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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스팁토니/au] 금발이 위험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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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산업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첨단 기술을 이끄는 기업이 된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후계자인 토니 스타크는 오메가로 태어나 일찍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으나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았다. 누구나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형질인 알파, 베타, 오메가는 무조건 유전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발현 또한 사람마다 달랐다. 또한 그 중에서도 아이를 가질 수 있고, 그 때문에 후대를 이어갈 수 있는 오메가는 알파나 베타보다 상대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정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토니의 경우 이미 부유한 재산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있던 덕분에 몇 대째 스타크 가문을 모시고 있는 충실한 집사의 보살핌 아래 매력적으로 성장했다. 모든 걸 소유한 것처럼 보이는 토니였으나 그에게도 오랜 고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연애 문제였다.
문란하다거나 사고를 쳤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토니는 자신의 형질에 대해 일찌감치 확실하게 숙지한 상태였으므로 안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섹스하지 않았고 가끔 술에 취해 정신없이 뒹굴 때도 아무렇게나 몸을 내던지지는 않았다(사실 이것은 집사의 오랜 노력 덕분에 이룩해낸 성과들 중 하나였다). 토니가 이번엔 누구와 잤다느니 알파 베타 오메가를 가리지 않는다느니 하는 수군거림이 끊임없이 떠돌았지만 그 중에 사실로 밝혀진 것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그렇다면 대체 연애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면, 사귀어 온 상대들의 질이 나빴다.
주로 가벼운 만남을 선호했던 토니였지만 여럿을 만나다 보면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고, 조금씩 자주 마주치고 감정이 쌓이고 하는 사이에 사귀게 되곤 했다. 게다가 토니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0대 중반인 지금 돈 많은 플레이보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생기면 꽤 신실하게 마음을 주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늘 문제는, 상대방이 그런 토니의 진심에 기뻐하고, 감동하다가 이내 집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꼬여갔다.
처음 사귀었던 한 청년은 성실하게 학교를 다닌 우등생이고 집안도 괜찮았으며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했으나, 토니에게 집착하고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스토킹까지 하는 바람에 고소되었다. 다음에 사귄 사람은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는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았지만 토니와 만나면서 점차 파티에 참석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토니에게도 그런 자리에 나가지 말라고 강요했다. 그 다음에 만난 사람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어떤 카페의 귀여운 아르바이트 아가씨였고, 토니와 사귀게 된 지 한 달 만에 사람을 시켜 토니를 미행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이 드러나서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령을 받았다.
“자비스. 아무래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아닙니다, 도련님. 우연히 나쁜 상대를 만나셨던 것뿐입니다.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만나는 족족...”
끝이 안 좋잖아. 토니는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자세 나빠지십니다. 집사의 가벼운 타박이 머리 위로 떨어졌지만 그 속에는 다정함이 담겨져 있었다. 정말 연애를 그만두는 게 좋을까... 이전처럼 원나잇이나 신나게 하고 다니면 훨씬 편할 텐데. 하지만 그걸로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난 다음이었기에, 그저 일시적인 방황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만나는 건 어떻습니까?”
“소개? 그것도 믿을 만한 게 못 되잖아.”
“젊은이들 파티에서 만나시거나,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카페에서 만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그거 지금 나 저격하는 거지?”
“그렇게 들렸습니까? 자자, 얼른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군요. 군 장성 파티에 참가하셔야죠.”
자비스는 짐짓 못 들은 체하며 토니를 일으켜 세우고는 드레스 룸으로 향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중요한 고객들이기도 한 군 관계자들의 파티가 바로 오늘 저녁에 있었다. 토니는 시커먼 아저씨와 할아버지만 잔뜩 있어서 가기 싫다고 투덜거렸지만, 막상 깔끔하고 세련되게 차려입고 나자 금세 젊은 사장님마냥 의젓해졌다. 자비스는 토니의 나비넥타이를 마지막으로 정리해 주었다.
