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는 십여분째 꽃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수줍게 피어난 핑크빛 장미꽃은 싱싱하고 아름다웠다. 사가지고 갈까? 상대는 많은 걸 가진 남자였지만(게다가 이젠 애인도 있다) 의외로 소박하고 단순한 것들에 약했다. 뭐 이런걸 사왔느냐고 농을 던지면서도 살짝 미소지을 옆얼굴을 떠올리자, 마음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캡틴? 왠일이야? 오늘은 숙제도 없는데."
"지나가다 들렀네. 커피나 한 잔 얻어먹을까 하고.."
"그거.. 좀 의외인걸. 들어와. ....장미꽃은 왜 사왔어?"
"커피값, 이라고 하면 이상한가?"

 그 자신이 놀랄 정도로 말이 쉽게 미끄러져 나왔다. 토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몇 번 깜박이더니, 곧 부드럽게 웃으며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스티브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흠, 당신이 점점 21세기 남자가 되어가는 건 알겠어. 여전히 클래식하지만 그게 매력이기도 하고. 땡큐."
"칭찬 고맙네."
"뭐 마실래? 캡틴 아메리카노?"
"새로 나온 커피인가? ...농담이야. 그걸로 주게."

 스티브는 토니가 피식 웃으며 커피 머신을 작동시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에 거슬리는 덩치가 없으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토니는 제 것이라고 주장하는 양 시종일관 들러붙어서 노려보는 꼴이 우스웠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승부욕 또한 끓어오르고 있었다. 전에도, 이번에도 늦어버렸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동그란 뒤통수를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스티브의 시야에 토니의 목덜미가 들어왔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 커피... 헤이, 스티브? 캡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조금."

 토니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자신의 이름에 스티브는 어깨에서 힘을 뺐다. 그래. 기회가 있건 없건 해보지 않고서는 결과도 알 수 없다. 약간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는 토니에게 스티브는 그저 말없이 웃어보였다.

by 치우타 2015. 1. 1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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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는 요즘 약간의 스트레스와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좋은 일이 안 좋은 일이기도 하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시커먼 남자들사이에 끼어 있다는 게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토니! 뭐 해요. 숙제? 연구?"
"잘 아네. 숙제 중이야. 오늘 캡틴이 가지러 올 거거든."

음흠? 캡틴이라는 말에 퀼의 고개가 조금 신경질적으로 기울어졌다. 아,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토니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담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캡틴- 스티브는 한 시간 이내로 도착할 것 같다는 연락을 준 상태라, 말을 안 하는 쪽이 나중에 더 괴로웠다. (내가 너같이 한창때인 줄 알아? 그만 좀, 아, 너 진짜... 흐응!) 

"요즘 너무 자주오는 거 아닌가? 거긴 뭐 할일도 없대요?"
"안 도와주면 쳐들어오겠다는데 어쩌겠어."
"흐음. 의외로 쉴드라는 집단이 무능한 모양이네."
"부정하긴 힘들군. 그런데.. 왜 이렇게 달라붙어?"
"좋아서 그래요. 뭐 이유가 있나."

질투하는건 아니고? 토니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도로 삼켰다.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 오늘은 스티브를 최대한 빨리 돌려보낸 다음 트레이닝 스케줄을 잡아서 퀼을 잠시 떨어뜨려 놓을 것이다. 안 그러면 그의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다. [Mr. Rogers의 방문입니다.] 자비스의 알림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바쁜데 미안하군, 토니.. ....그리고 스타로드."
"헤이 캡틴, 좋은 오후죠? 자주 보니 반갑네요."

퀼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스티브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손으로는 토니의 허리를 붙든 채로. 스티브는 잠시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었지만 곧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걸 깨닫고 애써 평온을 유지하며 손을 마주 잡았다. 두 남자의 손이 굳은 악수를 나눴다. 다 좋은데 난 빼고 해. 토니는 속으로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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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롱거로 쓴 단문입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저씨랑 프랫 포옹짤보고 퀼토니 뻐렁...

by 치우타 2015. 1. 1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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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와 토니가 뉴욕사건 후 제법 길었던 신경전을 끝내고 마침내 사귀기 시작했을 때, 둘 사이엔 여러 가지 문제와 차이점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스킨쉽이었다. 특히 키스.


"..으읍... 응..! 읍! ...푸하, 잠깐, 잠깐만 스티브.. 스톱!"

"...후우... 토니..? 갑자기 왜 그래?"

"기분나빠하지 말고 들어. 당신 키스 몇 번 안해봤지?"


