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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을 때, 빌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그건 그런 종류의 좋은 게 아니었다. 그의 위가 얼얼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는 해도, 엄청나게 갈증이 나는 것 같았다.

빌보는 그의 위 속에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뒤섞인 채 가라앉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뭐였든지간에, 빌보는 그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한번도 어떤 것에 기대하는 즐거움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는 기다리는 것과, 깜짝 놀라는 건 싫어했으며 그게 바로 빌보가 스릴러를 보는 걸 혐오하는 이유였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 사실이 빌보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의 성격에 대해서 더 많은 걸 알려줄 수 있었다. 


그는 한동안 침대에 앉아서 해가 충분히 떠올라 그의 방 온도를 가늠하듯 슬쩍 발가락을 기웃거릴 때까지 다른 쪽의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그게 동의할만한 상황이었다고 판단되었는지, 그는 침대를 빠져나와서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욕실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갔다. 


그는 최대한 떠나는 것을 늦추었다. 심지어 바삭한 패스트리들을 하나씩 상자에 집어넣으면서 그것들을 나란히 맵시 있게 조정하기까지 했다. 그런 다음, 마침내 체념의 한숨을 내쉬며 필리의 생일 선물을 팔 아래에 단단히 말아넣은 다음, 11시 15분 즈음에 디스의 집으로 향했다.


날씨가 정말 좋았고, 빌보는 차분해지기 위해 아침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걸어갔다. 


그들이 사는 거리에 다다랐을 때, 빌보는 두린 가 사람들을 보기 전에 소리로 알 수 있었다. 괴성은 뒷마당에서 들려왔고, 그가 문에 노크했을 때 과연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아무도 오지 않는 문에 서서 그는 다시 한 번 노크를 해야 할지, 아니면 선물을 문 앞에 두고 집으로 돌아갈지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문이 던져지듯 열렸다.


"그것들은 패스트리인가?"  남자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말이었다.


"아, 네." 그는 그것을 넘겨주었다. "필리와 킬리가 이걸 가져다 주길 원했거든요." 그의 머리는 밝은 오렌지 색이었고, 빌보는 그의 머리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또 두꺼운 콧수염은 어디에서 시작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곤란했다. 그는 또한 사람이 이렇게나 크고, 붉은 색의 둥그런 뺨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


"당신이 빌보겠군!"  남자가 기쁜 듯 껄껄 웃었다.


"네, 그래요, 저에요."  하지만 그는 들어오라고 말하는 대신, 몸을 돌리더니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보푸르! 이리 와 봐, 빌보라는 친구가 왔어!"  얼굴에 미소를 띄운 사람이 그를 환영하기 위해 왔다.


"안녕!" 그는 손가락이 없는 낡은 장갑을 낀 손을 내밀었다. "난 보푸르에요." 그의 목소리는 두껍고 아일랜드 억양이 섞여 있었으며, h 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당신 모자가 마음에 드네요." 빌보는 뭐라고 하면 좋을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말했다. 그가 쓴 코사크 모자(춤이 없고 챙이 높은 방한모) 는 털로 만들어져서 좀 따뜻해 보였지만, 빌보는 거기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고마워요! 난 이걸 영원히 쓰고 있을 거에요." 그는 모자의 귀 부분을 붙잡고 말했다. "거의 벗지를 않죠. 들어와요, 들어와요!" 그는 다른 남자를 바깥으로 밀며 빌보를 향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봄부르는 때론 그가 온 문가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까먹죠." 그는 전염성이 있는 웃음을 터트리기 전에 빌보에게 말했고, 갑자기 빌보 또한 이유도 모른 채 조금 키득거렸다. 


보푸르는 대화의 대부분을 이끌었고, 그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다. 장난감을 직접 만드는 토이 메이커로서 그것을 나라 곳곳에 판다고 했다. 그는 이제 몇몇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서 두번째 가게를 내어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에 있었다. 때로 사람들이 지나갔고 보푸르는 그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년 전 용접 사고로 머리에 뜻밖의 부상을 입은 비푸르를 만났다. 피부가 회복되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금속 조각이 아직 그의 두개골에 있고, 제거하기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의사는 그것을 안전하게 놔두기로 했다고 한다. 보푸르는 농담조로 비푸르가 사고 이후 어떤 것에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되었으며, 그가 작은 무언가를 깎을 때마다 끊임없이 조심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부엌에 갔고, 거기에서 우연히 또 다른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쪽은 오인이에요." 보푸르는 테이블에서 뭔가를 섞고 있는 남자에게 손짓했다. 오인은 움직이는 대신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움직이는 접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경쓰지 마요." 보푸르는 빌보가 속상함을 나타내자 납득시키려는 듯 말했다. "그는 청각 장애가 있거든요- 때가 되면 당신을 알아차릴 거에요." 그는 여전히 돌아보지 않는 오인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어 다른 남자가 부엌에 들어왔고, 그는 보푸르와 빌보를 보자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이쪽은 글로인." 보푸르는 그를 소개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글로인은 손을 흔들어 악수했고, 빌보는 그의 손에 수많은 상처와 굳은살이 배겨 있는 것을 느꼈다.


"이 녀석이 지금 문제인 거죠?" 그는 오인의 어깨를 두드렸고, 덕분에 나이 든 남자가 펄쩍 뛰어오르게 만들었다. "네 그 빌어먹을 보청기 좀 켜!" 글로인이 오인에게 소리쳤다. 오인은 그의 귀에 손을 뻗어 조청기를 조작했다.


"뭐?" 그가 물었다.


"이제 드디어 됐군!" 보푸르는 부엌에 들어오는 남자를 향해 넓게 팔을 뻗었다. "오인, 이쪽은 빌보에요. 오인은 의사죠." 그는 빌보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평소보다 조금 크게 말하도록 해요." 그가 조용히 지시했다.


"오, 아주 인상적이네요." 빌보가 이야기했다. 오인은 그걸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미소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당신은 생일을 맞이한 녀석을 아직 못 봤나요?" 글로인이 그의 관심을 끌며 물었다.


"아직요." 빌보는 고개를 흔들었다. "보푸르가 모두를 먼저 소개해 줬거든요."


"음, 그가 당신에 대해 계속 물어봤어요." 그는 빌보에게 이제야 알려주었다. "킬리도요."


"그랬나요?" 그는 뱃속에서 약간의 죄책감이 기어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럼 가서 인사하는 게 좋겠어요. 전 그들을 기다리게 하는 게 싫거든요." 그는 일시적으로 햇빛때문에 가려진 뒷마당 쪽으로 갔다.