“정 싫으시면 12시 땡 하기 전에 돌아오셔도 됩니다. 대신 장군들과 인사는 나누시고 나서.”
“좋아, 알았어. 늦어지거나 다른 일 생기면 연락할게. 없을 것 같지만.”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토니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회사의 지분을 물려받고 개발자 겸 CEO로서 군인들의 파티에 참여한 지는 꽤 오래 됐지만 매번 적응이 되질 않았다. 군 관계자들 중엔 알파가 제법 많아서였기도 했지만(온통 내가 더 잘났다고 페로몬들을 뿌려대는 통에 토니는 일부러 억제제를 먹고 패치까지 붙인 채 참석하곤 했다), 그 중 몇몇은 탐욕스런 눈빛으로 토니를 힐끔거리거나 노골적으로 훑어봤기에 오래 있을수록 기분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게 이 파티의 정해진 코스나 다름없었다. 이에 대한 토니 나름의 대처법은 인사를 대충 끝내고 술을 진탕 마시거나 마신 척 한 다음 그의 베타 운전사인 해피를 불러 자택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일부러 호르몬 영향을 받지 않는 베타를 뽑은 것도 있지만 해피는 자비스가 직접 추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서 토니를 보좌하고 다녔다.
“오, 저기 오는군. 어서 오게, 스타크.”
“와 계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토니가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근처에 서 있던 장군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맞이했다. 제멋대로에 권위적인 군인들 중에서 그나마 상식적이고 나라에 충성하는, 뼛속까지 정통 군인인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보좌하는 사관 한 명만 데리고 다니는데, 오늘은 왠 금발의 덩치 좋은 사내가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그 뒤에 서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토니는 머릿 속의 짧은 리스트를 뒤져 보았지만 애초에 사람 얼굴이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 그건 아주 형편없는 시도였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는 처음 보겠군. 소개하지, 스티븐 그랜트 로저스 대위라네. 이런 정치적인 자리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늘 내가 자네에게 인사시켜 주고 싶어서 데리고 왔어.”
“안녕하십니까, 스타크 씨.”
“안녕하세요. 와우, 미남 대위님이시군요. 인기가 많으시겠는데?”
장군의 소개에 금발의 사내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왔다. 딱 겉으로만 보기에도 우성 알파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체격이 좋은 사람이었기에 토니는 아닌 척 하며 손을 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크고 단정한 손이 눈앞에 드밀어진 순간 홀린 듯 마주잡고 있었다. 코 끝에 기분 좋은 냄새가 스쳤다. 칭찬으로 입술을 놀리면서도 토니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팔 안쪽을 더듬어 패치를 확인했다. 잘 붙어 있는데. 스티브가 빙긋 웃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외모만 보고 다가왔다가 재미없다고 금세 흥미들을 잃더군요.”
“저런. 다들 대위님의 진면목을 모르는 모양이네요.”
“자, 그럼 둘이 인사도 나누었으니 안쪽으로 가서 마저 이야기하세.”
장군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웃으며 토니와 스티브를 데리고 중앙 홀로 향했다. 파티 내내 스티브는 다른 장성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정중한 태도로 대했지만, 이상하게 토니의 근처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한창 국방장관 및 기타 기관의 수장들과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던 토니가 그걸 알아챈 것은 꽤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장군은 어느새 저만치에서 다른 이들과 대화 중이었다.
“안 가보셔도 되겠습니까?”
토니가 샴페인 잔을 홀짝이며 스티브를 바라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꾸러기처럼 웃어보였다. 어차피 저는 정치에 소질이 없어서, 장군님 옆에 있어도 민폐가 되거든요.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휘감기듯이 들려왔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같은데. 토니는 샴페인이 오늘따라 유난히 달다고 생각하며 잔을 내려놓았다. 스티브는 아직도 토니 옆에 서 있었다. 확실해. 마음을 정한 토니는 파티를 빠져나갈 좋은 핑계가 생겼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핸드폰을 꺼내 다이얼을 눌렀다.