 토니는 최대한 인상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스티브에게 질문을 던졌다. 듣자마자 스티브는 얼굴을 조금 구기더니 곧 살짝 붉혔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거 참 혼자서도 잘 하네. 토니는 팔짱을 끼고 얌전히 대답을 기다렸다.


 "그... 으음. 당시엔 전시였고, 알다시피 그럴만한 기회는 별로 없었어."

 "경험이 거의 없다는 거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스티브는 뭔가 떨떠름한 얼굴로 토니의 말에 수긍했다. 좋은 분위기에서 키스를 나누다 갑자기 스톱이라고 외치길래 중요한 이야기라도 하는가 싶었더니... 무드가 호로록 저 멀리로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내가 물어본 건... 당신이 너무 키스를 못해서 그랬어.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아니, 사과할 것까진.... 뭐? 내가 키스를 못한다고?" 

 "그래. 왠만하면 이런 이야긴 안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못해. 스티브."


 스티브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고, 입이 쩍 벌어졌다. 사실 자신은 토니에 비해 연애경험도 없는거나 마찬가지였고, 깨어난 다음엔 세상이 위험하다며 임무에 내몰려 뛰어다니기 바빴다. 뉴욕 사건이 정리되고 나서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자잘한 일들 때문에 바빠서 누군가를 만날 여유도 없었으며 토니와 으르릉거리다가 이런 사이가 될 줄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키스를 못한다니! 그것도 직접 연인의 입으로 듣다니!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스티브. 당신 지금 뭔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이런 건 연습하면 좋아져."

 "연습...?"

 "그래. 솔직히 늘 현역으로 지냈던 나랑(이 시점에서 스티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군인으로 나라 지키다 얼어붙었는데 녹자마자 또 지구 방위대나 하고 있으니 누구랑 만나도 키스할 짬이나 있었겠어? 당신 천천히 진행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뭐 그럴 수도 있지. 난 충분히 이해해. 연습을 해 보자고. 당신은 뛰어난 학생이라 금방 될거야."


 토니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스티브를 가까이 불러들였다. "키스는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첫 스타트를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중요해. 잠이 확 깨느냐, 나른하게 침대로 가고싶어지느냐로 갈리거든." 토니가 느긋하게 스티브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스티브는 벌써부터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뛰는걸 느끼며 괜시리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잘 봐. ...이렇게... 천천히 입술을 붙이고..." 

 "으음..."


 배우는 데엔 실전이 최고지. 토니는 입술이 맞닿은채로 조그맣게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눈을 감으며 키스를 시도했다. 살살 부비면서 슬금슬금 허락을 구하듯 혀로 핥아오는 움직임에 스티브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벌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침범해온 말캉하고 축축한 혀가 치열과 천장을 조심스럽게 건드리고, 스티브의 혀에 닿자 유혹하듯 몸을 뒤로 뺐다. 안달이 난 스티브가 쫓아가서 붙잡고 얽어올리자 콧소리가 새었다. 흐응, 응... 아까보다 훨씬 듣기 좋고 달콤한 울림이었다. 토니가 천천히 그를 잡아당겨 침대로 이끌었고, 스티브는 얌전히 그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후으.. 어때. 처음 치고는 잘 따라왔는데, 귀염둥이."

 "....맙소사.. 언제 침대로 온 건가?"

 "이런 게 키스라는 거야. 얼음덩이 초보씨. 그래도 금방 잘하겠어.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토니가 눈을 찡긋하며 야릇한 손길로 셔츠 위를 더듬었다. 스티브는 뜨거운 숨을 내쉬며 토니를 그대로 밀어 눕혔다.


 "그럼 오늘 밤에도 많이 가르쳐 주겠나? 배울 게 많을 것 같거든."

 "오, 물론이지. 난 아주 끝내주는 선생님이잖아? 얼른 덤벼, 허니."


 잘 생긴 스티브의 얼굴에 짙은 욕망이 떠오르는 걸 보며, 토니는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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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어벤 후~윈솔 이전입니다. 괜히 스티브한테 키스 가르치는 토니가 보고 싶어서...

by 치우타 2015. 1. 10. 22:57

이 글은 상당히 잔인하고 노골적인 묘사가 있어 다른 암호를 걸어 두었습니다.

그래도 보고 싶으신 분들께는 따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사오니 개인적으로 컨택 부탁드립니다.

번거로운 절차라 죄송하지만 ㅠㅠㅠ 그만큼 글 수위가 높은 편이라서요. 양해해 주세요.


