔솔 풍겨나오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도 토니는 데이트 장소를 쉽사리 바꾸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자비스가 준비하는 최상의 드립 커피도, 이 낡은 집에서 마시는 커피보다는 못했다.



"오늘은 조금 진하게 내렸는데.. 어떨지 모르겠군."


"음, 향기 좋고. ....와우, 이 정도면 바리스타로 취직해도 되겠어. 끝내주네."



솔직하게 칭찬하자 금세 기쁨으로 얼굴을 물들이며 푸른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스티브의 그런 표정을 볼 때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설레어 버리고 말았기에 토니는 늘 진정할 수가 없었다. 최근엔 쉴드 일을 돕는답시고 여기저기 불려다녔는데 (물론 모든 임무는 닉의 뒤치닥거리였지만) 근육도 더 탄탄해지고, 머리를 조금 스포츠형으로 다듬어서인지 예전보다는 현대적인 인상이 되었다. 길을 가다 돌아보는 사람도 늘어났으며, 그에게 대놓고 데이트 비스무리한 제안을 해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물론 토니는 요만큼도 그런 것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고- 대신 속으로 그들을 어떻게 응징할지에 대해 잠깐씩 고민했다가 치우곤 했다. (내가 이 나이먹고 뭐 하는 짓이야?)


그리고 사실 스티브는 이런 토니의 생각들을 다 꿰뚫고 있었다. 90살 넘은 할아버지 청년치고는 꽤 날카로운 직감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것도 다 모르는 사이 토니가 무방비하게 감정의 파편을 조금씩 흘리고 다녀준 덕분이었다는 것을, 스티브는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보통의 토니는 무척이나 유연하면서도 한 치의 틈도 없는 남자였다. 일견 가볍고, 때론 천박하게 느껴지는 표현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모두의' 셀러브러티였지만 그 자신의 진심은 보이지 않는 벽으로 촘촘히 둘러싸여 있었다. 스티브는 그의 외모가 토니 취향에 완벽한 스트라이크에 들어갔다는 점이 토니 스타크의 '연인' 으로서의 자격 중 하나기도 했지만, 몇 번 토니와 감정적으로 (때로는 이성적으로도) 부딪치면서 그의 튼튼한 가드가 어떤 것에 강하고 약한지를 파악해낼 수 있었으므로 지금의 발전적인 관계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토니는 스티브의 부드러운 시선을 애써 피하며 머그잔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놀 만큼 놀아봤다는 플레이보이 토니 스타크가 실은 덩치 큰 연인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평범한 남자가 된다는 걸, 어느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스티브는 숨길 수 없는 행복을 다시금 입가에 걸었다. 토니의 눈이 또 정처없이 허공을 헤매기 시작했다.



"토니."


"어? 왜, 커피 맛있다, 그런데 식으니까 좀 별로네. 응? 뭐라고?"


"사랑해."


"...누가 노친네 아니랄까봐 이런 말도 막 기습적으로 하고 그래, 좀 로맨틱하게-"


"키스하면서 할 수는 없잖나. 지금 할 거야."


"뭐? 잠깐, 이봐-"



항의의 말은 입술 안으로 먹혀들어갔다. 스티브는 조금 꿍꿍이 있는 웃음을 꾹 눌러담으며, 토니의 까칠한 입술에 제 입술을 부볐다. 여기에 열이 생겨나고, 점차 은밀한 방향으로 가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스티브가 천천히 토니를 끌어들여 제 품 안에 가둔 것처럼, 사실은 모두 이렇게 연인이 된다. 토니 스타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by 치우타 2014. 3. 29. 03:26

안녕하세요..... 최근에 일이 너무 바빠서 마음만큼 글을 못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운 좋게도, 3/25 세계최초 IMAX 시사회에 당첨되어 캡틴 아메리카2 윈터 솔져를 보고 왔네요.

너무 희미해지기 전에 리뷰를 좀 정리하고자 적어봅니다.


스포일러 주의해주세요! 아직 안 보셨다면 열지 말아주세요.



by 치우타 2014. 3. 26. 17:30

*초능력자 AU (원설정자 : 조나쁨)

*스티브 : 바람 / 토니 : 독



 토니는 담배를 입에 물고 깊게 빨아들였다. 유독한 니코틴과 타르 성분이 온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는 이 순간을 위해 그는 가장 독한 담배들만을 하루에도 몇 갑씩 피워대곤 했다. 타고난 능력 덕분에 세상의 온갖 독성물질을 접해왔는데 그 중에서도 기호식품에 해당하는 담배에는 도통 질리지가 않았다. 짧고 강렬한 효과를 위해서는 시거를 피우는 쪽이 더 좋지만, 그건 내킬 때가 아니고서는 굳이 손대질 않았다. 토니는 의외로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강한 독성을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닥치는대로 섭취하지 않는 것처럼, 그는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독들을 마음껏 취했다.



"여기 있었군, 토니. 한참 찾았네."



