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녕하세요..... 최근에 일이 너무 바빠서 마음만큼 글을 못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운 좋게도, 3/25 세계최초 IMAX 시사회에 당첨되어 캡틴 아메리카2 윈터 솔져를 보고 왔네요.
너무 희미해지기 전에 리뷰를 좀 정리하고자 적어봅니다.
스포일러 주의해주세요! 아직 안 보셨다면 열지 말아주세요.
1. 스토리
뉴욕 사건 후 자가방어를 위해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덩치를 키워가던 쉴드는, 결국 내부에 히드라 세력이 함께 자라나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고 (그것도 닉 퓨리가 죽는 연기를 해가면서 간신히 알아낸) 캡틴과 블랙위도우는 수배자 신세가 됩니다. 초반의 적 진압부터 윈터솔져의 등장, 긴장 고조, 캡틴과 블랙위도우 팀업이 개인주의에서 완전한 콤비로 변해가는 과정, 팔콘의 눈부신 활약 등 모두 크게 튀거나 하는 일 없이 아주 스무스하게 진행되죠.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해하기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치 스릴러를 메인으로 하면서 캡틴 아메리카의 고뇌 (과거와 현재의 괴리,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것)도 함께 이끌어가는 부분에서는 너무 무난했기 때문에 둘 다 평점은 유지했으나, 완전히 해소된 것 같지가 않습니다.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빅 브라더(쉴드)와 마이너리티리포트(미래를 예측하여 사전에 방지한다는 부분이 유사) 였습니다만 그 안에서 캡틴의 스토리를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오랜 친우였던 버키 뷰캐넌 반즈(윈터솔져)가 눈 앞의 차가운 적임을 알고 충격과 괴로움에 흔들리던 캡틴은 좋았지만 정작 악역으로서 이야기의 축을 담당했던 윈터솔져는 마스크가 벗겨진 순간부터 지나치게... 처연하다고 해야 할지. 얼굴이 가려져 있을 때의 날카로운 눈빛은 어디 가고 왜 울망이는 시선이 오는 것인가요.. 스티브한테 전염이라도 된건가요 모르는 사이입니다... 기억이 안날텐데 왜 표정이.. 나중에 피어스 사무총장에게 누구냐고 물어볼 때의 흔들리는 모습은 좋았지만 너무 일찍 독기가 빠져버린 느낌이어서, 무척 김이 샜습니다. 이게 뭐지 싶기도 했구요. 악역을 악역답게 마지막까지 이끌고 그 이후 캡틴과의 앞으로 이어질 접점을 그려줬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플러스로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 할 캡틴이 정치 스릴러라는 큰 줄기에 밀려서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스파이인 쉴드 캐릭터들 (닉 퓨리, 마리아 힐, 블랙 위도우)이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해야 할지... 코믹스로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영화로 가지고 와 보니 많이 다르네요.
2. 캐릭터
전반적으로 모두 훌륭했습니다. 제일 먼저 이변을 알아차리는 쉴드 국장 닉 퓨리, 팀의 일원이면서도 개별 임무를 가지고 움직이는 블랙 위도우, 모호한 자신의 정체성과 아직도 과거-현재의 괴리 속에 괴로워하는 캡틴 아메리카, 우연히 만났지만 숨은 인재였던 팔콘, 까메오처럼 등장했으나 인상깊었던 마리아 힐, 원작에서도 캡과 인연이 있는 에이전트 13, 윈터솔져 등등 각 캐릭터의 개성이나 역할은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를 메인으로 하고, 강력한 적으로서 이전의 친우 '윈터 솔져'가 대적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시간을 뛰어 넘어 홀로 현대에 남아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좋은 시도였으나 (어벤져스에서는 아쉽게 편집되었으므로) 그런 부분들이 생각보다 길었고, 그것으로 하여금 캡틴이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의 정체성, 정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었고 아주 중요한 핵심이었지만 주변 인물들의 기세에 묻혔다고 할지... 서브 캐릭터들과 함께 나란히 이끌어가는 것도 좋지만 그들에게 너무 기대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팔콘이 든든하게 캡틴을 백업해주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더욱 애매모호한 방향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또한 위에 스토리 부문에서도 언급했지만 버키.. 윈터솔져의 카리스마가 마스크 오프 후에 급격하게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눈만 보일 땐 강렬하면서도 차가운, 말 그대로 윈터 솔져로서의 분위기로 강한 존재감을 어필했는데 마스크가 벗겨지자마자.... 왜 벌써부터 흔들리는 건지. 눈은 강렬하려고 노력했지만 전체적인 인상 때문인지, 부족한 느낌이었네요. 아쉬워요. 윈터솔져는 스티브에게도, 버키에게도 정말 중요한 에피소드인데 말이죠. 아쉽습니다.