*컨택방법 : 네이버 쪽지 / 네이버 블로그 방명록 비밀글작성

by 치우타 2015. 1. 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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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주소 : http://archiveofourown.org/works/737528/chapters/1386333



 빌보는 소린에게 세 번 전화했었고, 매번 그가 끊어버렸다. 첫번째엔 전화 연결음이 한 번 울리자마자 끊었고, 두 번째엔 4번 울릴 때까지 기다렸으며, 세 번째에 그는 실제로 소린의 대답을 들었지만, 그는 키를 찾느라 더듬거리다가 즉시 연결 종료 버튼을 눌렀다.


 이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비록 전화기를 방 너머에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얌전히 내려놓았고, 그의 자켓을 집어들어 문 쪽으로 향했다. 그는 오늘 전화 때문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휴식을 가질 것이었다... 뭐, 킬리와 필리를 돌보는 것이 휴식으로 고려될 수 있다면 말이다.


 적어도 그는 오늘 좁은 장소의 덫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을 거실에 앉혀두고, 그들에게는 상당히 커다란 앞치마를 입힌 다음 온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애들이 거기에 페인트를 칠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킬리가 먼저 뛰어들었다 : 그가 만질 수 있는 만큼의 페인트를 찍은 다음, 그의 팔과 앞치마에 바르고는 고맙게도 그에게 주어진 종이에 조금 발랐다.


 필리는 그보다 훨씬 더 나았지만, 여전히 엉망이었다. 페인트는 그의 머리카락과 뺨에 묻어 있었다.


 그들은 전화기가 따르릉 소리를 내며 울릴 때까지 그걸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빌보는 겨우 일어나서, 애들을 지켜보면서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페인트 사고를 원하지 않았다. 처음 그가 아이들에게 페인트를 칠하도록 내버려두고 화장실에 갔을 뿐이었는데, 나와 보니 그들은 온 복도의 벽에 '장식을' 해 놓았다.


 빌보는 새로 도장하는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디스는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그건 아이들이 이제껏 집에 저지른 가장 나쁜 일이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에게 이전 베이비시터는 그들이 포도를 토스터기 안에 넣어서 부엌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지붕을 태우고 벽을 두 개나 부숴트렸다고 말했다. 온 부엌은 다시 제작되어야 했다.


 빌보는 이제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빌보?"


 빌보의 심장이 가슴에서 덜그럭거렸다. "소린?"  아이들은 그들의 삼촌 이름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소린 삼촌이 전화했나요?" 필리는 발돋움을 하며 페인트로 뒤덮인 손을 전화기에 뻗었다.


 "안돼, 안돼. 그 더러운 손으로 벽이나 전화기를 만지지 마렴. 가서 계속 페인트를 칠하거나, 네 손을 닦고 와서 네 삼촌이 너와 이야기할 수 있는지 보자. 알겠니?" 필리는 입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 "아직 거기 있어요, 소린?"


 "빌보." 그 말은 안도의 한숨과, 미소를 짓는 듯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였다. 그리고 빌보는 맹세컨대 전화기를 통해 그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고 그의 몸이 아래로 푹 내려앉았다. 그의 신경 말단은 갑작스레 높은 수준의 경계 경보를 울렸고,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으며 몸 안쪽에서 불편하게 얼얼한 감각이 느껴졌다. "거긴 별 일 없나?"


 "괜찮냐고요? 네, 물론이죠. 왜 안 그러겠어요? 무슨 일로 전화했나요?"


 "난 디스를 찾고 있었어."


 "오, 다-당신은 디스가 필요하군요. 알겠어요. 그렇겠죠." 당연하지, 그 외에 그가 전화할 일이 있겠는가? 만약 소린이 그와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그의 번호로 전화했을 것이다. "그녀는 일하러 갔어요. 당신은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을텐데요, 아닌가요-?" 


 "이미 해 봤지만- 전화를 안 받아,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디스는 나에게 좀 전에 전화했고 메시지를 남겼거든. 급하니까 연락해 달라고. 그건 뭔가 잘못된 것 같았어."


 "오, 오 이런, 음, 그녀는 제겐 전화를-" 빌보는 그의 집에 전화를 두고 왔다. "오, 이런."


 "무슨 일이야?"


 "음, 만약 그녀가 제게 전화했었다면 난 몰랐을 거에요, 오늘 집에다 전화기를 두고 왔거든요." 그는 소린이 욕을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알았어, 잠깐만." 소린이 말했다. "내 사무실 전화기로 전화해 볼게." 


 "알았어요." 빌보는 소린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는 소리를 들었다.