나른한 표정으로 희미하게 연기를 뱉어내던 토니의 얼굴이 인정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 목소리, 어쩐지 헐레벌떡 뛰어왔지만 아닌 척하려고 노력하는 기색, 이쪽의 분위기를 살피는 듯한 시선까지. 가능하면 오래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의 현 파트너이자 리더- 스티브 로저스임이 틀림없었다. 토니는 자꾸만 삐뚤어지려는 눈썹을 애써 억누르며 최대한 태연함을 가장한 채 몸을 돌렸다. 금발의 푸른 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해 보이는 얼굴이 거기 있었다.



"나를 왜 찾아? 임무도 없는데."


"그건...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랬네."



심드렁하게 던진 말에 돌아온 것은 글러브 한 가운데를 파고들 정도의 완벽한 스트라이크였다. 토니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 몇 번을 들어도 저 솔직함에는 정말이지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원체 사람이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단순히 착해빠져서 거짓말을 못하는 건지, 어느쪽이든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이 강직한 '리더' 씨께서 토니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졸졸 말이다.



"아까 아침에도 얼굴 봤잖아."


"자네가 바쁘다며 휑하니 나가는 바람에 이야기도 못했....."


"할 이야기 있어? 그럼 해봐, 들어줄테니까. 5분. 자 시작."


"뭐? 잠깐, 그렇게 갑작스럽게 말하면 어떡하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준비 씩이나 해야 할 정도로 거창해? 5분이면 되잖아. 초 단위까지 셀거야. 시간은 가고 있어, 캡틴."



냉랭한 토니의 말에 스티브는 금세 풀죽은 얼굴이 되어 체념한 듯 중얼거렸다. 다른 약속이 없다면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려고 했네... 마지막은 거의 기어들어가는 소리에 가까워서 토니는 본의 아니게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만 했다. 아니, 내가 대체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이런 벽창호 쑥맥 상대로!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난 토니는 얼마 남지 않은 담배를 바닥에 던져 세게 짓밟았다. 그 난폭한 행동에 스티브는 약간 움찔했지만, 푸른 눈을 신실하게 반짝이며 여전히 토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지 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눈빛에 토니는 아주 조금이지만 마음이 약해지는 걸 느꼈다.


그렇다. 토니는 금발에 푸른 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고 (특히 얼굴이 미형이라면 더욱) 스티브 로저스는 비록 그와 성격이든 뭐든 정반대지만 외모만큼은 아주 정확하게 과녁의 정중앙을 관통하는 10점 만점에 100점짜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성별따위 관계 없이, 토니는 보기에 괜찮은 외모를 선호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안 되나...?"


"....어디로 갈 건데?"


"...! 전에 자네가 먹고 싶다던 가게에서 얼마전부터 런치를 시작했네. 9번가 골목 중간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일세."


"그래? 런치를 시작했다고? 당신치곤 상당한 정보력인걸."



별 것 아닌 칭찬에 스티브의 얼굴이 온통 기쁨의 빛으로 물들었다. 거의 반짝이기까지 할 기세로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은 충분히 토니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고, 그는 속으로 험한 말을 뇌까렸다. 젠장, 왜 나는 이딴 취향을 가지고 있는거야!



"뭐... 좋아. 점심 정도 같이 먹는건 어렵지 않을 것 같군. 앞장서, 캡틴."


"! 정말인가? 그럼 이쪽으로 가세. 조금 빠른 길을 알고 있어."



처음 말을 걸었을 때와는 달리 신이 난 스티브는 앞장서서 걷다가 문득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토니는 새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 눈으로 대답했다. 왜? 대답보다 빨리 약간 큰 손이 눈 앞에 내밀어졌다. 



"자네를 에스코트할 영광을 주겠나?"


"...정말 가지가지 하네, 당신.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버려진 강아지 같은 눈 좀 하지마! 독 나올것 같으니까!"



자연스럽게 가시돋친 말을 퍼부어주려던 토니는 아까보다 더 처량한(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할지도 모르겠지만) 스티브의 눈을 보고 짜증을 내며 손을 맞잡아 주었다. 그제서야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스티브의 등을 보며, 토니는 어쩐지 요즘 이 멍멍이 같은 남자의 요청을 꽤 자주 수락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도 주변을 맴돌기에 귀찮아서, 혹은 별 생각 없이 응낙하곤 했던 여러가지 일들이 촤라락 필름마냥 머릿속을 지나갔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고, 특히 토니는 스티브에 대한 호감도가 요만큼도 올라간 것 같지가 않았다. 기분 탓이겠지. 남아있는 한 손으로 다시 담배를 입에 물면서 그는 잡생각을 털어냈다.



-조금 나중의 일이지만 토니는 이 때가 자신의 야생의 감각이 살아있을 때였다고 회상하게 된다.

by 치우타 2014. 3. 12. 01:37

첫 번째 : 토니의 경우


헬리케리어에 올라탄 토니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회의실로 향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그 토니 스타크도 세상이 다 꺼져버릴 것 같은 한숨을 쉴 만한 일도 있냐며 놀라워하거나 혹은 쉴드 내의 사소한 가십거리로 만들어 버렸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요사이 토니의 고민은 딱 한 가지였다. 캡틴 아메리카, aka 스티브 로저스.


