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글
[원작/퀼토니] Bad Romance (2/2)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얼굴은 보는 걸로 할까. 딱 좋을것 같은데, 어때?
토니의 제안은 퀼에게도 아주 반가운 것이었다. 둘 사이에 있는 거라곤 가벼운 농담과 성적인 대화, 그리고 섹스였다(가끔 우주와 지구 사이에 관계가 생기면 진지한 이야기도 필요했지만). 그들은 하루이틀 안 본다고 해서 안달이 나는 뜨거운 연인사이도 아니고, 주말엔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부부도 아니었다. 그냥 만나서 대화하고, 웃고, 섹스를 나누면 그만이었다.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는 쿨한 사이. 토니는 이걸 파트너쉽이라고 칭했으나 퀼은 그것보단 더 좋은 호칭이 있지 않겠냐면서 30분 정도 고민했다. 기다리다 지친 토니가 셔츠 단추를 풀지만 않았어도 아마 계속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나기로 한 시일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던 토니로부터 통신이 들어온 건 조금 전이었다.
[미안한데 여기가 너무 바빠서 말이야. 손을 뗄 수가 없군. 한동안 못 볼것 같아.]
"자기야, 그럼 연락이라도 했었어야지. 보고 싶어서 목 빠지는 줄 알았어."
[어디까지 빠졌는지 보여주면 당장 날아갈게.]
짐짓 심각한 얼굴로 엄살을 피우는 퀼에게 토니가 웃으며 대답했다. 둘 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언제나의 일이었다. 퀼이 바빠서 시간이 안 날때도 간혹 있었지만 일반적으로는 토니가 무척 바쁜 사람이다 보니 약속이 깨어지거나 미뤄지는 건 흔한 경우였다. 퀼은 그때마다 애처럼 칭얼대며 아쉬워했지만 뒤로는 다른 여자를 꼬셔내어 뒹굴었고, 토니는 그걸 눈치채고도 삐진 것마냥 말다리를 걸곤 했다. 섹스 한두번이면 잊어버릴 만한 것들로.
"시간 될 때 연락해. 지구가 위급해도 연락하고."
[오, 네 도움을 받을 정도면 이미 늦은 다음일걸. 그리고 콘돔은 꼭 쓰고 다녀.]
"와우, 마미. 아들은 다 컸으니 걱정 마세요."
[엄마는 늘 걱정이란다, 아들. 다음에 봐.]
화면이 툭 꺼지자 퀼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얼마 전에 들렀던 행성의 바에서 아주 섹시한 여자 하나를 꼬셨었는데, 전화번호가 어디 있더라. 로켓이 정말 내 방을 날려버릴 기세였으니 우주선엔 데려오지 말아야지.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옷을 뒤적여 물에 번져 엉망이 된 종이조각 하나를 찾아냈다. 망할. 퀼은 미련없이 그것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또 찾지 뭐.
토니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은 지 세 달째가 되어서야, 퀼은 스스로가 이상하게 굴고 있다는 걸 드디어 인정하기로 했다. 이미 오래전에 우주선의 다른 멤버들은 그가 또라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몇 번이나 지적했지만(가모라는 식사를 하다 말고 다리를 떨며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는 그를 보며 말했다. "너 정말 머저리 같아."), 정작 당사자는 난 멀쩡하다며 바락바락 우기고 있었던 것이다. 퀼이 인정하자 우주선에는 약간의 평화가 돌아왔다. 아주 약간이었지만.
말했다시피, 퀼은 지금 무척 기분이 안 좋았다. 그게 언제부터였는가 생각해보면 빌어먹게도 토니 스타크와 연락이 끊긴 다음부터였다. 도대체 왜? 퀼은 방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침대위를 굴러다녔다. 그들 사이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 것도! 그게 지금 퀼을 초조하고 화나게 하고 있었다. 이유라도 알면 해결이나 하지. 그는 아랫입술을 질겅거리며 천장을 노려보았다. 난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그가 중얼거렸다.