 "여전히 안 받아." 소린이 다시 핸드폰으로 돌아와 말했다.


 "그럼 정말로 뭔가 잘못된 거네요." 빌보는 속이 꽉 조여오는 걸 느꼈다.


 "잘 모르겠어." 소린은 빌보만큼 걱정하고 있는것 같진 않았다.


 "무슨 뜻이에요?" 그는 궁금해졌다.


 "내가 처음에 전화를 걸었을 때엔 바로 메시지 사서함으로 연결됐는데, 이번에 내가 전화기를 바꿔서 걸었을 때는 세 번 정도 울리고 넘어갔어."

 

 "그래서요?"


 "내 생각에 디스가 전화를 거절하고 있는 것 같아."


 "왜 그녀가 전화를 우회시켰을까요?"


 "그냥 날 짜증나게 하려는 거겠지." 그는 소린이 크게 한숨쉬는 것을 들었다. "괜찮아, 나한테 다시 전화하겠지. 아마 그럴거야."


 "만약 그렇지 않으면요?"


 "점심때까지 디스가 전화하지 않으면, 네게 전화하지."


 "좋아요." 빌보는 조금 편안해졌다. "고마워요." 그 다음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고, 빌보는 그가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생각에 나는-"


 "어떻게 지냈어요?" 그는 소린이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에 갑작스레 물었다. "미안해요, 당신 말을 자르려던 게-"


 "아니, 아니야. 괜찮아. 난 잘 지냈어. 일이 아주 많았지." 빌보는 의자가 삐걱이는 소리를 들었고, 그는 소린이 거기 등을 기대고 있는 걸 상상했다. 아마도 피곤한 얼굴로, 손을 얼굴에 문지르고 있을 것이다. 그는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넌 어떻게 지냈어?"


 "오, 당신도 알다시피, 늘 똑같죠. 악동들을 돌보는 거요. 일과 공부 사이에서 잠을 자기 위해 애쓰고 있죠." 

 

 "그 기분 알아." 소린은 중얼거렸다. "일년 동안 밤에 제대로 수면을 취해본 적이 없는 것 같군."


 빌보는 웃었다. "그거 믿을 수 있겠는걸요." 그들은 잠시동안 조용해졌다.


 "들어봐." 이제 소린이 말했다. "내가 전화하겠다고 말했었지, 하지만 나는 한동안 일하느라 거의 숨 쉴 기회도 없었어. 그저 혼자서-"


 "오, 괜찮아요- 이해했어요. 정말로요. 당신은 전화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아니, 아니야.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괜찮아요, 소린. 난 화나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당신은 바쁘고 지쳤잖아요. 괜찮아요."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당신이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건 아니야, 진짜로-. 나는," 그는 불편한 것처럼 그의 목을 가다듬었다. "난 정말로 당신을 좋아해."


 빌보는 그의 입이 크게 벌어져서, 고통스러운 미소를 짓도록 허락했다. "음, 나도 당신을 정말로 좋아해요." 빌보는 키스하는 듯한 소리를 듣고 돌아섰고 필리와 킬리가 그들의 입술을 쭉 내밀어 키스하는 소리를 내는 걸 발견했다. 그는 눈을 굴렸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있잖아요, 얘들 둘이 지금 좀 장난을 치기 시작해서, 돌아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다음에 이야기해요. 어때요?"


 "좋아." 소린은 마지못해 전화를 끊었다. "만약 내가 집에 돌아가서 뻗지 않는다면 오늘 밤 네게 전화하지."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빌보가 대답했다.


 아이들은 전화기가 자리에 놓이자마자 노래를 시작하고 있었다. 


 "빌보 삼촌이랑 소린 삼촌이, 나무 밑에 앉아, 키-스-하-네!"


 비록 필리는 제대로 된 스펠링을 말했지만 킬리는 그렇지 못했기에, 스펠링이 키-드-멋 처럼 들렸다.


 "둘 다, 점잖게 굴도록 해. 아니면 페인트를 치워 버릴 거야."


 그들은 행동을 바꾸지 않았고, 남은 시간 동안 내내 그들의 노래를 끊임없이 불러댔다.


 빌보는 그걸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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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소린과 빌보의 전화통화가 이루어졌군요! 여기엔 디스의 책략이 숨어있었다고 한다....