시작부터 견원지간마냥 아웅다웅 다퉜던 둘이었지만 어벤져스 활동을 통해서 약간 변화가 생기는가 싶더니... 그 이후로는 이렇다할 진전이 전혀 없었다. 여전히 둘은 의견차로 말다툼을 했고, 주로 스티브의 의견대로 일이 진행되었으며(물론 토니가 거기에 순순히 따르지만은 않았다) 많은 확률로 스티브가 옳았지만 토니의 주장이 훨씬 효율적이고 피해가 적었던 경우도 있었다. 몇 번 그런일이 반복되자 토니는 화가 났고, 지쳤지만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치거나 그만두진 않았다. 스티브에겐 그런 모습이 플러스가 되었던 모양인지 일이 마무리된 후에 먼저 토니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기도 했다. 사실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성격 말고는 외모고 뭐고 완전히 토니의 스트라이크존이었던 스티브였기에, 토니로선 거절하거나 허세를 부리며 내칠 이유가 요만큼도 없었다. 대신 점잔을 빼기는 했다. 남자로서의 자존심도 있고 솔직히 좋아하는 티를 너무 내는 건 어쩐지 지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신뢰와 동료로서의 애정 비슷한 걸 쌓아가면서 점점 스티브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 토니였으나, 문제는 그 상대인 스티브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토니 혼자서 썸을 타고 있다고나 할까. 분명 이건 공통적인 분위기이며 감정이 맞는 것 같은데(적어도 플레이보이 경력이 상당한 토니의 눈으로 봤을땐) 종종 스티브가 인사를 먼저 건네거나 하는 일은 있어도 식사 제안이나 가벼운 대화를 걸어오는 적은 거의 없었다. 주로 대화도 토니가 주도했으며 식사 제안도 토니쪽에서 꺼냈다. 그리고 이건 단 둘도 아니라 어벤져스 멤버들이 다 낀 그런 공적인 자리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분명 토니는 스티브에게 제안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멤버 집합이 되어있더라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이 90년산 얼음덩이 캡틴이 분위기 파악을 못 해도 너무 못 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토니는 머리를 짚으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바른 생활이 일상인 남자에게 호감을 갖게 되다 보니, 파티에서 멀어진 생활로 일찌감치 방향을 바꿨던 토니였지만 한층 더 자기 관리에 매진하게 되었다. 최대한 덜 방탕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말을 던지지 않도록 조심했다(물론 이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스티브는 눈치도 못 채고 엉뚱하게 다른 사람들이나 만나며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토니의 속이 편할 리가 없었다. 쓸쓸하기도 했고,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 멍하니 삼십분 가량을 앉아있기도 했다. 


그냥 때려치울까. 토니는 몇백번이고 했던 생각을 프로그래밍하듯 머릿속에 띄워올렸다. 가망도 없어 보이는데 관둬버리는게 낫다고 이성은 차분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고, 감성은 사람 마음이라는 건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며 달래고 있었다. 그런 정신나간 듯한 자신과의 싸움도 시야에 스티브가 들어오면 깨끗이 자취를 감추어버리니, 미칠 노릇이었다.



"좋은 아침이군, 토니."


"아.. 좋은 아침, 스티브."



사람 좋은 미소를 앞에 두고 최대한 입술을 끌어올려 웃는 얼굴을 만들어낸 토니는 속으로 한숨을 재차 삼키며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이 긴가민가한 사이를 어쩌면 좋을까. 스티브의 옆얼굴을 힐끔거리며 회의 내용은 요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토니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평소보다 좀 더 묘한 얼굴을 한 닉 퓨리가 걸어왔고 그 뒤에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금발에.... 덩치가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토니는 기시감이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그쪽을 노려보았다.



"토니!"


".....퀼?"



스티브 못지 않게 훌륭한 외모를 지닌 남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리더- '스타로드' 피터 퀼이 그에게 기쁜 듯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토니는 그의 푸른 눈동자에 깃든 반짝임을 보는 순간, 왠지는 모르겠지만 앞날이 그닥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감하며 허허로이 웃음을 지었다.


by 치우타 2014. 3. 10. 01:45

-어디가 좋아


"있잖아, 솔직하게 대답해봐. 당신은 내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콕 집어서 말해야 하나?"

"그래도 되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규칙이니까 그것만 지키면 돼."

"흠. 우선 자네는 귀엽지."

"뭐? 귀엽.... 그래 그렇다 치자. 또?"

"장난기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긴장으로 떨릴 때면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어지네."

"그거.... 무척 구체적인걸. 다른 건?"

"뭘 입어도 매력적이고 섹시하지만, 사실 자네가 작업할 때 입는 나시티가 정말 좋다고 생각해."

"워, 말하면서 벗기는 거 반칙이야. 난 지금 대화가 하고 싶은 거라고."

"그럼 키스하는 건 된다는 소리군. 자네가 셔츠를 벗을 때 다가가서 품에 가두고 싶어."

"그래서 어제 갑자기...."

"쉴 새 없이 많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입술도 사랑스럽네."

"읍푸.....음, 당신, 지금.. 또 반칙....."

"어떻게 하면 나를 흔들어 볼까 하고 못된 장난을 궁리하는 것도 좋고."