"아, 빌보 씨!"  프레린이 제일 먼저 그에게 인사하기 위해 다가와 그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다시 만나서 반갑군요."


"저도요."  그는 그 외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빌보 삼촌!"  킬리는 빌보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거의 그를 땅에 태클하다시피 했다.


"뭐 하는 거니?"  그는 킬리를 다리에서 떼어내기 위해 애썼다. "우린 겨우 어제 만났잖아."


"그렇지만 우린 당신이 보고 싶었어요. 필리!" 그는 이제 자기 형을 불렀다. "빌보가 왔어, 필리!"  필리의 금발과 아주 비슷한 바람이 번개같이 달려왔고, 필리는 그를 향해 열렬히 다가왔다.


"빌보!"


빌보는 팔을 내밀어 저지했다. "나한테 달려들진 말아줘!"  필리는 미끄러지면서 멈추었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잔디가 온통 그의 머리에 얽혀 있었고 머리엔 형편없는 색의 종이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 킬리가 그를 위해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빌보는 그걸 알아채고 미소지었다.


"하지만 킬리는 당신한테 뛰어들었잖아요."


"킬리는 나한테 묻지도 않았어."  빌보는 그를 앉히고는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생일 축하한다,"  필리가 활짝 웃었다. "선물받은 것들은 벌써 열어 봤니?" 


"네!" 필리는 빌보가 등 뒤에 무언가를 감추었는지 보려고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당신 선물은 어디 있어요?"


"안에, 가서 뜯어보렴- 하지만 조심해야 돼!"  필리는 벌써 흥분해서 달려나갔고, 뒤이어 킬리가 따라갔다.


디스가 미소지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뭐 좀 마시겠어요?"  빌보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필요할 것 같아요."


"이제 당신이 모두를 만났을 것 같은데요."  디스는 음료를 가지러 테이블로 향하며 물었다.


"네, 보푸르가 제게 어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소개해 줬어요."


안쪽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내 생각엔 필리가 드디어 당신 선물을 열어본 것 같네요." 디스가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필리가 연습용 칼을 위험하게 흔들며 달려 나왔다. "당신이 내게 칼을 줬군요! 내게 칼을 줬어요! 빌보 삼촌이 나한테 칼을 줬다고요!" 


"그래, 나도 봤단다 아가야."  디스가 미소지었다.  "조심하렴, 넌 그걸로 창문을 깨거나... 다른 사람을 찌를지도 몰라."

 

"너희 엄마랑 상의했단다."  빌보가 필리에게 알려주었다.  "네가 수업을 열심히 들었기 때문에 내가 너에게 그걸 줘도 괜찮다고 했어."


"이건 정말 끝내줘요!"  그는 그것을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옆으로 휘둘렀다. "고마워요, 빌보 삼촌!" 그런다음 그는 흥분에 차서 마치 도살업자마냥 나무를 향해 달려나갔다.


"오, 저런."


"걱정 말아요, 그가 부숴보지 않은 구조물이란 없으니까. 난 그걸 승리라고 부르죠. 소린," 디스는 그녀의 오빠를 불렀다.

"와서 빌보에게 인사해요." 빌보는, 정말 감사하게도, 꽥 소리를 칠 뻔한 것을 억누를 수 있었다. "소린을 기억하죠, 빌보?"


"네, 물론 기억하죠."  그는 다른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안녕하세요."


"안녕."  그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소린이 그 외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기에, 빌보는 어색하게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요. 음... 저는 가서 좀 앉아야 할 것 같아요." 그는 미끄러지듯 재빨리 움직여 걸었다.  "만약 괜찮다면요.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좀 지쳤거든요." 


"오, 물론 그래도 좋아요. 당신은 오늘 여기에 일하러 온 게 아닌걸요, 빌보. 나도 쉬는 날이구요."  


"맞아요, 그렇죠."  무서울 정도로 큰 남자에게 멀어지며 그는 안도했고, 한 의자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 주저앉았다. 킬리가 기운넘치는 모습으로 구르듯 그에게 달려왔다.


"패스트리를 가지고 왔나요, 빌보 삼촌?"


"그것들은 안에 있단다. 내가 좀 가져다 줄까?"


"너무 늦었어!"  봄부르가 얼굴에 넓직한 미소를 걸고 외쳤다.  "내가 그걸 다 먹었거든."


킬리의 입이 툭 벌어졌고, 그의 얼굴엔 배신감과 충격의 감정이 뒤섞였다.


"상당히 맛있었어."  봄부르는 전혀 자각없이 이어 말했다.  "당신이 그것들을 만든 거야??"


"네, 그래요. 제가 만들었어요."  빌보는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이 그걸 다  먹었다고요? 앉은 자리에서?"


봄부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하지, 안될게 뭐 있나?"


"당신이 우리 패스트리를 다 먹었어! 필리!!!"  킬리가 봄부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빌보가 우리를 위해 만든 패스트리를 봄부르가 다 먹었어!!"


"그것들은 내 거야!"  필리는 익살맞게 웃으며 구르고 있던 봄부르를 칼로 겨누어 휘두르고 쓰러뜨렸다. 킬리는 그의 형의 지시에 따라 빌보 옆에서 떨어져 나온 다음 가여운 남자를 공격했다.


"너와 네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필리가 소리지르며 남자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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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길었네요... 가족 소개하다가 한 편이 다 지나가 버렸어 소린하고 헬로밖에 못했엌ㅋㅋㅋㅋ 슬프네요..

그리고 봄부르가 나빴습니다. 애들 주려고 만든 패스트리를 다 먹어치우다니, 맞아도 싸요. 

먹을걸로 원한 생기면 장난 아닌데..... 쯧쯔


by 치우타 2014. 1. 5. 13:25

에레보르를 눈 앞에 두고 원정대는 잠시 지친 몸을 쉬어가기로 결정했다.바로 코 앞까지 다가온 두린의 날과, 금방에라도 닿을것 같은 거리의 왕국을 두고 쉬이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았으나 고블린 동굴에서의 일과 더불어 뒤쫓아온 아조그 무리와의 사투 덕분인지 다들 금세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불침번은 가장 기운이 남아도는 킬리가 담당했고, 부상을 입은 소린은 불가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빌보는 어디 있는가 하면- 조금 놀랍게도 소린의 바로 근처였다. 소린의 목숨을 구했으며, 원정대의 일원으로 훌륭하게 자신의 몫을 다 해낸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몇 번 뒤척이던 빌보가 드디어 숨을 색색 내쉬며 잠에 빠져들자, 소린은 감았던 눈을 뜨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킬리는 이쪽을 등진 채 주위를 경계하고 있으니 눈치채진 못한 것 같았다



"....빌보."