토니와 연락이 되지 않는 동안에도 여자들을 만나러 몇 번이나 나갔지만 거의 다 꼬실 즈음이 되면 일이 터지거나 퀼 자신이 흥이 식어버려서 분위기를 망치곤 했다. 이게 욕구불만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섹스를 한 번도 안한건 아니었다. 재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럼 대체 뭐란 말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쾌함, 초조함이 잔뜩 쌓여서 배 안에 꼬인 듯한 느낌이었다. 평소에 원만한 성격으로 멤버들의 트러블을 조정할 만큼 여유로운 퀼이었지만, 지금 그는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라 작은 것에도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이상한 노래를 틀어댔다. 이 미친 또라이자식아, 그만 좀 해! 참다못한 로켓이 소리를 버럭 지르며 직접 개량한 레이저 건을 꺼내들자, 퀼은 흉흉한 얼굴로 헬멧을 뒤집어썼다. 일촉즉발의 사태를 말린 건 그루트였고, 이 일을 계기로 멤버들은 퀼이 정말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에겐 해결책이 필요했다.
바로, 토니 스타크가.
토니는 마지막 서류철을 꼼꼼히 읽어보고 사인을 마친 다음, 의자에 푹 기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어벤져스 일부터 시작해서 회사 일에, 도무지 손을 뗄 수 없는 것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바람에 그는 오늘 하루종일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나마 토니의 안 좋은 습관을 알고 있는 페퍼나 스티브가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반강제로 뭔가를 먹인 덕분에 잠도 자지 않고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셔츠의 단추를 두어 개 푸르며 토니는 불현듯 우주에 떠 있을 금발의 철 없는 양아치 파트너를 머리에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벌써 세 달째 목소리도 못 들었군. 여자들하고 잘 놀고 있겠지. 마지막으로 봤던 진지한 얼굴을 생각하니 웃음부터 나왔다. 순간, 여러 개의 발소리가 문 근처에 다가왔다. 토니는 반사적으로 몸을 긴장시키며 수트를 부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콰앙! 문이 거칠게 열리고 나타난 얼굴들은... 맙소사. 우주의 친구들이었다.
"로켓? 그루트에, 드랙스까지? 뭐야, 왜 갑자기..."
"설명할 시간 없어, 스타크. 우린 아주 급하거든. 잠이나 자둬."
"무슨.... 윽."
로켓은 토니에게 마취총을 쏘았고 허를 찔린 그는 그대로 책상에 무너졌다. 이게 다 공공선을 위해서야, 스타크. 너도 휴가가는 셈 쳐. 의식을 잃어가던 토니에게 뭔가 들려온 것 같았지만 꿈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토니는 그대로 짐짝처럼 그루트에게 들려져서 우주로 향했다.
".....으으..."
토니는 묘하게 불편한 자세라고 생각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뭔가 단단한 것이 그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몸을 조금씩 뒤척이듯 움직이려고 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몇 번 눈을 깜박이며 수마를 쫓아내고 나서야, 그를 안고 있는 건 금발머리의 무언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퀼?" 가라앉은 목소리로 토니가 말했다. 미동도 않던 몸이 움찔 떨렸다.
"토니."
"이게 뭐야... 여기 우주야? 무슨 일이라도 났어?"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어디 행성이 멸망하기라도 한대? 왜 갑자기 납치같은 걸..."
"나한테 절대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아무리 상대가 우주 최고의 섹시미녀라고 해도."
토니는 눈썹을 찡그리며 퀼의 동그란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얘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내가 잠이 덜 깼나? 아니면 이게 꿈 속인가? 토니는 살짝 입술을 씹어보았다. 치아의 감촉이 생생했다. 꿈이 아닌 것 같은데. 토니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기로 했다.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봐, 피터 제이슨 퀼. 잠꼬대 그만 하고." 퀼이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들어 토니를 올려다보았다. 푸른 눈에는 원망과 애정, 혼란스러움이 뒤섞여 일렁이고 있었다. 덩달아 토니도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때문이라니?"
"지금 말하면 제대로 안 나올 것 같아서 싫어."
기실 토니의 인내심이란 아주 얇은 종이조각에 비유되곤 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잖아, 피터. 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지금도-" "보고 싶었어." 말 끝을 잘라먹고 튀어나온 대답에 토니의 입이 경악으로 쩍 벌어졌다.
"....뭐라고?"
"보고 싶었어, 토니 스타크. 빌어먹을. 당신이 보고 싶었단 말이야. 나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랬다고. 이제 시원해?"
퀼은 말을 마치고 숫제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잔뜩 억울하고 분한 얼굴로 토니를 바라보았다.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에 토니는 비틀거리고 싶었으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있는 퀼의 팔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늘상 둘이 주고받는 그런 보고싶었다는 단어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언론에 노출되어온 천재는 사람의 말 속에 숨겨진 거짓을 파악하는 기술에 능통한 만큼, 감정이나 어떠한 변화에도 무척 민감했다. 언제나 온 우주를 돌며 하반신을 휘두르고 다니던 이 나이 어린 난봉꾼이 진심을 던진 것이었다. 토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당장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금발의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퀼이 한숨을 내쉬었다.