“아, 해피. 정문으로 나와. 아니, 오늘은 다른 데 들릴 거야. 그래.”
“벌써 가시는 겁니까?”
스티브는 통화 내용을 듣기라도 한 듯, 서운한 얼굴을 했다. 토니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한 방을 날리기 위해 일부러 유혹적으로 웃었다. 스티브의 눈빛이 착 가라앉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빙고.
“가야죠. 여기 말고, 더 좋은 곳을 알고 있거든요. 어떻습니까? 캡틴 로저스.”
“기꺼이 그 초대, 받아들이겠습니다.”
때마침 해피가 차를 몰고 와서 미끄러지듯 둘의 앞에 멈추어 섰다. 토니보다 빨리 스티브가 차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먼저 타시죠. 배려하는 듯한 행동에 토니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차에 올라탔고, 뒤이어 스티브가 자리에 앉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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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귤자님이 썰로 저를 낚으사 미끼를 물고 파닥이는 제가 있으매..... (눈물범벅
다음편이 나올지 안나올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19금은 쓰고싶네요 이러쿵 저러쿵...!!!
1.
맹세컨대, 토니는 지금까지 누구와 사귀든 만나든 자든간에, 기념일이라는 걸 챙겨본 게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페퍼와 진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을 때도 페퍼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정도만 간신히 챙겼을 뿐, 그것도 자비스가 아니었으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갔지도 모른다. 천재는 남들보다 통달한 대신 어떤 부분에서는 부족하다고 누가 그랬던 것도 같았다.
그런 토니가, 얼마 전 지나가던 요원들이 재잘거렸던 키스데이를 어떻게든 잘 보내기 위한 작전을 짰던 것이다.
"진짜로 안 들어올 거야?"
"아직 책을 다 못 읽었어. 자네가 수영하는 것만 봐도 시원하기도 하고..."
"오, 캡, 스티비. 설마 수영을 못하는 건 아니겠지."
토니는 놀리는 듯한 어조로 말하며 물을 찰박거렸다. 어벤져스 타워 안에는 없는 시설이 없었고, 거기엔 수영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여기는 공용이 아니라 토니가 따로 만들어둔 전용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편의시설들 중 하나였다. 임무가 없어서 쉬던 스티브를 불러내어 함께 수영장까지 온 건 좋았지만 그는 읽지 못한 책이 있다며 토니를 먼저 물로 들여보내고 근처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재미없기는. 요 며칠간 둘 다 바빠서 얼굴도 자주 못 본 참이었는데 스티브의 반응이 생각보다 냉담하여 토니는 내심 상처받고 있었다.
"수영은 할 줄 아네. 지금 한참 재미있는 부분을 읽고 있거든.."
"재미없어, 로저스. 그럴거면 왜 같이 왔어? 책이나 읽고 있을 것이지."
"같이 있고 싶으니까."
일부러 딱딱한 목소리로 사귀기 전의 호칭을 불렀지만 돌아온 대답이 토니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진심을 던져오니까 당해낼 재간이 없단 말이야. 토니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저만치 헤엄쳐갔다. 사실, 책에 열중하고 있는 스티브에게 물을 튀기거나, 다리를 잡아당겨서 물에 빠뜨릴 생각도 했지만 막상 진중한 얼굴이 글자를 읽어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럴 마음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손해보는 장사인 것 같아. 토니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수영장 바닥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진심도, 잘생긴 얼굴도 좋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섭섭하고 쓸쓸한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에, 아예 바닥에 가라앉아서 혼자 있고 싶었다.