시험삼아 나직하니 이름을 불러 보았더니, .. 하는 작은 신음만 들려오고 여전히 잠에 빠져들어 있다

소린은 안도의 한숨을 뱉으며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빌보를 약간 일으키고는, 부상당한 사람답지 않은 빠른 손놀림으로 조끼를 벗겨냈다. 잠깐이라고는 하나 손이 와 닿았으니 깨어날 법도 한데, 평생 인연이라곤 없었을 칼도 쓰고 용기도 낸 탓인지 미동도 하지 않고 쿨쿨 잠들어 있기만 했다. 소린에게는 무척 다행이었다벗겨낸 조끼는 단추가 온통 뜯겨져 나가 있었다


늘 잠그고 있던 옷이 어째 영 헐렁해 보인다 했더니, 아무래도 고블린 동굴에서 탈출할 때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래서야 보온 효과도 별로 없겠군. 짐도 거의 빼앗기거나 잃어버렸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건 별로 없었지만, 새 단추를 달아줄 정도의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소린은 바위에 등을 기대어 앉아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으, 등에서 소리가 난 것 같아.."



다음날 아침 누구보다도 일찍 잠에서 깨어난 빌보는 기지개를 켜며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시선을 부드럽게 움직이자 등을 돌린 채 불침번을 서고 있는 킬리가 보였고, 근처에 팔짱을 끼고 잠든 필리, 바닥에 누워서 코를 골고 있는 봄부르, 옆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보푸르와 비푸르, 대자로 뻗어있는 노리와 도리, 그에 비에 얌전하게 잠든 오리, 자는 모습조차 와일드한 드왈린, 엎드려서 기절하듯 자고 있는 오인과 글로인, 잘 안 보이는 발린, 그리고 자신의 조끼를 손에 쥔 채 약간 불편하게 잠든 소린이 보였다. 모두 그대로였다. 빌보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다가 홱 돌렸다


내 조끼를 든 소린? 불편한 자세로? 빌보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눈을 아무리 깜박여 봐도 눈 앞에 있는 소린의 모습은 틀림이 없었으며 그 손 끝에 들려있는 조끼 또한 자신의 것이었다.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일단 소린의 눈 앞에 손을 흔들어 보았다. 깨어나지 않는다. 빌보는 조심스레 조끼를 소린의 손 안에서 빼내고 살펴보았다. 그리고 응당 없어야 할 것이, 있는 것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섬세한 세공이 들어간 단추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양 가지런히 달려 있었다. 몸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 에레보르를 앞에 두고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을 텐데. 그는 늦게까지 이 작업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것도, 옷이 벗겨질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쿨쿨 자고 있던 자신을 앞에 두고. 빌보는 조끼를 꽈악 쥐었다. 어제의 일들이 다시 되살아나며 괜히 뺨이 홧홧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 또 어떤 것이 있을까. 빌보는 잠든 소린을 내려다보며 뭉클한 감정에 휩싸였다.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러자면, 일단..아침식사부터 준비해 볼까?"



호빗인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이면서, 또한 가장 자신있는 일들 중 한 가지.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이었고 또 아침식사 중에 분명히 소린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감사와, 신뢰, 그리고.. 그리고 또 다른 고마움의 표시를. 빌보는 다른 드워프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살금살금 걸어가 킬리에게 인사를 건네고, 먹을 것을 찾으러 나섰다. 아껴두었던 허브잎으로 놀래켜 주면 다들 좋아하겠지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걸친 조끼에서 단추가 햇살에 비쳐 반짝반짝 빛이 났다




by 치우타 2014. 1. 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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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를 쓰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원래 생각했던 포스팅이 더 늦어졌네요.

결국 이렇게 해의 마지막에 와서야 쓰게 되다니 ㅋㅋㅋㅋㅋ 사람은 부지런해야 합니다... 아니 근데 안써져서....


소린빌보 커플링 잡담과 포인트 감상 접어둡니다. 그냥 내용 자체가 스포일러 주의.



by 치우타 2014. 1. 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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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회차를 찍었건만 너무 늦은 리뷰를 적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할 이야기도 많고 정리도 안 되어서... 사실 오늘도 그닥 정리된 느낌일지는 잘 모르겠네요.

전편에 이어서 훌륭한 소린빌보가 폭발하는 데다가 여러가지로 참 괜찮은 2편이었습니다.


자세한 건 따로 빼서 적어볼게요. 우선은 전체적인 감상부터, 약간 매니악한 포인트 + 커플링 감상은 추가 포스팅합니다.



by 치우타 2013. 12. 3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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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차

"빌보, 그러고 보니 몇 살이야?"

필리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빌보는 잠시 자신의 나이를 세어보았다.


"흠, 51 정도 된 것 같은데요. 아마 제대로 세었다면."

"뭐?! 그 정도 밖에 안 됐어? 나보다 연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킬리가 호들갑을 떨며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도 덩달아 팔짱을 끼고 동의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기, 숫자로는 그럴 지 몰라도 이건 수명의 문제기도 해서 내가 연상인 건 맞는 것 같은데요.... 빌보의 진심 어린 항의는

아무래도 그들의 귀에 잘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삼촌이......"      "솔직히 꽤 차이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필리, 킬리. 이번엔 또 뭘로 빌보를 괴롭히고 있는 거냐."

"너무해요, 삼촌! 우리가 언제 괴롭혔다고!"     "맞아요, 지난 번엔 그냥 산책간다기에 혼자 보내는 게 걱정되서-"

"내가 분명 오늘 오후까지 마쳐야 할 숙제를 낸 걸로 기억하는데."


소린의 낮고 진중한 어투에 둘은 흠칫 몸을 떨고는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잊은게 있었지,

이따 봐요 삼촌! 발빠르게도 다음에 이어질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그들은 발을 굴러 순식간에 소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두린의 혈통이 저렇게 재바르지 모해서야 , 앞날이 걱정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지?"

"그냥 나이에 대해서.. 제가 그 둘보다 어리다로 난리던걸요."


빌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소린은 잠시 조카들의 나이를 떠올리듯 손가락을 꼽아 보더니, 꽤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몇 살이었나?"