"....할래?"
평소의 토니라면 절대 내뱉지 않을 지리멸렬한 대사였지만 지금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지치고, 피곤하고, 또 반쯤 정상이 아닌 상태였다. 특히나 퀼은 토니의 온도와 체향에 잔뜩 파묻혀서 이제야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있었다. 대답 대신 입술이 찾아들어오는 걸 느끼며 토니는 푸스스 웃었다. 이 강아지를 어떻게 할 지는 좀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
제목은 Lady Gaga - Bad Romance 에서 따왔습니다. 이 노래 토니가 부르면 어울리지 않나요? 딱인듯
그리고 소재는 탱고님으로부터. 원고하느라 바쁘신 탱고님께 바칩니다. 흐흑 넘 모자란 연성이라 죄송할따름..
여러분 퀼토니 파세요 (찡긋찡긋
사실 퀼은 우주로 납치된 이후로 자기 생일을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었다. 라바저들이 그런걸 신경써줄 리가 만무했고 (게다가 퀼은 잡아먹느니 어쩌니 하던 그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어렸던 퀼이 생존과 적응을 목표로 잡은 다음부터는 생일이란 그저 추억 속의 따스한 기억으로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퀼은 자신이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토니의 프라이빗 룸 소파에 앉아 있었다. 토니는 바쁜 사람이었고 가능하면 늘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 고개를 드는 섭섭한 감정마저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순 없었다.
"미안해, 대신 내일은 하루종일 비울게."
거기다 토니는 보기 드물게도 진심으로 눈썹을 늘어뜨리며 사과해왔다. 먼저 데이트 약속을 정해놓고도, 제 쪽에서 바람을 맞히게 된 상황에 토니는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토니 스타크가! 처음 사귈때만 해도 퀼이 먼저 적극적으로 들이대며 우주 무법자(그것도 연하)를 사귀는 것에 회의적이고 시큰둥했던 토니에게 정말, 열정적으로 어필한 덕분에 축 연인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퀼은 아주 조금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내 층에서 조금만 기다려. 저녁엔 갈게. 아니, 자정 전까진 꼭 들어가 볼테니까."
"알았어요, 토니. 나도 한동안 우주에 일정은 없으니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윽, 정말 가봐야겠군. 키스나 해."
타박하는 듯한 명령조에 퀼은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토니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도록 키스했다. "얌전히 있어야 돼, 자비스 말 잘 듣고." 무슨 어린애라도 하나 두고간다는 듯이 잔소리를 덧붙이던 토니가 금세 멀어졌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퀼은 축 처진 강아지마냥 풀이 죽은 얼굴로 그대로 주저앉아 멍하니 자비스가 틀어주는 영상을 바라보았다. 생일 같은 건 역시 별 의미 없는 날이지. 그는 천천히 눈이 감기거나 말거나 내버려두었다.
"맙소사, 얘 지금 자고 있는 거야?"
[중력 적응이 잘 안된다는 식으로 중얼거리신 것 같긴 합니다만.]
"누군 기다리게 한 것도 미안해서 수트 입고 날아왔더니... 일어나, 퀼."
"....으으음..."
몸을 뒤척이며 눈살을 찌푸릴 뿐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퀼을 내려다보며 토니가 한숨을 쉬곤 넥타이를 헐겁게 풀었다. 자정이 되기 1분 전인데, 이 태평한 연하 꼬맹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군. 지구 플레이보이의 기술이라도 보여 줄까? 토니는 잠깐 목을 다듬더니 이젠 엎드린 퀼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일어나, 피터."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퀼은 잠이 남아있던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완전히 정신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그는 눈을 몇 번 깜박이며 자신이 깨어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토니..?"
"그래, 잠꾸러기씨.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일어나. 자정 넘어버렸다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잠깐, 내가 계속 잤어요?"
"자비스 말로는 그랬다던데.. 영상 보다가 잠들고는 몇 번 뒤척이기만 했다고."
"와.... 세상에. 어쩐지 배가 너무 고프더라."