"그런식으로 애 취급하는 거 싫다고 했잖아. 이봐 솔져, 엉덩이에서 손 떼."

"언제 만져도 탄력적인 이 곳도 충분히 좋고 말이네."

"지금 당신 반쯤 날 벗기고 있.... 질문은 그게 아니잖아! 점점 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이봐!"

"그렇게 부르면 더 하고 싶어지는걸. 이렇게 넥타이를 푸르면 순식간에 흐트러지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들어."

"알았어, 알았다고! 스티브! 어디가 좋냐고 물어본거지 이걸 하자는 말이-"

"싫은가?"

"..........그건 아니지만... 젠장, 또 당신 페이스야. 완전 짜증나."

"시작은 자네가 했으니 내 탓은 하지 말게."

"됐으니까 키스나 해, 미국대장님."

"분부대로 하지, 사장님."



by 치우타 2014. 2. 13. 23:57

안녕하세요..... 치우타입니다.


패기넘치게 소린빌보 1일 1연성을 시작해놓고 30일 되기 전에 엄청 밀리고 있네요 허헛... 인생무상

지금 회사일도 그렇고 여러모로 심란한데다 컨디션도 별로고 소재도 잘 안나와서 거의 슬럼프 상태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해봤는데 도저히.. 주말내내 멍때리고 넋나가 있었네요.

워낙 일주일치 분량을 넘게 못 써서 지금 심리적 압박감은 너무 크고 글은 안 나오고 최악이라서....

즐겁게 연성하자, 라는게 저의 모토인데 그걸 잃어버린 기분이에요. 

기다리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역시 제가 즐거워야 여러분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고..

해서 결국 날짜는 20일 이후부터 리셋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연성은 21일부터 시작하는게 되겠네요.

수위글인 17일차는 아직 수정중입니다 아마 곧 완료되지 싶어요! 화요일까진...?


그리고 다른 소식은 보호글 비번 관련으로 네이버 카페를 하나 개설했습니다.

이걸 사실 지난해 가을 말쯤부터 고민했던 건데 최근 게스트북쪽으로도 문의를 많이 주셔서...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이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올해부로 성년이 되신 분들까지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상한선도 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상한선 걸리는 분은 안 계실거라고 봐요... 아마도요. 


주소는 http://cafe.naver.com/stonythilbo  이쪽입니다.

메인으로 쓰는 커플링 두개를 이어붙였습니다 ㅋㅋㅋ 이런 싱크빅은 제가 없거든요.

근데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제 보호글이란 그냥 부끄러워서 가린거지 그렇게.. 야하진 않으니 너무 기대하지 마시고요...


늦은 일요일 밤입니다. 출근하시는 분들은 빨리 쉬시고, 다른 분들은 이 시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by 치우타 2014. 2. 10. 00:54

일본 유명사이트인 2ch 에서 히트친? 글을 가져와 패러디했습니다. 호빗에 맞게 바꿨어요.

타이틀은 [소린의 짐 속에서 배긴쉴드 19금 덥콘책을 발견해버렸다] 



빌보 「소, 소린이 미쳤어요! 부들부들
소린 「!? 그건 오해다! 오해라고!?
빌보 「소린이 범할 거에요!」 덜덜덜
소린 「그만둬라!


소린 「오해다, 마스터 배긴스.」
빌보 「그런가요……?
소린 「그래.
빌보 「그럼 그 책, 소린 거 아니었어요?
소린 「아니, 그것은 내 거긴 하지만……」
빌보 「범할 거군요! 소린이 범할 거잖아요!」부들부들
소린 「아, 아니라니까! 오해야!


빌보 「그, 소린도 물론 오랜 원정에 지쳤으니까, 이런 거에 흥미를 갖는 것 자체를 부정하려는 건 아니에요. 흠칫흠칫
소린 「……음.
빌보 「그런 책을 읽거나 보고 싶어지는 것도, 나쁜 일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부들부들
소린 「……이봐, 배긴스.
빌보 「뭐, 왜요!? 흠칫!
소린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말하는 건가?
빌보 「무서운 걸 어떡해요! 범할 거잖아!덜덜
소린 「그만둬!


빌보 「초 매니악한 방법으로 범할 거잖아요!
소린 「안 할 거다 그런 짓!
빌보 「우리가 늘상 노숙하는 장소에서 갑자기 덮쳐와서는 『손이 차군, 내가 따뜻하게 해 주지…』 라거나  그런 소리 하면서 

범할 거잖아요!

소린 「대사 따오지 마라! 아까 그 책에서 대사 따오지 마!


빌보 「뭔가 강요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특유의 매니악한 말 공격 같은 거 할 셈이죠!
소린 「안 할거다! 관둬!
빌보 「『너무 조이는군... 힘을 빼는 것부터 가르쳐야겠는데. 설마 내가 너의 첫 정복자인가, 빌보?』 그런 소리 하면서 범할 셈이죠!
소린 「대사 따오지 마라! 내 목소리 흉내도 그만둬!
빌보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매니악한 말 공격을 배워왔군요 당신…!