"제대로 세었다면 51.... 우리가 여행한 시간들이 있고 하니 이젠 52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순간 소린은 목이 졸린 듯한 소리를 내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에 놀란 빌보가 그의 등을 토닥였지만, 기침은 한참이나 멎질 않았다. 그리고 오후에 조카들을 만난 소린은 그들에게 빌보와의 화제에 대해 일체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2. 수염


입술이 맞닿고, 뜨거운 호흡과 말캉한 혀가 서로의 입안을 드나드는 질척하고 깊은 키스가 한동안은 두 사람의 전부였다.

점차 숨이 가빠지는 걸 느낀 빌보가 소린의 어깨를 두드려 멈추기 직전까지는, 좀처럼 이 애정어린 행위가 끝나지 않을 정도로 드워프의 왕은 그의 사랑스런 호빗과의 키스를 즐겼다.


"이러다가... 내 폐활량이 줄어들겠어요."

"그 반대일 것 같은데."

"애써 담아둬도 당신이 다 빼앗아 가잖아요."


원망스러운 듯이 시선을 흘기면서도 빌보는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굳이 입밖에 내어 표현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도 소린과의 키스를 상당히 좋아했다.


"그러고보니.. 신기하네요."

"....? 뭐가 말이지?"

"지금까지 한 번도 당신 수염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는 게 말이죠."


빌보는 조심스럽게 소린의 짧은 (다른 드워프들에 비해서는) 수염을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었다.

드워프들에게 있어서 수염은 상징적인 것이기 때문에, 설령 그가 연인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더라도 함부로 그에 대해 언급하거나 만지는 것은 실례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키스의 여운을 음미하면서 장난스럽게 매만지는 정도라면 그의 왕은 너그러이 봐 주었다.


"어설프게 다듬으면 길이에 상관없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야. 내가 실력이 좋은 거지."

"오. 그렇게까지 말하면 한 번쯤 보고 싶은걸요."

"나중에. 오늘은 조금 급한 일이 있어."

"공무는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빌보의 말이 채 이어질 수 없었던 것은, 거칠지만 다정한 손길이 그의 셔츠 속으로 파고들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by 치우타 2013. 12. 31. 09:40
원글주소 : http://archiveofourown.org/works/737528/chapters/1372693

장르 : 베이비시터 AU 



드왈린은 생긴 것처럼 무섭지는 않았다. 그의 손에 조심스럽게 들린 작은 찻잔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빌보는 디스와 함께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의 인생을 생각하며 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곰처럼 커다란 남자가 조심스레 컵을 입술로 가져가면서 한 모금 마시는 모습은, 마치 여왕님 같았다. 너무 웃음을 눌러 참느라 그만 터져나왔을 때, 그는 기침하는 시늉을 했다. 오리가 손수건을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고, 거기엔 유아용 젖꼭지도 함께 있었다.


"난 언제나 감기나 혹은 다른 것에 시달려요," 그는 그것을 가지고 설명했다. "난 내 면역 체계가 아주 형편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드왈린은 늘 간호사 놀이를 하고 말이죠." 빌보는 그의 상냥함에 고마워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또한 그는 오리가 한 말로 그의 머릿속에 불편한 이미지가 떠오르려고 하는 것을 완벽하게 무시했다.


"그 밖엔 누가 오나요?" 대신 그는 순전히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했다. 필리와 킬리가 말한 '그들 모두' 는 모든 것을 적절하게 설명하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음, 우리 아버지인 스라인과," 그녀는 손가락을 세어 보였다. "그리고 오인, 글로인, 보푸르, 비푸르, 봄부르, 도리, 노리, 그리고 내 오빠들인 프레린과 소린이 와요." 그녀는 연속으로 빠르게 그 이름들을 말했고 빌보는 대부분의 이름들을 듣지 못했다. 사실, 그녀의 말은 특이하게 들렸으며 한번은 아주 길게 발음했다. 


"맙소사."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렇게 말했다.


디스는 크게 웃었다. "그들은 우리들 중 일부일 뿐이에요. 내가 당신에게 우린 정말 대 가족이라고 말했잖아요."


빌보는 깊이 생각하곤 말했다. "내 생각에도 그랬던 것 같네요...."


"걱정 말아요," 오리가 빠르게 확신하듯 말했다. "모두 정말 좋은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제일 두려워하는 건 식사시간이거든요." 그는 깔깔거렸다 : 밝고, 친근한 말투였다. 빌보는 드왈린이 그의 파트너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리는 'aww' 하는 이상한 소리에 저항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의 말이 맞아." 발린이 빌보의 관심을 끌며 동의했다. "식사가 끝나면 접시 위에서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보이거든- 밥 먹는 동안 그게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 좀 하는게 좋을거야." 


"난 두린과 그들의 저녁식사 사이에 끼는 게 싫어." 이 낯설게 울리는 듯한 소리는 드왈린으로부터 나고 있었고, 빌보는 재빨리 그것이 웃음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만약 그가 이걸 다른 방에서 들었다면, 빌보는 그것을 위협적인 울음소리로 간주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까지 도착하는 건가요?" 그는 대화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물었다.


디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 중 언제든지, 혹은 내일 아침 일찍일걸요." 완벽한 타이밍으로, 차임벨이 크게 울렸다.


"내가 갈 거야!" 필리는 소리치며 부엌에서 튀어올라 대문 쪽으로 향했다. 킬리는 그의 뒤를 바싹 쫓아서 통통 튀듯이 뛰어갔다.


"내 생각에 그들은 도리와 노리일 것 같아요." 오리가 말했다. "그들은 내 형제들이죠," 그는 미소를 띈 채 빌보를 향해 돌아서며 설명했다. "그들을 마지막으로 본 지 꽤 됐거든요. 그래서 기대돼요. 도리는 일하느라 바빴고 노리는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감옥?" 빌보가 눈을 크게 뜨고 반복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디스가 그에게 보증했다. "만약 그가 정말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내 아이들 근처에 두질 않았을 테니까요."  그건 빌보를 조금 더 나은 기분이 되게 해주었다.


"그는 손버릇이 나빠요, 빌보 씨." 오리가 자세히 말했다. "낚아채서 가져가는 그런 습관이 있죠." 


"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지갑을 더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아주 날쌘 손재주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정말 뛰어나죠. 그는 갱생 그룹에 들어갔고 이제 더 이상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아요."


"아니." 드왈린이 눈동자를 굴렸다. "그는 지금은 카드 사기를 하고 있을 뿐이야."


"당신은 그걸 증명할 수 없잖아요."