토니는 질렸다는 듯 피식 웃으며 퀼의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어뜨렸다. "무슨 겨울잠 자는 곰도 아니고, 사람이 시간 맞춰서 왔더니 말이야. 뭐 어쨌든 시간이 넘었어도 할 건 해야지." "침대로 가자고요?" 천진한 물음과 함께 자연스레 허리를 감싸오는 손을 토니가 찰싹 때렸다. "넌 그거 생각밖에 없어? 그 전에 다른 게 있잖아." 다른 거라니, 자신을 만나기 위해 헐레벌떡 귀가한 연인과 할 일이 섹스 말고 또 뭐가 있단 말인가? 퀼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있군. 아직 신선하네, 주문 제작한 보람이 있어. 자.. 불을 켜고."
"어? 케이크?"
"바보 같긴, 네 생일이잖아? 고마운 줄 알라고. 이런거 챙겨준 적 없었어. 난 내 생일도 가끔 잊어버리거든."
토니는 허리에 단단히 감긴 퀼의 팔을 풀기 위해 무던히 애썼으나, 곧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나란히 옆에 앉아 생일 축하곡을 불러 주었다.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dear.. Peter. Happy birthday to you!"
퀼은 토니의 약간 덤덤한 노랫말 속에 숨겨진 것을 놓치지 않았다. 피터. 한 번도, 심지어 침대에서 몸을 섞을 때도 불러준 적 없던 제 이름이었다.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토니의 입을 통해 듣고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간지럽고, 몸이 배배 꼬이고, 낯설지만 익숙한.. 그리고 따뜻한 느낌. 이제껏 다른 사람이 불렀을 때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이게 뭐지. 퀼은 초가 녹아가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멍하니 토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케이크 망치겠다, 빨리 꺼! 내가 불면....읍."
토니의 뒷 말은 이어지지 못한 채 그대로 퀼의 입 안으로 먹혀 들어갔다. 평소보다 더 뜨겁고, 열렬한 입맞춤이었다. 이 꼬맹이가 갑자기 왜 이러지? 토니는 널찍한 등을 슬슬 쓰다듬으며 급한 키스에 얌전히 응해 주었다. 그게 더 불을 붙였는지, 퀼은 아예 토니를 소파에 눕히고 한동안 입술을 떼지 않았다. (결국 숨이 막힌 토니가 등을 후려칠 때까지 말이다)
"후아, 하아... 하아.. 맙소사, 초가 거의 다 녹았잖아! 너 갑자기 왜..."
"사랑해요."
"....허어?"
토니는 이번에야말로 이게 미쳤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퀼을 올려다 보았다. 촛불의 빛이 일렁이는 얼굴에는 평소에 찾아보기 힘든 진중함이 어려 있었다. 아, 이거 위험하군. 토니는 이런 얼굴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청년의 얼굴이었다. 그것도 제법 진지하게. 여러 가지 이유로 속내를 감추는 것에 능했던 토니가 결코 퀼에게 들킨 적 없는 또 다른 얼굴이기도 했다. 너까지 이러면 우리는 이제 정말 큰일나는 건데. 토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서서히 차오르는 기쁨에 미소를 지었다. 퀼이 다시 한 번, 입술을 가볍게 부딪치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생일 축하해, 피터 제이슨 퀼. ...나도 그래."
퀼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토니를 와락 끌어안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반사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감던 토니가 불안한 예감을 느끼며 말했다. "잠깐, 너 촛불도 안 끄고.. 설마 아니겠지?" "난 그것보다 당신이 더 급해요. 지금 당장." 그러고는 바로 등을 돌려 침실로 척척 걸어가버리는 것이다. 토니는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 너 저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이 날을 위해서 특별히...!"
"케이크가 그렇게 먹고 싶으면 이따가 먹여줄게요. 물론 나도 먹을 거지만."
"너 지금 야한 생각 했지? 아, 타임! 나 피곤하단 말이야!"
"걱정 마요. 아침에 실컷 재워줄게요."
"사람이 말하면 좀 들어!!"
토니가 몸을 버둥거리며 외치거나 말거나, 퀼은 멈추는 일 없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잠시 후 침실의 문이 소리 없이 닫혔다.
=====================================================================
어제... 그러니까 2월 4일이 코믹스 기준이긴 해도 퀼 생일이라기에 원래는 어제 쓰려고 했지만
제 최애가수 마이클 부블레 공연에 다녀오느라 ㅋㅋㅋㅋ 끝나고 집에오니 시간도 넘고 졸리고 해서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만 어쨌든 썼으니 된거겠죠!!!! 하하 생일 축하해 피터~~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