소린은 어쩐지 나중에 반쯤 깨닫고 그냥 넘어가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기서 스펠링이 필리는 K-I-S-S-I-N-G 인데 킬리는 K-I-T-K-M-U-T 이렇게 발음을 ㅋㅋㅋㅋ

차마 저걸 한글로 어떻게 바꿔야 할 지 몰라서 적당히 발음대로 적었습니다 으으윽 크윽 


다음편은 대망의 19금! ㅇ_<

 

by 치우타 2015. 1. 4. 22:04

원문주소 : http://archiveofourown.org/works/737528/chapters/1383691



 모두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알람이 울리는 비율만큼이나 집이 텅 비어갔다. 봄부르는 빌보를 세게 끌어안고는, 맨체스터에 오게 되면 자신의 레스토랑에 와서 식사해 볼 것을 권했다. 보푸르는 봄부르만큼이나 센 허그는 아니었지만, 따뜻했다. 그들은 번호를 교환했고 계속 연락하기로 약속했다. 비푸르는 친근한 헤어짐의 인사로서 그에게 키스하려고 했지만, 그의 형제에 의해 빌보로부터 떨어지게 되었다(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노리와 도리는 그 다음으로 비교적 빨리 집에서 떠났고, 노리는 그의 시계를 한 번 더 슬쩍했으며 집을 나서기 전에 그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오리는 그에게 직접 짠 장갑 한 켤레를 주었고, 빌보는 그걸 소중하게 여길 것이며 기회가 되면 언제든 착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드왈린은 그 광경을 아주 자랑스럽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글로인과 오인은 그 다음에 떠났고 그와 악수를 나누며 따뜻한 미소를 주었다. 


 발린은 나중에 떠난 사람들 중 하나였으며 최소한 7장 이상의 셀프샷을 찍었고 떠나기 전에 필리, 킬리와도 사진을 찍었다.


 소린은 발린이 간 후에 그렇게 빠르진 않게 떠났고, 시간이 될 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빌보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알았을 때 위 속이 가라앉는 기분을 느꼈다. 소린은 아마 오랜 시간동안 떠나 있을 것이었고, 만일 그가 돌아올 때에도 빌보가 디스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해도, 소린은 오랫동안 그에 대해 잊어버릴 것이며, 어쩌면 아예 건너뛰어 버릴지도 몰랐다.


 빌보는 특별하지 않았다.


 필리와 킬리는 그가 시무룩해진 것을 빠르게 알아차렸다.


 "포옹이 필요한가요, 빌보 삼촌? 그건 언제나 날 기운나게 해주거든요." 빌보는 웃으며 킬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겨우 사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에게는 일주일, 한 달처럼 느껴졌다. 그건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고, 그는 아주 우울했다.


 그는 자신이 아주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소린은 겨우 1주일 정도를 머물렀고, 그들은 사흘 혹은 며칠 정도를 보냈다... 함께, 몇 번의 키스를 나눈 것 외엔 아무것도 없었으며 그리고 지금 그는 여기 앉아서 그들이 몇년 전에 알았던 것만 같아서 우울해졌고, 그의 심장은 가슴 밖으로 뜯겨져 나와서 그를 상처와 출혈 속에 내버려두었다. 


 이건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었다 (빌보는 그 이야기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 - 그건 서사적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교훈적인 이야기였다) 그는 소린과 미칠듯한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사랑이란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갑자기 만나는 순간에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그는 그가 처음 소린을 봤을 때 그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기억하고 있었고, 금방 사랑에 빠지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소린은 그에게 그의 전화번호를 주었지만, 빌보는 그를 전화로 방해하기가 싫었고 소린 역시 그를 전화로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는 동안 빌보는 그들이 이야기하지 않을 거였다면 왜 그들이 여러 가지 상세한 사항들을 교환했는지에 대해 궁금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전화기로 데려가서 번호를 누를 수 없었다.


 "괜찮아." 그는 이제 킬리에게 말했다. "난 괜찮을 거야." 그리고 그는 괜찮아질 것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가 괜찮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일들을 계속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괜찮아야만 했다. 그것만이 그가 나아갈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처럼 빈둥대고, 아이들을 돌보고, 공부했으며, 그의 과제를 끝내고, 며칠에 한번 밤마다 디스와 차를 마셨다. 


 그는 아이들의 게임이나 장난같은 규칙적인 일상에서 평온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심지어 언제나 킬리가 '끼이는' 환풍구에 들어가는 것이 일종의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는 걸 알아냈다 (실제로, 그는 머리를 다른 방의 입구에 끼웠고 마치 거기에 낀 것처럼 아래쪽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주 창의적이고, 특별하게 그들이 알았던 빌보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들은 그거 하나를 위해 아주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빌보는 그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2주 내내 오지 않을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들은 그가 마침내 일을 끝냈을 때 그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어느 늦은 밤에, 디스가 늦게까지 일을 하게 되어 빌보가 그들을 돌보고 침대에 밀어넣었을 때, 필리가 말했다.