빌보 「아무튼, 그런 매니악한 플레이를 하려는 거잖아요……?
소린 「아니라고 했잖아! 그런 게 절대 아니란 말이다!
빌보 「더, 더 매니악한 짓을……?
소린 「아니야! 아니 그것보다 아까 네가 말했던 것 같은 건 배긴쉴드 팬덤에서는 전혀 매니악한 범주가 아니다!
빌보 「……어?
소린 「……아차


빌보 「……그, 그 정도는, 기본이란 거군요?
소린 「아무것도 아니다! 아까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빌보 「솔직히 아까 그것도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하는 걸 책에서 따온 거였는데……
소린 「내 말 좀 들어! 아까 그건 잘못 말한 거였다!
빌보 「이제 그 정도로는, 만족도 못 하는 거로군요……?
소린 「그만둬!


빌보 「소린이 점점 더 먼 곳으로 가버리고 있어요……
소린 「먼 곳으로 가고 있는 건 네 쪽이다…… 물리적으로도 거리를 두고 있잖나……
빌보 「그, 그치만 범할 거잖아요……
소린 「안 한다고 했잖나!


빌보 「너무 오랫동안 혼자 방황한게 잘못되었던 걸까요…… 모르는 새 소린이 위험한 세계에 발을 들인 걸지도……
소린 「그만해! 심각한 분위기로 만들지 마라!
빌보 「지난번에 모두와 이야기한 첫경험이니 뭐니 하는 게 문제였던 건……
소린 「듣고 싶지 않다! 어차피 네 이야기는 없었고 온통 남들이나 널 노리던 멍청한 놈들에 대한 이야기였잖나!
빌보 「하, 하지만 드워프적인 시각에서 보면 버진이라는 게 흥분 포인트가 되나요……?
소린 「그만둬라! 취향 탐색하는 거 그만둬!


빌보 「그, 그렇지만 아까 말했던 것 정도는 기본이라는 거잖아요?
소린 「잘못 말한 거라니까! 아까 그건 없던 걸로 해줬으면 좋겠군!
빌보 「그렇다면 버진사냥이라던가 그쪽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 거 아니에요……?
소린 「아니, 왜 갑자기 협조적이 된 거지!? 아까까지는 범할 거잖아요! 이랬으면서!?
빌보 「바, 반항했다간 더 끔찍한 일을 당할까봐서……
소린 「그, 그런! 아니, 안 할 거라고 했을텐데!


빌보 「그, 그럼 소린, 내 얼굴을 보고 말해줘요……
소린 「무엇을 말이지?
빌보 「『나는 배긴스를 범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고, 생각한 적도 없다.』라고.
소린 「뭐지 그 선언은!?
빌보 「말 안 하면 신용할 수 없어요! 약탈자하고 나란히 잘 수 없는걸!
소린 「약탈자라는 소리 하지 마!


빌보 「아, 아무튼 말해주면, 안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소린 「……으-음……
빌보 「여, 역시 왕족의 위엄에 어긋나는 거짓 선언은 못 하는 건가요 소린? 흠칫흠칫
소린 「거, 거짓이… 아니다!
빌보 「됐어요! 나는 소린이 거짓말 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니까!
소린 「그 분위기 관두라고 했다 배긴스!
빌보 「소린한테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을 하게 할 바에는, 내가 당신 취향을 직시해 줄게요!
소린 「말하겠다! 말할 테니까 시리어스 분위기는 그만둬라 부탁한다!


소린 「어, , 뭐였지……『나는』……
빌보 「『나는 배긴스를 범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고』」
소린 「그, 그랬지. 『나는 배긴스를』……
빌보 「……왜, 왜 그래요? 흠칫흠칫
소린 「음, 저기 배긴스-, 일단, 일단 확인하는 건데 말이지?
빌보 「뭐, 뭔데요?
소린 「이, 이 『범한다』의 범위가 어떻게 되지……?
빌보 「!!
소린 「일단 확인하는 거다!!


빌보 「그, 그건 즉 범위에 따라서는……
소린 「일단 확인일 뿐이다! 의외로 두 사람 간에 인식이 다를지도 모르지!
빌보 「범위에 따라서는 아웃일지도 모른다는 건가요?
소린 「아니, 그러니까 그 확인을 하자는 말이다!
빌보 「그, 그렇네요. 소린 기준은 좀 거시기하고 말이죠.
소린 「거시기라고 하지 마라.


소린 「어디 보지, 그럼 조금씩 확인해가겠나?
빌보 「네, 네에. 여기서 『범한다』의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그게……
소린 「……음.
빌보 「소린이 아까 그 선언을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네요.
소린 「아니…그건, 분명히 괜찮을 거지만 말이야
빌보 「그렇죠!
소린 「음-, 그럼 『범한다』의 기준점부터 정하도록 하지
빌보 「우선은 『키스』!
소린 「뭐!?
빌보 「뭐!?