물 속은 조용했다. 숨을 천천히 내쉴 때마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공기방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토니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다음부터는 그냥 혼자 내려와야지. 키스데이라니, 웃기는 일이야. 그 때,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던 토니의 머리 위에서 어떤 외침 같은 것이 들려왔다. 토니! 토니? 토니!!!! 점차 절박해지는 목소리에 토니는 이크 싶은 마음에 천천히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토니!!!! 세상에, 맙소사. 대체 뭐 하고 있었나?"
"뭘 하다니, 당신은 책에 빠져 있고, 나는 할 일이 없으니까 생각이나 하려고 밑으로 내려갔었지. 그게 그렇게 큰일이야?"
"생각이나 하려고... 라니, 말이라도 하지 그랬나. 내가 얼마나......"
스티브는 말을 잇다 말고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목소리가 떨려서 나올 것만 같았다. 토니는 점점 굳어지는 스티브의 표정에 갑자기 쫄아들었다. 아니,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이래? 자기가 먼저 날 내버려두고 책이나 읽고 있었으면서!
"무사했다니 다행이야. 제발, 다음부터는 말이라도 해. 토니."
"오. 아니면 그 전에 찾으러 오던지. 잠수는 안 할테니까 마저 책 보셔, 캡틴."
토니는 손을 흔들고 다시 저 멀리로 헤엄쳤다. 아니, 정확히는 헤엄쳐 가려고 했다. 풍덩, 하는 소리와 갑자기 잡아채는 손길이 아니었다면 트랙의 끝까지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놀라 돌아보자 거기엔 약간 화난 얼굴의 스티브가 있었다(상의만 탈의하고 바로 뛰어든 모양이었다).
"뭐, 뭐야. 왜 갑자기...."
"....찾으러 오라고 방금 그랬잖나. 멀리 가지 말게."
"어차피 당신 보이는 데에 있으려고 했어. 내가 초등-"
-학생도 아니고, 라고 하려던 말은 스티브의 입술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토니는 뜨거운 혀가 침범해 들어와 치열을 훑고, 목덜미와 허리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갈 때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상황을 파악한 다음에는 찰박이는 물 소리와, 급한 호흡 소리, 그리고 낮은 신음 소리만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었다.
2.
스티브는 토니와 사귀게 되면서 하고 싶었던 것과,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해나가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허들이 높은 건 바로 '공공장소에서 데이트하기'였다. 스티브도 나름 얼굴이 알려지고 박물관까지 있는 유명인이었던데다가 토니는 말할 필요도 없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였다. 그런 두 사람이 같이 있는걸로도 모자라서 데이트라니, 가능할 리가 없었다. 둘 다 쫓기고 있던 시절마냥 후드를 뒤집어쓰고 안경을 쓰면 어느 정도는 커버될 수 있었겠지만 체격이나 스타일 때문에 들킬 가능성도 제법 높았다. 시작하기 전부터 좌절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스티브는 씁쓸하게 웃으며 센트럴 파크 공원을 한참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때 스티브의 시무룩해져있는 등을 토니의 손이 경쾌하게 두드렸다.
"스티비! 뭐 해? 나가야지."
"? 토니. 나가다니 무슨 소리인가?"
"무슨 소리긴, 이 양반이 무드없게. 데이트 하러 가자고. 데이트."
토니는 푸른 색 후드를 입고 모자를 깊게 뒤집어쓴 다음 짙은 선글라스를 낀 채 웃고 있었다.
"당신도 얼른 저 옷으로 갈아입어. 좀 너드 같겠지만 못 알아보는게 중요하니까."
스티브는 너드가 어떤 이미지인지 공부해서 알고 있었다. 토니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곳엔 청바지와 붉은색의 후드티, 야구 캡, 그리고 검은색 뿔테 안경이 있었다. 어쩐지 낯익은 아이템인데. 무심코 토니를 돌아보자 장난꾸러기처럼 웃고 있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빨리 해, 더 늦어지면 아이스크림 트럭이 가 버릴걸.