빌보는 몸을 돌려 두 남자를 데려오기 위해 문쪽으로 향했다. 한 명은 그의 옅은 머리칼속에 두꺼운 회색의 땋은 매듭머리가 있었고, 그리고 다른 사람은 오리와 비슷한 머리였지만 그보다 더 밝고 붉은 색이 조금 더 짙었다. 그들은 낯선 이들마냥 서 있었다. 그렇다면 도리와 노리일 것이었다.


오리는 기쁨에 찬 소리를 내며 그의 의자에서 뛰어내리고는 그의 형제를 포옹하기 위해 움직였다. 


"보푸르는 같이 오지 않기로 한 거야, 노리?"


노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그의 형제와 나중에 오기로 했어."


"쟤들은 싸웠거든." 드왈린이 빌보에게 몸을 기울이고는 속삭였다.


"무엇 때문에요?"


"신만이 아시겠지," 드왈린이 대답했다. "걔들은 모든 걸 가지고 싸우거든. 그런 다음엔 망할 토끼들처럼 서로의 위에 있고 말야."


마시던 것이 빌보의 목에 탁 걸렸다.


오리는 황홀해하고 있었다. "이건 멋져." 그가 이제 말했다. "하지만 노리, 내가 만들어 준 가디건을 안 입고 있네."


"진정해, 동생아." 노리가 대답했다. "그건 내 가방에 들어 있어. 입기엔 너무 더웠거든."


도리는 그저 킥킥 웃었다. "내 동생에게 잘 대해주길 바래." 그는 드왈린에게 말했고, 부엌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디스가 일어나서 주전자에 다른 티를 채웠다. 드왈린은 그닥 대답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마시겠어요, 도리?" 디스가 권했다.


"아."  도리는 잠시 생각했다. "네, 만약 괜찮다면 당신이 찬장에 숨겨둔 스카치를 조금 마셨으면 하네요. 아주 긴 아침이었고 난 한 숨도 못 잤거든요." 


"이런 아침에 약간이라도 그걸 마시는 게 적절한 거야?" 드왈린이 여기 있는 유일한 애들-노리에게 매달려 있는-을 둘러보며 의아한 어투로 말했다. 노리는 웃으며 아이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자네도 원한다면 마셔. 난 한 잔으로 그들에게 육체적 상해를 입힐 수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하지만."


드왈린이 인정하고는 평화의 제스쳐로써 손을 들어 보였다.


"자 그럼, 이 사람은 누구죠?" 도리가 빌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사람은 빌보 배긴스에요." 디스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는 베이비 시터고, 당신이 그에 대해 들어봤을 거라고 확신해요."


"오, 그래요." 도리가 유감스럽다는 듯 미소지었다. "가족들의 상당한 대화 주제였죠."  


"만나서 반가워요, 배긴스 씨- 빌보, 맞죠?" 노리가 빌보의 손을 꽉 잡고는 열렬하게 악수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정말 좋군요- 놀라울 정도로 좋아요."


"아, 네." 빌보는 머뭇거리며 그의 손을 빼냈다.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전 제가 그렇게 화제가 되는줄은 몰랐네요." 그는 약간의 혼란을 느끼며 덧붙였다.


"음, 누구든 혈연이 아닌 사람이 그 두 녀석과 한 달 이상 지냈다는 건 가족들의 화제에 오를 만 하죠. 안 그래?" 노리는 소년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드왈린이 투덜거리듯 동의했고, 오리는 숨죽인 목소리로 '오,그럼요' 라고 말했다.


빌보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필리와 킬리는 그들의 베이비 시터를 돌아버리게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고, 지난 일곱명의 이야기도 전해졌을 것이었다. 


그는 그가 아는 한 가장 긴 기록을 세웠다. 


"뭐, 난 이전에 다른 세상으로 숨는 벙커를 찾고 싶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내 말 믿어요."

 

노리가 빙그레 웃었다. "쟤들을 계속 즐겁게 하는 건 때론 어렵죠." 그가 동의했다.


디스는 그 형제들에게 다른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물었고, 빌보는 자신이 방해된다고 느껴졌다.


그는 이 사람들을 몰랐다. 그들은 가족이고, 빌보는 외부인이었다. 그가 떠날 시간이었다.


그는 목을 가다듬었다. "실례지만, 전 정말로 가는 게 좋겠어요. 여러분은 해야 할 일이 많고 전 정말 방해되는 걸 싫어하거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요," 디스가 말했다. "당신은 방해되지 않는걸요!"


"당연히 아니고 말고요." 오리가 동의했다. "당신이 여기 있어주어서 정말 좋아요."


 "오, 제발 여기 있어요 빌보 삼촌!" 필리와 킬리가 맞장구를 쳤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하지만 전 가야 해요. 재앙이 없긴 했지만 꽤 피곤한 아침이었고,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물론이죠." 디스가 그의 어깨에 상냥하게 손을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당신은 집에 가서 오후동안 잘 쉬어요. 그리고 우린 내일 보도록 해요."


"오, 그리고 빌보 씨?"


빌보는 그에게 다가오는 노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네?"


"여기 당신 시계요." 노리는 태연하게 그의 손에 그것을 건네주었다.


"오." 빌보는 눈을 깜박이며 손목을 보고는, 원래 거기에 있던 시계가 손에 올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난 그게 없어진 줄도 몰랐어요. 음, 돌려줘서 고마워요."


"아, 난 그걸 인상을 남기기 위해 해 본것 뿐이에요. 내일 봐요!"


빌보는 발을 끌며 부엌에서 나온 다음 그의 자켓과 열쇠들을 쥐었다. 그렇게 끔찍할 정도로 위축되진 않았어. 그는 스스로에게 말하고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비록 노리의 장난에 얼굴이 조금 붉어지긴 했지만 모두의 앞에서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존중받아야 했다. 적어도 그는 시계를 돌려줬으니까. 그는 그것을 가질 수 있었고, 만약 그랬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그는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현관문을 당겨 연 다음, 계단을 향해 발을 내딛었고.....굉장히 무겁고, 큰 형상에 부딪혀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거의 넘어질 뻔 했다. 만일 빠르게 뻗어온 손이 그를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상당히 꼴사납게 뒤로 넘어졌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오, 덜렁이가 있군." 웃음이 섞인 말이 들려왔고, 빌보는 매력적인 미소를 띈 시선이 그를 내려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무척 당황해서 발을 버둥거렸다.


 "죄, 죄송해요-"


"아니, 괜찮아요. 비록 소린이 보통은 발이 미끄러지는 사람이 아니라곤 하지만, 당신이 이해했을지 모르겠군요. 원래 그건 보통 내 일이거든요." 남자는 손을 내밀기 전에 윙크를 해 보였다. "난 프레린입니다."