소린 「잠깐! 일단 멈추도록 해라 배긴스!
빌보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소린 「아니다! 평범하게 하는 거 아닌가! 키스정도는! 동료 간이라면!
빌보 「안해요안해요안해요무서워무서워무서워
소린 「내가 한다거나 그런 소리가 아니란 거 모르겠나!? 일반적인 이야기잖아!? 일반적인 기준으로, 동료 간에 키스는 문제가 없다!
빌보 「안해요……


소린 「그, 키스라는 거 입술끼리 하는 게 맞는건가? 『사랑을 나누는 소중한 곳으로』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OK라고 한 거다.
빌보 「당연하잖아요…… 그렇다기보다 그, 소중한 곳을 OK로 했으면 진짜로 백엔드에 돌아갔을 거에요……


빌보 「저기, 아니 그렇다기보다 말이죠, 소중한 곳이 기준이면 아웃인 거 맞죠?그렇겠죠? 아니, 말 안 해도 되지만요.
소린 (정말 굴욕적인 순간이군……)
빌보 「으-음…… 그건 됐고 이제, 물어볼게요. , 어디 라인으로 하면 아까 그 선언을 할 수 있어요?
소린 「……음-?
빌보 「소, 소린이 정해줘도 괜찮아요. 그걸 듣고 대처할 테니까.
소린 「……으, 음……


(5분 후)

소린 「……
빌보 「…… 두근두근
소린 「……배긴스.
빌보 「힉?! 흠칫!
소린 「그, 그렇게까지 안 떨어도 돼!
빌보 「미, 미안해요? 놀란 것뿐이에요. 미안해요. 범하지 않을 거죠?
소린 「관둬라!
빌보 「……그렇다기보다, 이걸 오랫동안 생각한 시점에서 상당히 위험……
소린 「말하지! 지금 당장 말하겠다!


소린 「저, 그게 말이야……
빌보 「말해도 괜찮아요! 탁 털어놓고!
소린 「배긴스……
빌보 「이제 안 놀랄 테니까요!
소린 「음-…… 아마도, 무슨 라인이라도, 그게, 무리다……
빌보 「뭐
소린 「그게, 사실, 하고 싶고……
빌보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역시 진짜였잖아요오오오오!!!
소린 「미, 미안하다! 하지만 하고 싶어!!


빌보 「처음 그게 맞았잖아요!! 처음에 했던 리액션이 오히려 정답이었잖아요!!!!
소린 「미안해! 정말로 미안하다! 하지만 아까 그 말 공격 같은 거 엄청 하고 싶었어!
빌보 「그런 소리 못 들었다고요오오오!! 무서워무서워무서워어어어!!
소린 「입다물어, 빌보!! 조용히 하지 않으면 범하겠다!
빌보 「와, 완전 본성 드러내고 있어어어어!!!


빌보 「야외 노숙에서의 강제 플레이는?
소린 「기본
빌보 「털옷이라고 쓰고?
소린 「침대 대신이라고 읽지
빌보 「반항은?
소린 「극상
빌보 「정복욕은?
소린 「정의
빌보 「무서워요! 소린 무서워요오오!
소린 「괜찮을 거다. 나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게 해주지.
빌보 「뭐에요 그게!?
소린 「자주 나오는 패턴이야.
빌보 「자주 나오는 패턴이라뇨!?


소린 「무릎에 앉히고 애원할 때까지 흔들고 싶군.
빌보 「뭐에요 갑자기!?
소린 「미안하다, 이제 안 참아도 된다고 생각했더니 본심이 나왔어.
빌보 「무서워요! 그런 걸 안에 담아두고 있었다니 무섭다구요!
소린 「땔감을 주우러 가면서 나무에 밀어붙인 채 괴롭히고 싶고 말이야.
빌보 「그만 둬요 무서워!
소린 「그럴 때 다들 네가 왜 이렇게 늦는지 궁금해하며 찾으러 오는 거지.
빌보 「세세한 설정이라니... 소린? 무서워요!


소린 「이제 멈출 수 없다, 빌보.
빌보 「진정해요! 이제 그만하라구요!
소린 「모닥불가에서 품에 안고 불빛에 비춘 들뜬 얼굴을 보고 싶어.
소린 「근처에 다른 원정대원이 있을 때 옷 속으로 손을 넣어서 희롱하고 싶군.
소린 「네 몸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가르쳐 주고 싶다.
빌보 「마지막 건 평범한 소리 하는 거 같은데 무섭잖아요!


소린 「그렇게 됐으니 잘 부탁하지, 빌보.
빌보 「뭘 부탁하는 건데요?
소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이만 난 불침번 서러 가야겠어. 잘 자라, 빌보.
빌보 「이 타이밍에 물러나다니 더 무서워요! 아니 그것보다 뭐를 부탁하고 있는 건데요?
소린 「모포 잘 덮고 자라. 후다닥
빌보 「어어-…… 분명히 내일부터 뭔가 해올 거야……
빌보 「진짜 싫다 진짜로 무서워……
빌보 「왜 그런 책을 발견해버린건지 원……
빌보 「다른 대원들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 말할 수 없겠지…… 이런 특수한 고민……



by 치우타 2014. 2. 9. 23:30

요새 회사일 바쁜것도 그렇지만 제 몸상태가 너무 메롱하여... 작성하다 만 연성들이 계속 비공개 상태로 남아있네요 ㅠㅠ

이번주 주말까지는 반드시 다 따라잡고 말 터이니 혹 기다리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ㅠㅠㅠㅠㅠ 엉엉


+) 으 일요일에 추가합니다 왜 변한게 없을까요 ㅇ>-<  시간나는대로 해볼게요 흐흑흑흐 8ㅁ8 

by 치우타 2014. 2. 6. 22:44

 언제나의 아침 일과인 운동을 끝내고 나온 스티브는 최근 한 번도 울리지 않은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서투르게 날짜를 확인해보니 오늘은 수요일- 지난 일주일동안 그가 손꼽아 기다리던 바로 그 날이었다. 지금이 몇 시지? 같은 화면에 떠 있는 숫자는 7:30. 겨우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스티브는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뛰쳐나갔다. 