밤의 공원은 조용했다. 왁자지껄 뛰노는 아이들도, 그걸 지켜보며 웃는 부모도, 희망에 가득 찬 학생들도 없었다. 거기엔 장사를 마칠 채비를 하는 아이스크림 트럭과 몇몇의 어린 연인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노부부가 고요함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토니는 어색한 듯 머뭇거리는 스티브의 손을 덥석 붙잡고 성큼성큼 걸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마감 전에 맞춘 모양이네. 무슨 맛 먹고 싶어? 바닐라, 딸기, 초코."
"......바닐라가 좋겠네."
"오.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 그럼 나는 초코. 주인장, 닫기 전에 두 개만 줘요. 더블로."
"...토니 스타크...?"
"닮았단 소리 많이 듣죠. 워낙 잘 생겨서 말이야."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긴가민가 토니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주인장에게 토니는 손을 휘휘 저어보였다. 이렇게 입고 다닐 일도 없을 거 아뇨? 능청스러운 말투에 주인도 수긍했는지 아이스크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스티브는 멍하니 토니의 현란한 손짓과,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게 표정에 드러나기라도 했는지, 토니가 선글라스를 내리며 시선을 맞춰왔다.
"헤이, 스티비. 정신 차려. 그러다 침 떨어지겠어."
"...어? 아.... ...그럴 일 없네. 크흠."
"내가 당신 소원 리스트 넘버 원을 성취해줘서 기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넋을 놓진 마."
"뭐라고? 자네 설마 내 수첩을..."
"읽은 건 아냐. 짐작한거지. 매일 그렇게 공원을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어대는데 모르면 그게 바보 아냐?"
"......토니."
"아, 너무 감동하지 마. 난 원래 이렇게 멋진 남자라고."
스티브가 하도 이름을 불러대는 통에 토니는 목소리 좀 낮추라고 타박을 주며 눈을 흘겼다. 아이스크림 다 됐습니다. 토니는 지폐 한장을 더 끼워주며 마지막 손님이니까 더 받으시라고 너스레를 떨고는 양 손에 콘을 들었다.
"당신이 바닐라였지? 잠깐만... ....으음. 약간 담백한 맛이네."
"자네 걸 먹으면 되지 않나. 왜 굳이..."
"궁금하잖아. 억울하면 당신도 먹던지?"
토니는 바닐라를 스티브의 손에 건네며 짖궂게 웃었다. 혀로 초코 아이스크림을 핥아올리는 모양새가 제법 야릇했다. 거기에 선글라스 너머 감춰진 눈웃음까지, 거의 완벽하게 홀리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스티브는 침착하게 손 안의 아이스크림을 부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대신 그는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쪽을 택했다. 백전노장, 스티브 로저스 답게.
"그럼 사양않고 먹어보겠네."
"그래, 어차피 더블이니까 넉넉할걸?"
토니의 붉은 혀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낼름 핥았고, 스티브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걸어들어가고 있던 곳은 마침 사람이 없는 공원의 안쪽이었다. 앗 하고 놀랄 틈도 없이 부드럽지만 거칠게 덮어오는 입술에 토니는 그만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철퍽,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초코 아이스크림은 바닐라보다 더 달콤하고, 진했고, 끝맛이 오래 남았다. 스티브는 손 안의 바닐라가 조금 녹아서 흐를 때까지, 토니가 숨 막힌다며 끙끙거리고 밀어낼 때까지 그 맛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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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틀이나 지났지만 키스데이 연성을 하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귀엽고 발랄 / 유치하고 약간 섹시 한 느낌으로 쓰려고 했는데 그런거 없어...
둘의 공통 주제는 제목에도 썼듯이 토니의 완패 ㅋㅋㅋㅋㅋ 스티브가 리드하는 것도 좋더라구요.
숲솔의 진심에 당황하고 쩔쩔매는 조만장자가 귀엽습니다. 둘 다 오래오래 행복하락우 유 라이프루이너(멱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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