프레린은 다른 남자보다 더 작았고(그래도 여전히 빌보에 비해선 월등히 컸다), 대답을 기다리며 상냥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빌보는 한껏 뻗은 손을 받아들이며 약간 술에 취한 기분을 느꼈다. 그의 이름을 말해주는 것이 예의에 걸맞는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생각하며 말했다. "빌보, 빌보 배긴스에요."


"그리고 이 커다란 미련퉁이는," 그가 키 큰 남자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밀쳤다. "내 큰형인 소린이죠." 빌보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거의 그보다 머리 두 개는 큰 남자였고, 소린은 현관문으로 들어오고 있던 참이었다. 그의 어깨는 넓게 뻗어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권위적인 느낌을 주었다. 프레린과 꽤 닮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짙은 색이었고, 턱은 날카로웠으며 코는 길고 입술은 얇았다. 또한 무섭게 노려보는 듯한 얼굴은 확실히 그의 동생과는 다르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디스의 오빠들이었다. 물론 두린가의 형제자매가 각자 꽤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가족들이 여기 다시 모인 것이다. 


"안녕하세요." 빌보는 그의 무릎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아픔을 무시하려고 노력하면서 이번엔 조금 약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저는 막 떠나려던 참이었어요..."


"그래요?" 프레린이 물었다. "우리가 당신을 다시 안으로 들여서 마실 것을 권할 순 없을까요?" 


"음, 아- 아뇨," 빌보는 소린의 시선을 피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전 정말로...가는 게 좋겠어요."


"소린 삼촌! 프레린 삼촌!" 빌보는 옆으로 물러나서 아이들이 그들의 삼촌들에게 다가가 인사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소린은 그의 조카들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자 즉시 얼굴 표정이 바뀌었고, 애정 어린 미소로 그들을 내려다 보고는 킬리를 그의 팔로 안아들었다. 


빌보는 디스가 미소를 띄고 홀에서 나올 때, 그들만의 시간을 갖도록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빌보는 비록 무릎을 심하게 떨면서도 내내 가슴과 배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마침내 그의 아파트에 도착했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문을 연 다음 자물쇠가 잘 잠기도록 세차게 닫았다. 하지만 그건 그의 마음 속을 휘젓는 일로부터 그를 안전하게 지켜주진 못했다. 다리가 풀려서 그는 바닥 위로 엎어졌고, 깊게 숨을 가다듬으며 그 자신에게 나직히 저주를 퍼부었다.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빌보 배긴스?


"오, 세상에, 맙소사, 맙소사, 이건 좋지 않아." 그는 바닥에서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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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소린이 나왔습니다! 빌보 넘어지는 걸 소린이 잡아줬습니다!! 빌보가 한 눈에 반한 것 같습니다!

연애해 (짝) 연애해 (짝)

by 치우타 2013. 12. 31. 01:27

원글주소 : http://archiveofourown.org/works/737528/chapters/1372453


빌보는 가족이 없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아직 십대일 때 돌아가셨고, 그에게 남은 것은 스스로를 부양하는 것 뿐이었다. 그에겐 분명 친척이 있어야 했지만 빌보는 단 한번도 그들에 대해 듣거나,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당연히도 대가족에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고, 종종 그들을 경외감과 부러움, 호기심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는 비록 그게 아주 혼란스러운 것일지라도 대가족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종종 늦은 저녁 그의 작은 아파트 지붕 너머를 바라보며 가족들의 저녁식사나, 사람들이 휴일에 방문하는 것, 혹은 짜증나는 조카나 삼촌이나 형제 자매가 있는것 등... 뭐, 무엇이든지.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일요일에 디스의 집 앞에 서서 노크했을 때, 속이 불편해져옴을 느꼈다.


물론 그건 아주 어리석었다. 그가 필리와 킬리를 돌보는 동안 집엔 아무도 없을 것이고, 디스가 공항에서 누구든 태워가지고 돌아오면 그는 떠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혼나는 것도 신경쓰지 않으며 징징거리는 아이들의 뺨에 디스가 키스를 해 주고는 절대로 지난 공항에서의 대실패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떠날 때, 다시 속이 꾹 조이는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질투하는 마음을 멀리 날려버렸다, 솔직히 그럴수밖에 없었다. 생일을 축하해 주러 모두가 오는 대가족 : 그것은 빌보가 어린 시절동안 몹시 갈망했던 것이었다.


그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것들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동안 대륙을 건너 그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하고 한탄했지만, 그것들을 곧 뒤쪽에 밀어두고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향해 돌아섰다.


"팬케이크?" 그는 기운을 내며 물었다. 그는 재료를 가지고 섞었으며, 아이들은 그걸 먹으며 그들의 친척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네 생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 거니?" 빌보는 팬케이크를 뒤집으며 물었다.


"모두가!" 필리는 그의 동생과 입을 맞추어 선언했다.


"모두가?" 빌보는 놀라워하며 말했고 필리는 흥분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너희 모든 친척을 재울만한 방이 있어?" 그가 알기로는, 두린 일가는 정말 대가족이었다.


"오, 괜찮아요 빌보." 필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금빛 머리칼이 움직임에 따라 경쾌하게 흔들렸다. "그들은 바닥에서 자는 걸 신경쓰지 않거든요."


킬리는 그의 손에 포크를 간절하게 쥔 채로 중얼중얼거리면서 말했다. "누군가는 언제나 바닥에서 자야 해요, 우리가 다 같이 있을때는." 그는 그의 달콤한 설탕같은 목소리로 발표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하곤 하죠."


"제일 먼저 침대로 가는 자가 첫 번째로 침대를 차지할 것이다!" 필리가 노래하듯 말하며 덧붙였다.


아마 그게 대가족을 가졌을 때의 불리한 면인 것 같았다.


"그래서 제일 먼저 들어간 사람이, 가장 좋은 잠자리를 가진다는 거로구나."


"Uh-huh"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빌보는 접시에 팬케이크를 놓았다.


"좋아, 먹으렴."


그들은 음식을 들쑤시거나 퍼내지 않았지만 빌보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흉폭한 모습으로 게걸스럽게 그걸 먹어치웠다. 그가 디스에게 그것에 대해 물어봤을 때, 그녀는 그것이 '가족 내력같은 것' 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먹는 걸 보며 손뼉을 마주쳤다. "아침의 계획은 뭐니?"


"우리는 모험 게임을 하고 싶어요."


"또?" 빌보는 한숨을 내쉬었다. "난 그게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는걸. 지난번에 뒷마당의 나무에 네가 끼었었잖아, 기억나니?"


