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는 요즘 약간의 스트레스와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좋은 일이 안 좋은 일이기도 하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시커먼 남자들사이에 끼어 있다는 게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토니! 뭐 해요. 숙제? 연구?"
"잘 아네. 숙제 중이야. 오늘 캡틴이 가지러 올 거거든."

음흠? 캡틴이라는 말에 퀼의 고개가 조금 신경질적으로 기울어졌다. 아,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토니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담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캡틴- 스티브는 한 시간 이내로 도착할 것 같다는 연락을 준 상태라, 말을 안 하는 쪽이 나중에 더 괴로웠다. (내가 너같이 한창때인 줄 알아? 그만 좀, 아, 너 진짜... 흐응!) 

"요즘 너무 자주오는 거 아닌가? 거긴 뭐 할일도 없대요?"
"안 도와주면 쳐들어오겠다는데 어쩌겠어."
"흐음. 의외로 쉴드라는 집단이 무능한 모양이네."
"부정하긴 힘들군. 그런데.. 왜 이렇게 달라붙어?"
"좋아서 그래요. 뭐 이유가 있나."

질투하는건 아니고? 토니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도로 삼켰다.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 오늘은 스티브를 최대한 빨리 돌려보낸 다음 트레이닝 스케줄을 잡아서 퀼을 잠시 떨어뜨려 놓을 것이다. 안 그러면 그의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다. [Mr. Rogers의 방문입니다.] 자비스의 알림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바쁜데 미안하군, 토니.. ....그리고 스타로드."
"헤이 캡틴, 좋은 오후죠? 자주 보니 반갑네요."

퀼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스티브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손으로는 토니의 허리를 붙든 채로. 스티브는 잠시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었지만 곧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걸 깨닫고 애써 평온을 유지하며 손을 마주 잡았다. 두 남자의 손이 굳은 악수를 나눴다. 다 좋은데 난 빼고 해. 토니는 속으로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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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롱거로 쓴 단문입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저씨랑 프랫 포옹짤보고 퀼토니 뻐렁...

by 치우타 2015. 1. 1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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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와 토니가 뉴욕사건 후 제법 길었던 신경전을 끝내고 마침내 사귀기 시작했을 때, 둘 사이엔 여러 가지 문제와 차이점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스킨쉽이었다. 특히 키스.


"..으읍... 응..! 읍! ...푸하, 잠깐, 잠깐만 스티브.. 스톱!"

"...후우... 토니..? 갑자기 왜 그래?"

"기분나빠하지 말고 들어. 당신 키스 몇 번 안해봤지?"


 토니는 최대한 인상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스티브에게 질문을 던졌다. 듣자마자 스티브는 얼굴을 조금 구기더니 곧 살짝 붉혔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거 참 혼자서도 잘 하네. 토니는 팔짱을 끼고 얌전히 대답을 기다렸다.


 "그... 으음. 당시엔 전시였고, 알다시피 그럴만한 기회는 별로 없었어."

 "경험이 거의 없다는 거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스티브는 뭔가 떨떠름한 얼굴로 토니의 말에 수긍했다. 좋은 분위기에서 키스를 나누다 갑자기 스톱이라고 외치길래 중요한 이야기라도 하는가 싶었더니... 무드가 호로록 저 멀리로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내가 물어본 건... 당신이 너무 키스를 못해서 그랬어.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아니, 사과할 것까진.... 뭐? 내가 키스를 못한다고?" 

 "그래. 왠만하면 이런 이야긴 안 하는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못해. 스티브."


 스티브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고, 입이 쩍 벌어졌다. 사실 자신은 토니에 비해 연애경험도 없는거나 마찬가지였고, 깨어난 다음엔 세상이 위험하다며 임무에 내몰려 뛰어다니기 바빴다. 뉴욕 사건이 정리되고 나서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자잘한 일들 때문에 바빠서 누군가를 만날 여유도 없었으며 토니와 으르릉거리다가 이런 사이가 될 줄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키스를 못한다니! 그것도 직접 연인의 입으로 듣다니!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스티브. 당신 지금 뭔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이런 건 연습하면 좋아져."

 "연습...?"

 "그래. 솔직히 늘 현역으로 지냈던 나랑(이 시점에서 스티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군인으로 나라 지키다 얼어붙었는데 녹자마자 또 지구 방위대나 하고 있으니 누구랑 만나도 키스할 짬이나 있었겠어? 당신 천천히 진행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뭐 그럴 수도 있지. 난 충분히 이해해. 연습을 해 보자고. 당신은 뛰어난 학생이라 금방 될거야."


 토니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스티브를 가까이 불러들였다. "키스는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첫 스타트를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중요해. 잠이 확 깨느냐, 나른하게 침대로 가고싶어지느냐로 갈리거든." 토니가 느긋하게 스티브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스티브는 벌써부터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뛰는걸 느끼며 괜시리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잘 봐. ...이렇게... 천천히 입술을 붙이고..." 

 "으음..."


 배우는 데엔 실전이 최고지. 토니는 입술이 맞닿은채로 조그맣게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눈을 감으며 키스를 시도했다. 살살 부비면서 슬금슬금 허락을 구하듯 혀로 핥아오는 움직임에 스티브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벌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침범해온 말캉하고 축축한 혀가 치열과 천장을 조심스럽게 건드리고, 스티브의 혀에 닿자 유혹하듯 몸을 뒤로 뺐다. 안달이 난 스티브가 쫓아가서 붙잡고 얽어올리자 콧소리가 새었다. 흐응, 응... 아까보다 훨씬 듣기 좋고 달콤한 울림이었다. 토니가 천천히 그를 잡아당겨 침대로 이끌었고, 스티브는 얌전히 그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후으.. 어때. 처음 치고는 잘 따라왔는데, 귀염둥이."

 "....맙소사.. 언제 침대로 온 건가?"

 "이런 게 키스라는 거야. 얼음덩이 초보씨. 그래도 금방 잘하겠어.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토니가 눈을 찡긋하며 야릇한 손길로 셔츠 위를 더듬었다. 스티브는 뜨거운 숨을 내쉬며 토니를 그대로 밀어 눕혔다.


 "그럼 오늘 밤에도 많이 가르쳐 주겠나? 배울 게 많을 것 같거든."

 "오, 물론이지. 난 아주 끝내주는 선생님이잖아? 얼른 덤벼, 허니."


 잘 생긴 스티브의 얼굴에 짙은 욕망이 떠오르는 걸 보며, 토니는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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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어벤 후~윈솔 이전입니다. 괜히 스티브한테 키스 가르치는 토니가 보고 싶어서...

by 치우타 2015. 1. 10.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