 "소린 삼촌이 당신을 슬프게 했어요." 그는 씩씩거리며 팔을 가슴 위에 교차시켜 팔짱을 꼈다. 눈썹 사이가 분노로 인해 떨리고 있었다.


 "오, 아니야, 필리. 그가 그런게 아니란다."


 "그랬잖아요! 그가 댓가를 치르게 할 거에요."


 "댓가를 치르게 할 거에요!" 킬리가 그의 담요를 때리며 따라했다. "우리가 고칠 거에요, 빌보 삼촌. 그럴 거라구요!" 빌보는 어린 동생과 그 형을 바라보았다.


 "필리, 그 마피아 영화들을 다시 본 거니?"


 "....아니요." 필리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봤구나, 그렇지?"


 "아마도요." 그가 마침내 동의했다. "하지만 엄마가 날 내버려 뒀어요, 맹세해요!"


 "오, 물론 그랬겠지. 자, 네 삼촌을 벌 줄 필요는 없단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어."


 "엄마는 그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던걸요."


 "그녀가 그렇게 말했니?"


 필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머리카락이 그의 눈 위로 떨어졌다. 그는 대답하면서 그걸 쳐냈다. "난 엄마가 드왈린과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 엄마는 그가 배짱없고, 줏대없고, 망할 개-"


 "오 세상에!" 빌보는 손으로 필리의 입을 덮었다. "네 엄마가 한 말을 따라하지는 않기로 하자, 알겠니?" 그는 이제 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킬리 쪽으로 움직였다. "우리 이 모든 걸 잊어버리자꾸나." 그는 킬리를 베개에 눕혀 주었다.


 "하지만 우린 당신이 다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필리의 말에 빌보에게서 죄책감이 씻겨져 나갔다.


 "맞아요!" 킬리가 진심 어린 어조로 동의했다.


 "이제 걱정하지 말렴." 그는 아이들에게 보증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빌보가 어리석게 군 것 뿐이란다."


 "어리석게?"


 빌보는 한숨을 쉬며 이걸 어떻게 그들에게 설명할지에 대해 생각했다. "네가 정말로, 진짜로 갖고 싶은 걸 가지고 있지 않을때, 그리고 이미 그걸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정말 그래선 안된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화가 나잖아?" 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마가 당신에게 소릴 지르죠." 그가 마무리했다.


 "그래, 그런 거야."


 "그럼 당신은 소리지를 필요가 있나요, 빌보 삼촌?" 킬리가 하품하며 말했다.


 빌보가 미소지었다. "그래, 맞아. 이제 너희들은 자고 내일 모레에 다시 보자꾸나, 알겠지?"


 "알았더요."


 그가 그 늦은 밤에 집에 돌아와 침대에 축 늘어졌을 때, 그는 고개를 돌려 소린의 번호가 적힌 종이조각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뻗었고, 잉크범벅이 된 번호들 위로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소리지를 필요가 있어, 확실히."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같은 시간 두린가의 집에서, 디스는 전화로 그의 오빠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그에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볼 수 있잖아."  디스가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한다고- 서로 전화를 해. 서로 전화하지 않을 거면 뭐하러 번호를 교환한 거야?" 


 디스는 그의 오빠가 변명하는 걸 들으며 눈을 굴렸다. "그럼 만약 그가 오빠한테 전화를 안 하면? 오빠가 전화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그도 오빠와 이야기하고 싶을걸, 바보같은 소리 하고 있네. 변명할 생각 하지 마. 그에게 전화하길 원치 않는다면 번호를 줬겠어? 오빠가 그에게 진한 키스를 하도록 내버려두고 또 다른것들도 있는데, 그러고도 그가 오빨 안 좋아한다고 말할 셈이야? 그 말에서 내려서 전화 해."


 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더 이상 듣고싶지 않아서 전화기를 소파 아래로 던졌다.


 "둘 다 쓸모없어. 쓸모없고, 눈도 멀었어." 그녀는 전화기 옆에 등을 대고 늘어지며 소파의 팔걸이에 손가락을 두드렸다. "우리가 이 일에 대해 뭔가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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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야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가 어울리는 신년이네요!  

한창 휴가에 젖어 영화도 보고 바쁘게 노느라 번역이 늦어졌습니다. 이번편은 어려운건 아닌데 복잡하네요.