"그런 다음 나를 꺼내려다가 당신도 끼었고 말이죠." 필리가 지적했다.


"그랬지. 그래서 난 우리 둘 모두를 도와달라고 옆집의 엘론드 씨를 불러야만 했지. 안 그러니?"


"그리고 난 그의 다리를 물었고요." 킬리가 도와주듯이 알렸다.


"그래, 그랬었지. 그리고 그건 잘못된 거야, 그렇지 않니, 킬리?"


"그렇죠." 킬리는 약간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빌보는 그게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왜냐면 그의 눈동자는 장난스럽게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난 지난 주의 사고를 되풀이할 정도로 열중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그리고 그들이 다 먹고 난 후, 다른 나무에 끼이는 대신 빌보는 두 소년들이 뒷마당에서 싸우는 놀이를 하는 것을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바라보았다. 비록 그 애들이 모욕적인 말들을 주고받는 걸 듣고 안으로 들어가겠다면서 그들을 협박해야 했지만. 예를 들면 '엘프처럼 생긴 기생오라비같은 멍청이' 라던가 그 외의 빌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그렇지만 무례하다는 걸 아는 단어들 몇 가지였다.


 정오즈음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하자 빌보는 아이들을 불러 안으로 들어가서 앉혀두고 영화를 보았다.


"오늘 숙제 할거니?" 킬리가 빌보의 무릎으로 기어올라올 때 그는 말했다. 


"엄마가 말하길 우린 시간이 없다고 했어요, 오늘은 바쁜 날이거든요." 그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무척 기쁜 듯했다.


"하지만 넌 지난 수업까지 제대로 해왔잖니, 안 그래?"


필리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물론 그렇죠, 빌보 삼촌." 


"내가 전에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니, 난 너의 삼촌이 아니야."


"물론 그렇죠." 필리는 쿠션에 파묻히며 말했다. "우리가 당신을 입양할 거에요."


"나를 입양한다고?" 그가 묻자, 킬리는 그의 어깨와 함께 고개를 흔들며 끄덕였다. "난 그게 그런식으로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될 거에요, 두고 봐요."


그들은 조용해졌고, 영화를 보았다. 킬리는 싸우는 장면이 나오기 전까진 지루함과 절망에 휩싸여 다리를 마구 차댔다.


"있잖아요, 빌보."


"응?"


"난 아직 핸드폰을 가질 정도로 나이먹진 않았나요?"


아. "글쎄다, 필리." 빌보는 대답했다. "엄마는 뭐라고 하셨니?"


그는 대답하기 전에 멈칫했다. "그녀는 안 된다고 했어요."


빌보는 웃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자 필리는 얼굴을 그와 마주하고는, 그의 다리 아래쪽을 꽉 붙들고 간절하게 빌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신이 엄마에게 말해줄 순 있잖아요, 그리고 내가 정말, 진짜로 책임감을 가지고 그걸 위급상황에만 사용할 거고, 내 친구들과 그들이 가진 물건들에게 꽤 감명을 줄 거라는 말을 해줄 수 있을 거에요."

"왜 그녀에게 네가 직접 말하지 않는거니?"


"왜냐하면 그녀는 당신이 하는 말을 믿을 거거든요." 필리의 말은 또다시 빌보를 웃게 만들었다.


"내 생각엔 그것보다 더 좋은 계획을 가지고 오는 게 좋겠구나, 필리." 어린 소년은 토라지며 그가 앉았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에게 기운을 북돋기 위해 빌보는 덧붙였다. "내일 네 생일에 아주 좋은 선물을 가지고 올 거란다. 그건 지금 내 집 부엌에 있지." 


필리는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걸 만들었나요?"


"물론 하고말고. 네 생일이잖니, 난 너에게 뭔가 가지고 와야 하고. 그렇지 않아?"


"그 패스트리들을 만들어 가지고 올 거에요, 빌보 삼촌?" 킬리는 그를 간절한 얼굴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당연히 그럴 거란다." 그는 그들에게 확신시켜 주었다. "만약 너희가 운이 좋다면 쿠키도 조금 가지고 올 수 있을 거야."


아이들의 얼굴에 열광적인 기쁨의 빛이 떠올랐다. "진짜요?" 킬리가 물었다.


"그래." 빌보는 시계를 확인했다. "디스가 그녀는 언제쯤 돌아온다고 말했니?" 아이들은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 그는 아무도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않는 영화를 껐다. "점심 시간이구나."


부엌으로 돌아온 그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앉아 그들이 먹고, 마시는 모든 시간 동안 음식을 게걸스럽고 잔혹하게 먹어치우는 그 모습을 보며 경탄했다.


"왜 그렇게 먹는 거에요, 빌보 삼촌?"


"빌보는 그의 음식을 내려다 보았다. "어떻게 말이니, 킬리?"


"그렇게요." 킬리는 한 손에는 찻잔을, 다른 한쪽 손에는 반쯤 먹은 햄 샌드위치를 든 빌보에게 그의 뭉툭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는 눈썹을 들어올렸다. "매너있게 먹는것 말이니?"


킬리는 그의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도 매너있게 먹어요." 필리는 방어하듯 말하며 테이블을 때렸다. 그의 앞에 빵 껍질 부스러기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너희들은 작은 바바리안 (전투를 즐기던 미개인, 이방인) 처럼 먹잖니." 빌보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너의 어머니께선 많이들 그런다고 말했고, 그래서 난 아직 네게 그걸 그만두게 하지 않았- 필리, 제발. 네 빵 껍데기를 먹으렴. 너에게 좋은 거야."


그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난 그것들이 싫어요. 그건.... 딱딱해요."


"넌 딱딱한 파이는 좋아하잖아. 그렇지?"


그는 그 질문의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한 채 빌보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음... 그렇죠."


"그렇다면 넌 네 샌드위치 껍질 하나 정도는 충분히 먹으면서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빌보는 대답하지 않은 채 토라져서 여전히 언짢은 얼굴을 한 필리를 보았다. "이건 어떠니," 빌보는 이제 시도했다. "만일 네가 샌드위치 껍질 하나를 먹는다면, 딱 하나라도, 그럼 나는 네 생일선물에 관한 힌트를 줄게."


"그렇게 해 줄거에요?"


"그럴거야." 빌보는 끄덕였다.


필리는 껍질을 즉시 집어들고, 입안에 던져넣은 다음 거칠게 씹었다. "좋았어." 필리는 입안에 우물거리며 말했다. "이제 힌트를 줘요."