플러스로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것은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접점을 위해 에이전트 13을 굳이 등장시켰나 싶기도 하지만 불필요했다는 생각도 든 것은 사실이네요. 너무 많은 캐릭터, 너무 많은 소재들, 너무 많은 이스터 에그들로 도리어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습니다. 캡틴과, 윈터 솔져의 이야기가 흐지부지해진 느낌. 메인 히어로와 악당의 캐릭터성이 뒤로 밀린 것 같았어요.
3. 기타 볼거리 및 음악
-훌륭한 아크로바틱 액션 : 캡틴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최대 장점이랄지 능력인 근접전, 아크로바틱 액션이 제대로 살아 있었던 것은 정말 멋졌습니다. 시작부터 정신없이 몰아붙이더군요. 게다가 낙하산도 안 메고 뛰어내리는 캡틴을 보고 얼티밋을 떠올린 건 저 뿐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팔콘을 제외하고 모두 지상전 유닛들이다 보니 액션은 여러모로 좋았어요. 무게를 딱 잡아준 느낌. 신속하면서도, 묵직한 액션이 최고였습니다.
-방패 활용도가 높아진 캡틴 : 뺏기고도 그 상황에 맞추어 전투할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준다던지, 여러모로 '커맨더' 다운 모습을 보여줬죠. 이것도 액션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방패 빼고 일반인과 전투하면서 절대 우위를 내주지 않는 모습도 카리스마 있었네요. 방어-공격 둘 다를 거의 완벽하게 다루는 모습도 좋았고.
-아쉬운 음악 :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끝난 후 귓가에 남는 음악이 없었다는 점은 정말 아쉽네요. 퍼벤져 음악을 어레인지했는데 (약간 다크하게) 긴장감 있는 분위기나 그런걸 주는건 적절했지만 포인트가 될 만한 음악이 너무 없었어요. 완성도에 한 몫 해야 하는 부분인데... 이건 정말 안타까운 결핍이었네요.
-깨알같은 언급, 엑스트라 : 토니는 이미 여러번 등장했고 (기술적인 부문이나 타겟으로 지정되거나 하워드 등등으로) 브루스 배너 박사가 개발한 약물이라던지, 스티븐 스트레인지(닥터 스트레인지) 이름도 타겟으로 나왔었죠. 스탠 리 씨는 이번에 스미소니언 박물관 경비원으로 까메오 출연해 주셨습니다 ㅋㅋㅋ 귀엽고 재미있었어요. 이 외에 숨겨진 볼거리가 많았지만 다 적지 않겠습니다.
4. 최종평
멋진 액션, 장대하면서도 지루하진 않은 스토리, 개성있는 캐릭터를 잘 조화해낸 중박 정도의 작품이었습니다. 오락 영화로도 손색이 없으며, 세련된 현대적 감각도 살리면서 적당히 아날로그 감성도 존중해주는 소재들이 좋았네요.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의 스토리나 캐릭터성을 더 잘 살려낸 건 역시 퍼스트 어벤져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었던 것 같지만... 현대에 다시 선 캡틴을 변화된 시대상에 맞추어 그려내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도 필요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감독은 그런 과거와 현재의 괴리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캡틴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지도.... 하지만 그게 통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저도 너무 복잡해서 느끼기 힘들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점수는 별 두개 반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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