 

"남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 제일 싫어..."


"그만 불평해요, 토니.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내 일만 해도 모자랄 판에 수습이나 하고 있어야 되니까 그렇지. 재능낭비, 시간낭비야."



스티브 보고 싶다.... 이젠 거의 주문처럼 튀어나오는 토니의 말에 페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번 사건(?) 이후로 2주 가량이 지났고 토니는 그때 보낸 몇 시간의 휴식의 배는 더 일하고 있었다. 단순히 쉬었기 때문에 일이 많아진 게 아니라, 잘못을 거짓으로 덮어 만회하려던 어느 간부의 행적이 최근에서야 완전히 드러나는 바람에 최고경영자인 페퍼와 이젠 뒤로 물러난 토니가 덤터기를 쓰게 된 것이었다. 그는 이제까지의 책임을 물어 즉시 해고된것은 물론 그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고소까지 겹쳐서 인생이 몰락할 지경에 처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좀 불쌍하긴 했지만 그가 저지른 일의 뒷처리 때문에 스티브와의 저녁식사를 취소해야 했던 토니로서는, 이것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었다.  



"누가 알아요, 그러다 좋은 일이 생길지."


"이 상황에서 좋은일이란, 페퍼. 남은 스케줄이 취소되거나 하는 거 말곤 없을걸."



페퍼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눈으로는 화면을 쫓던 토니가 어깨를 잠시 으쓱여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단정을 비웃는 것처럼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둘의 시선이 모두 문쪽으로 향했다. 들어오세요. 페퍼의 대답에 나무로 된 고급 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렸다. 



"......스티브...?"


"좋은 아침, 토니."



누구든 한 번쯤은 돌아볼 정도로 잘 생긴 얼굴에다 금발에 푸른 눈이라는 완벽한 조건마저 갖추고 있지만 한 사람 외엔 시선도 거의 주질 않는 신실한 남자- 스티브 로저스가 수줍은 듯 노란 후리지아 꽃다발을 든 채 서 있었다. 막 체육관에서 달려온 것이 역력한 가벼운 옷차림이었지만 그게 그의 매력을 가리거나 흐리게 할 수는 없었다. 멍한 얼굴로 잠시 작업을 멈춘 토니를 내버려두고 페퍼가 스티브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달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린 토니는 데이터를 처리하던 손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포츠 양에게 자네의 스케줄을 물어봤네. 급히 변경되는 일정까지는 자비스가 확인하지 못한다고 해서... 마침 오늘은 회의 시작 전에 10분 정도는 시간이 있다기에 만나러 왔지."


"...내가 이번주 내내 연락 못한건 말야, 워낙 바빴어서..."


"알고 있네. 지금도 무척 바쁘다는 것도 알아. 그래서 내가 왔어, 너무 보고싶어서."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자진납세를 시전하려는 토니의 말을 가로막으며 스티브는 다시 미소지었다. 토니는 원래 바쁜 사람이었고, 그건 사귀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너무 일상적인 것이었기에 토니는 굳이 스티브에게 바쁘다는 말을 하진 않았고 거기에 대해 스티브도 지적하거나 자주 언급하진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직접 바쁘다고 말하고 있었고(손을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좋은 증거였다), 책상엔 서류가 잔뜩 쌓여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토니는 고개를 들어 스티브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무리 눈을 맞추는 것이 대화의 기본이라고는 해도 토니는 필요하다면 화면에서 시선도 떼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스티브는 그래서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고, 허세투성이에, 어디서든 매력만점이라 불안한 그의 연인이었지만 이런 사소한 행동들에 토니의 진심이 담겨있음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꽃은 바로 꽃병에 꽂기만 하면 되도록 미리 손질해달라고 했네. 자네 책상에 두었으면 좋겠어. 벌써 시간이 없으니 아쉽지만 이만 돌아가야겠군. 그럼... 토니, 오늘도 수고하게."



어느새 코 앞에 다가온 스티브가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고개를 내려 약간 거칠어진 토니의 입술에 쪼듯이 입맞추고는 물러났다. 그의 넓고 든든한 등이 문 저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토니는 멍청한 얼굴로 앉아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눈부신 금발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다음에야 그는 책상 위로 푹 무너졌다. 스티브 로저스와 사귀면서 얻을 수 있는 것. 급작스레 없던 기운이 솟아나는 걸 느끼며, 토니는 바른 자세로 고쳐 앉았다. 