"좋아... 내 힌트는 : 난 날카롭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고, 한 번 휘두르면 적을 쓰러트릴 수 있고, 너의 가장 위대한 보호자가 될 수 있어. 내가 잘 모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살기 위해 나를 계속 가지고 다니도록 해; 내 피부는 불빛 아래에서 반짝일거야."


"이건 불공평해!" 필리는 완전히 혼란에 빠져 외쳤다. 킬리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음식에 집중하며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빌보는 빙긋 웃었다.


"그렇다면 넌 정말 열심히 거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거야."


필리는 답을 찾지 못한 것처럼 보였고, 대신 그는 샌드위치를 입의 반 정도로 구겨넣고 있는 동생을 돌아보았다. "다른 좋은 생각 없어?"


킬리는 그의 머리를 단호하게 흔들었다. "없어." 그의 말은 입 안의 음식물들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았다. "빌보?"


"다 먹은 다음에 말하렴, 킬리. 아니면 목이 막힐 거야."


킬리는 얌전히 따랐고 열심히 씹은 다음 삼켰다. "빌보." 그가 다시 말했다.


"그래, 킬리?"


"내 머리를 필리처럼 땋아줄 수 있어요?"


"난 네가 땋는 걸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킬리는 다리를 흔들고, 쑥스러운듯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한두개 정도는 괜찮아요." 그는 빌보에게 조용히 말했다.


"흠, 좋아. 거실로 가자꾸나."


빌보는 결코 머리를 땋는 것을 잘하진 않았고, 이전에 이렇게 해 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많이 나아졌다. 아이들이 그에게 처음 머리땋는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을 때에 비한다면 말이다.


밥 먹은 다음 여전히 낮잠을 즐기는 킬리는, 그의 엉킨 머리칼을 풀어서 두껍게 땋는 동안 빌보의 무릎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그가 머리를 빗질하기는 하니?" 빌보는 바로 근처에서 게임기를 두드리는 필리에게 물었다.


"엄마가 만약 그를 잡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면, 그를 앉혀 두고 며칠동안 머리를 빗길 걸요"


"흠." 빌보는 울퉁불퉁해진 머리칼을 내려다보았다. "점점 길어지는걸."


"그를 붙잡아서 머리를 잘 자를 수 있길 빌어요. 지난번에 엄마가 걔 머릴 잘랐을 땐 그것들을 다시 풀로 붙이려고 하면서 몇 시간을 울었거든요."


"저런, 가엾게도." 빌보는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걔는 커다란 애기에요. 그게 그렇게 나쁘진 않죠."


"그래, 하지만 넌 목욕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잖니."


필리는 그의 발을 쿵쿵 굴렀다. "하지만 그건 이거랑 다르다구요!"


"네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필리. 그건 사실 그렇게 다르지 않단다."


"하지만 나는- 당신은-" 필리는 입을 꼴사납게 벌린 채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는 집 대문이 디스의 목소리와 함께 열리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말하려고 했다.


"우리가 왔단다!" 킬리는 퍼뜩 잠에서 깨었고, 그의 얼굴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였다.


그들은 발을 띄우며 문으로 달려갔고, 빌보는 그의 무릎의 고통과 싸우며 나이 먹은 사람처럼 신음하고는 새로 도착한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일어섰다. 


"빌보는 어디 있니?" 그는 거실로 향하면서 디스가 그를 찾는 목소리를 들었다.


"여기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들은 저와 함께 모든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빠르죠." 


입구 쪽엔 디스 외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각자 아주 크고, 대머리에 팔뚝엔 문신을 새겼으며 찌푸린 인상이 영원토록 얼굴에 남은 것 같은 사람과, 서툰 뜨게질로 짠 가디건을 입은 작은 사람 (거의 빌보와 비슷할 정도로), 그리고 두꺼운 흰 머리와 눈가에 깊은 주름을 가진 나이든 사람이었다.


"빌보, 여긴 발린, 그리고 그의 동생 드왈린, 그리고 그의 파트너 오리야."


"안녕하세요." 빌보는 수줍게 미소지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도 반갑네, 친구." 발린은 빌보의 손을 잡고 열렬히 흔들었다. "내가 스카이프로 저 작은 꼬맹이들과 이야기할 때,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질 않았지." 드왈린의 다리에 각각 매달려 있던 필리와 킬리가 씨익 웃었다.


"오, 그랬군요... 정말 고마운 일이네요."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뭐라고 말했을지는 신만이 아시겠지만.


드왈린은 다리에 애들을 매단 채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럼 당신이 빌보로군."


"네, 저에요."


"이 사람은 드왈린 삼촌이에요, 빌보!" 필리가 그를 소개했다.


"너희 둘 말이 맞았군." 그는 조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작아." 필리와 킬리는 숨죽여 키득였고, 빌보는 얼굴과 귀를 붉게 물들였다. 


"드왈린," 오리가 그를 나무라며 말했다. "작다는 건 나쁜 게 아니야." 드왈린은 얼굴을 가다듬었다. "오리에요." 그는 이미 소개되었지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당신을 만나게 되어 기쁘군요."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라서, 빌보는 더듬으며 '나도요' 하고 말하곤 악수를 나누었다.


"차를 좀 마시고 가지 않겠어요, 빌보? 난 이 둘을 돌본 당신에게 그만한 좋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디스는 손을 뻗어 필리와 킬리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둘 다 오늘은 정말 조용히 잘 지냈어요." 빌보는 스스로에게 좀 놀라면서도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무 사고도 없었고, 제 생각엔 둘 다 손님들이 찾아오니까 얌전하게 행동한 것 같아요." 


"난 그들에게 만약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다면 다른 사람들이 도착할 동안 위층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죠." 디스가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난 이 속임수가 정말 통할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음, 그러길 잘 했네요." 빌보는 이제 돌아가겠다고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그가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내기 전에 디스는 그의 팔을 붙잡고 부엌으로 이끌었다. 


"이리 와요. 손님들이 위층에 짐을 풀 동안 차를 준비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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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감상평 : 빌보... 도망쳐........ 디스가 제일 무서워....... 그리고 왜 이렇게 어려워....... 죽을 것 같아

                    필리와 킬리는 빌보를 좋아하고 따르기 때문에 존댓말로 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 두린가에서 자랐으니 교육도 받았을 거고. 참, 혹시 모르는 분이 있을까 싶어 적어두는데

                    디스는 소린의 여동생입니다. 필리와 킬리의 엄마이기도 하고요. 다음편엔 드디어 소린이!!!!


by 치우타 2013. 12. 27.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