필리와 킬리가 빌보를 생각해주는 게 정말 귀엽고, 디스는 또 오빠를 엄청나게 타박하고 있군요. 게다가 뭘 해야겠다니

대체 뭘 할지 벌써부터 두려워집니다. 빌보는 전화도 못하고 땅 파고.. 둘이 다 땅을 파고 있는 형국. 이런이런.

그래도 앞으로 조금 후에 놀랄정도로 진도가 나가는 두 사람이 있으니 너무 걱정마세요 ㅇ_<

그 때를 대비해서 미리 공지글 읽으시고, 아직 카페 가입 안되신 분들은 조건 맞춰서 신청 부탁 드립니다.

전 19금은 무조건 암호 걸어요.... 후후 그럼 다음 이시간에~


by 치우타 2015. 1. 3. 02:41

원문주소 : http://archiveofourown.org/works/737528/chapters/1379767

*오랜만에 밝혀드리지만 이 작품은 작가이신 Bernie__N 님의 허락을 맡아 번역되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어... 킬리가 흙을 먹어도 되나요?" 


 "뭐라고?" 소린의 고개가 킬리를 찾기 위해 휙 돌아갔고, 킬리는 흙을 먹으려는 중이었다. "킬리!" 그가 시끌벅적하게 노는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필리가 이걸 하면 돈을 준댔어요!"


  소린이 동생을 선동한 필리와 거기 넘어간 킬리를 혼내고 있는 동안, 빌보는 손으로 얼굴을 눌렀다.


 "저 애들은 짝꿍이에요, 안 그래요?"  빌보는 곰곰이 생각하고는 소린이 공원 끝 벤치로 돌아왔을때 말했다.


 "한 쌍의 바보들이라고 한다면, 그렇지." 하지만 그 말엔 애정이 담겨 있어서, 그들은 실랑이하지 않았다.


 "당신은 아이가 없나요?" 빌보는 그에게 아이가 없다는 걸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물어보고 싶었다.


 "아니, 난 정착할 마음이 없었어." 소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일에 내 시간을 많이 썼지. 게다가," 그는 벤치에 편하게 등을 기대며 덧붙였다. "그런 식으로 내 삶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을 찾질 못했거든."


 "그건 어려운 일이에요." 빌보가 동의했다. "전 언제나 어린 나이에 친구들이 어떻게 그런식으로 쉽게 사랑에 빠지는지 궁금했어요. 진짜로, 그 모든 건 차 뒤에서 유혹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그들은 언덕 너머로 서로를 위해 함께 걸어가죠. 그건 항상, 정말이지-"


 "말도 안 되지." 소린이 말을 끝맺어 주었다.


 "그래요! 그들은 그냥 거길 향해 뛰어들죠. 10대는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로. 당신은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더 나이든 당신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알게 되죠." 소린은 동의하듯 흠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에요. 일어날 일이라면, 언젠가 일어나니까요."


 소린은 비꼬듯이 코웃음쳤다. "당신은 정말 그렇게 믿나?"


 빌보는 그의 뺨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래요, 난 믿어요." 그는 단언했다. "그리고 난 당신이 놀리지 않아준다면 고맙겠어요."


 "미안하군." 소린은 그의 손을 들어올렸다. "모욕하려던 건 아니었어."


 "난 당신에게 말해야 겠군요. 당신이 누군가의 믿음에 대해 코웃음을 칠 때, 그건 일반적으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걸 말이죠." 빌보는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사과하지. 난 그저, 그게 조금... 비현실적이라."


 "왜요?" 빌보가 물었다.


 "왜냐면 사람들은 각자의 운명을 조정할 수 있고, 어떤 이상한 큰 힘이 있는 건 아니야.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내가 결정한 거지, 운명이 아니라."


 빌보는 그의 눈을 굴렸다. "그럼 당신은 당신이 원치 않는 일은 일어난 적이 없고, 사실 그건 다 뜻밖의 좋은 일이라는 걸 알아냈다는 거네요."


 "음, 그렇지. 하지만 그건 그런 뜻이-"


 "하지만 그게 당신이 옳다는 걸 증명해주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죠. 그게 핵심이에요. 난 당신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수 없고, 당신도 내가 틀렸다고 증명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이자구요. 비록 우리 둘 다 서로가 틀렸다고 생각해도." 소린의 입술이 비뚜름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가 대답했다. "그건 할 수 있겠군."


 빌보는 약간 안심한 듯 미소지었다. "좋아요, 그럼."