연인으로부터의 꽃과 키스, 토니 스타크의 피로를 단숨에 날려버린 것은 아주 단순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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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한량님이랑 기운내 보아요 하다가 생각나서 잽싸게 연성해봄.

by 치우타 2014. 2. 5. 09:38

빌보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테이블 앞에 앉아 두 명의 드워프를 노려보았다. 아침의 불청객, 필리와 킬리는 평소의 선량하고 부드러운 시선이 아니라 당장에라도 누구든 콱 물어뜯을 것만 같은 서슬퍼런 호빗의 눈초리에 찔끔하여 테이블 밑으로 초조하게 발을 구르고 있었다. 이건 형 아이디어였잖아, 어떡할거야! 아니, 보고싶다고 한건 언제고? 작은 목소리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철없는 두 왕자를 보며 빌보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둘 다. 조용히 해요."



그야말로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악마같은 분위기의 말투에 필리와 킬리는 다시 헙 하며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았다. 사건의 발단은 별 거 아니었다. 최근 에레보르의 일들을 돕느라 이래저래 분주했던 빌보가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가진다는 첩보를 주워들은 둘은, 이때다 싶어 그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 일 아니면 소린 삼촌에게 붙들려 있느라 얼굴은 커녕 머리털도 구경하기 힘들어진 이 호빗은 묘하게 사람 마음을 안정시키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킬리는 형인 필리에게 빌보가 보고 싶다며 운을 띄웠고, 마침 삼촌도 집무실에서 바쁘겠다 기회가 좋은 김에 그저 만나러 온 것 뿐이었는데... 하필이면, 그들은 빌보가 조심스레 운반하던 쟁반을 엎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도 방금 끓여낸, 얼마 없는 샤이어의 찻잎으로 만든 런치 티 타임의 차 주전자와- 찻잔이 담긴. 



"내가 이전부터 분명 노크해달라고 했었죠."


"어.. 그랬던가?"


"분명 처음에는 그랬던것 같기도 하고..."


"말 했어요. 세 번이나, 여기 와서도. 그런데 어떻게 했죠?"


"우리가..."   "동의없이.."  "문을 열어젖혔지."   "아주 시원하게."   "부딪힐 기세로."    "자비없이."


"잘못을 인식하고 있다니 다행이군요."



얼음이 뚝뚝 떨어질것만 같은 목소리로 말하며 빌보가 환하게 웃었다. 형, 나 지금 도망치고 싶어. 조용히 해, 나도 마찬가지니까. 빌보가 제대로 화를 내는 모습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식으로 보게 되는구나. 둘은 들리지 않을 마음의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오후에 있을 그들의 일정에 대해 안녕을 고했다. 어쩐지, 잘못을 천천히 짚어가도록 조근조근 말하는 것부터가 심상치가 않았다. 빌보가 뭐라고 다시 입을 열려던 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시죠?"


"나다."


"소린...? 들어오세요."



방문자의 정체를 알고 흠칫하는 동시에 만세를 불렀다. 삼촌의 목소리가 이토록 반가울 수가 있다니! 드워프 수염 맙소사, 오래 살고 볼일이야! 발린이나 드왈린, 소린이 들었다면 이게 무슨 가소로운 소리인가 싶은 생각이었지만 지금의 필리와 킬리에게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푸른 클록을 걸친 소린이 들어오며 둘을 발견하고는 눈을 가늘게 치켜떴다. 오, 삼촌의 저 표정마저도 무섭지가 않아. 저 웃는 얼굴에 비하면.



"필리, 킬리. 여기서 뭐 하고 있지?"


"저희가 그만,"   "엎질렀어요."   "빌보의 차를 말이죠."   "그러려던건 아니었는데-" 


"거기까지. 너무 정신없으니까 번갈아가면서 대답하지 마라. 그래서 볼일은?"


"어- 다 끝난 것 같은데요. 그렇지, 킬리?"


"그럼요! 물론이죠! 우리의 용건 같은건 이미 아까 한참전에 끝났거든요."


".....그럼 가봐."


"알겠습니다, 삼촌! 그럼 나중에 봐 빌보! 정말 미안했어!"



필리와 킬리는 소린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재빠르게 의자를 박차고 문 밖으로 튀어나갔다. 정신없이 인사를 날리는 둥 마는둥하며 도망치는 둘을 보고 소린이 혀를 찼다. 아직도 철 들려면 한참 멀었군.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바쁘다던데."


"나머지는 발린에게 맡겼어. 기왕이면.. 같이 마실까 했거든."



소린은 작은 주머니를 들며 웃어보였다. 얼마 전 데일의 영주인 바르드에게서 받아온 희귀한 잎차가 든 꾸러미였다. 빌보는 주머니를 받아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조금 전과 전혀 다른 미소를 짓고는 소린을 부둥켜안았다.



"고마워요! 이거 전부터 말했던 거네요, 그럼 지금 바로- 아끼던 건 깨져서 이것뿐인데... 괜찮아요?"


"상관없어. 더 좋은 걸로 마련해줄테니 오늘은 임시로 참도록 하지."



소린은 바닥에 처참한 모습으로 깨어진 주전자를 흘끔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빌보가 바쁘게 물을 올리러 가는 뒷태를 감상하며, 그는 오후에 있을 교육의 강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by 치우타 2014. 1. 31.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