 갑자기 그들 둘 다 아닌 목소리가 말했다. "그에게 키스할 건가요, 소린 삼촌?" 그들은 둘 다 펄쩍 뛰었고, 몸을 돌려 그들 앞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서 있는 필리와 킬리를 발견했다.


 "뭐라고?" 소린이 답을 요구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필리?"


 "왜냐면 둘이 정말 가까웠거든요." 그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들은 이야기하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서로에게 몸을 돌려 움직였던 것이었다. 빌보는 목을 가다듬고는, 불편하게 몸을 돌려 앉았다.


"그래서, 거에요?" 킬리가 기다리지 못하고 답을 재촉하듯 말했다.


 "아니, 킬리. 우린 안 그럴거야." 빌보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우린 그냥 이야기 중이었어. 그렇죠, 소린?"


 소린은 대답하기 전 잠시 멈췄다. "물론이지. 대화만."


 "그럼 데이트하는 게 아닌가요?" 킬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둘을 조사하듯이 바라보았다.


 "누가 네게 우리가 데이트한다고 말했니?" 빌보는 알고 싶었다.


 "나는 엄마가 거기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소린은 킬리가 말을 잇기 전에 빠르게 욕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우린 소린 삼촌이 필리의 생일 이후엔 떠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당신을 위해서 머무르고-"


 "당신은 필리의 생일이 지나면 떠날 생각이었어요?"

 

 "난 좀 더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았고, 회사에 전화해서 1주 정도 휴가를 냈어." 소린은 설명했다. "내가 충분한 기간을 벌어뒀으니 그들은 한동안 나 없이도 해낼 수 있을 거야."


 "일종의 휴일 같은 거네요." 빌보가 말했다.


 소린은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지."


 "난 휴일을 쓸 수 있어요." 빌보는 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할 일이 많지는 않거든요." 그는 이어서 말했다. "전 공부랑, 아이들 돌보는 게 다거든요. 하지만-"


 "아니, 무슨 뜻인지 알겠어. 나라도 이녀석들을 돌보는 게 내 일이라면 휴일을 원할걸." 소린은 손을 뻗어 징징거리고 밀어내는 필리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어떤 걸 공부하지?"


 "현대 역사요." 아이들은 어른의 대화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 듯, 다시 놀기 위해 뛰어갔다.


 "그거...." 그는 잠시 맞는 말을 찾기 위해 침묵을 유지했다. "흥미롭군."


 "아뇨, 그게 아니라 당신은 무척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했잖아요." 소린은 빌보의 말에 씨익 웃었다. "하지만 난 그게 재미있어요."


 소린은 빌보에게 다시 가까이 움직이기 전에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까 애들이 말했던 거 말인데..." 그가 중얼거렸다.


 빌보의 맥박이 치솟았다. "네?" 그가 물었다.


 "그 키스 말인데..." 빌보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소린은 더 기대왔고, 입술이 부드럽게 스치듯 그의 것에 닿았다. 그는 살짝 뒤로 물러나서, 빌보의 반응을 살피더니 저항이 없음을 알고 한 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키스는 이번엔 좀 더 확고했고, 더 확실해졌으며 빌보는 스스로 깊은 키스를 위해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그의 손은 위로 올라가 헤매다가, 소린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건 매력적인 키스였고, 따스하고 부드러웠으며, 그의 위속을 나비 한 마리가 난폭하게 휘젓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아주 좋은 순간이었지만 거의 빈 공원에서 느닷없이 필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그는 아주 요란하고 위험하게 달팽이를 킬리에게 먹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필리의 표현을 보건대, 그는 그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오, 안돼."


 "아무래도 우린 이제 가봐야 할 것 같군..." 소린이 중얼거렸다.


 불행하게도, 그의 말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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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늘 정말 열심히 달렸습니다 무려 2편을 이어서 번역했습니다..

아니 둘이 키스를 했다는데 제가 어떻게 이걸 안 할수가 있나요! 진도를 나가는데! 더 나가줘 더 빨리 더!

그나저나 필리 동생에게 흙을 먹이려고 하질 않나 이번엔 달팽이네요 정말 ㅋㅋㅋㅋ 무시무시한 말썽꾸러기 형제..


오늘의 표현 하나 ->  a blessing in disguise : (문제인 줄 알았던 게 가져다준) 뜻밖의 좋은 일.

빌보가 소린에게 말한 뜻밖의 좋은 일이라는 게 이거에요. 해석이 안되서 헤매다 검색했더니 이런 뜻이더군요!


by 치우타 2014. 12. 30.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