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산업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첨단 기술을 이끄는 기업이 된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후계자인 토니 스타크는 오메가로 태어나 일찍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으나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았다. 누구나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형질인 알파, 베타, 오메가는 무조건 유전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발현 또한 사람마다 달랐다. 또한 그 중에서도 아이를 가질 수 있고, 그 때문에 후대를 이어갈 수 있는 오메가는 알파나 베타보다 상대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정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토니의 경우 이미 부유한 재산과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있던 덕분에 몇 대째 스타크 가문을 모시고 있는 충실한 집사의 보살핌 아래 매력적으로 성장했다. 모든 걸 소유한 것처럼 보이는 토니였으나 그에게도 오랜 고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연애 문제였다.
문란하다거나 사고를 쳤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토니는 자신의 형질에 대해 일찌감치 확실하게 숙지한 상태였으므로 안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섹스하지 않았고 가끔 술에 취해 정신없이 뒹굴 때도 아무렇게나 몸을 내던지지는 않았다(사실 이것은 집사의 오랜 노력 덕분에 이룩해낸 성과들 중 하나였다). 토니가 이번엔 누구와 잤다느니 알파 베타 오메가를 가리지 않는다느니 하는 수군거림이 끊임없이 떠돌았지만 그 중에 사실로 밝혀진 것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그렇다면 대체 연애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하면, 사귀어 온 상대들의 질이 나빴다.
주로 가벼운 만남을 선호했던 토니였지만 여럿을 만나다 보면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고, 조금씩 자주 마주치고 감정이 쌓이고 하는 사이에 사귀게 되곤 했다. 게다가 토니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0대 중반인 지금 돈 많은 플레이보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생기면 꽤 신실하게 마음을 주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늘 문제는, 상대방이 그런 토니의 진심에 기뻐하고, 감동하다가 이내 집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꼬여갔다.
처음 사귀었던 한 청년은 성실하게 학교를 다닌 우등생이고 집안도 괜찮았으며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했으나, 토니에게 집착하고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스토킹까지 하는 바람에 고소되었다. 다음에 사귄 사람은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는데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았지만 토니와 만나면서 점차 파티에 참석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토니에게도 그런 자리에 나가지 말라고 강요했다. 그 다음에 만난 사람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어떤 카페의 귀여운 아르바이트 아가씨였고, 토니와 사귀게 된 지 한 달 만에 사람을 시켜 토니를 미행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이 드러나서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령을 받았다.
“자비스. 아무래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아닙니다, 도련님. 우연히 나쁜 상대를 만나셨던 것뿐입니다.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만나는 족족...”
끝이 안 좋잖아. 토니는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에 엎어졌다. 자세 나빠지십니다. 집사의 가벼운 타박이 머리 위로 떨어졌지만 그 속에는 다정함이 담겨져 있었다. 정말 연애를 그만두는 게 좋을까... 이전처럼 원나잇이나 신나게 하고 다니면 훨씬 편할 텐데. 하지만 그걸로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난 다음이었기에, 그저 일시적인 방황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만나는 건 어떻습니까?”
“소개? 그것도 믿을 만한 게 못 되잖아.”
“젊은이들 파티에서 만나시거나,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카페에서 만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그거 지금 나 저격하는 거지?”
“그렇게 들렸습니까? 자자, 얼른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군요. 군 장성 파티에 참가하셔야죠.”
자비스는 짐짓 못 들은 체하며 토니를 일으켜 세우고는 드레스 룸으로 향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중요한 고객들이기도 한 군 관계자들의 파티가 바로 오늘 저녁에 있었다. 토니는 시커먼 아저씨와 할아버지만 잔뜩 있어서 가기 싫다고 투덜거렸지만, 막상 깔끔하고 세련되게 차려입고 나자 금세 젊은 사장님마냥 의젓해졌다. 자비스는 토니의 나비넥타이를 마지막으로 정리해 주었다.
“정 싫으시면 12시 땡 하기 전에 돌아오셔도 됩니다. 대신 장군들과 인사는 나누시고 나서.”
“좋아, 알았어. 늦어지거나 다른 일 생기면 연락할게. 없을 것 같지만.”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토니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차에 올라탔다. 회사의 지분을 물려받고 개발자 겸 CEO로서 군인들의 파티에 참여한 지는 꽤 오래 됐지만 매번 적응이 되질 않았다. 군 관계자들 중엔 알파가 제법 많아서였기도 했지만(온통 내가 더 잘났다고 페로몬들을 뿌려대는 통에 토니는 일부러 억제제를 먹고 패치까지 붙인 채 참석하곤 했다), 그 중 몇몇은 탐욕스런 눈빛으로 토니를 힐끔거리거나 노골적으로 훑어봤기에 오래 있을수록 기분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게 이 파티의 정해진 코스나 다름없었다. 이에 대한 토니 나름의 대처법은 인사를 대충 끝내고 술을 진탕 마시거나 마신 척 한 다음 그의 베타 운전사인 해피를 불러 자택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일부러 호르몬 영향을 받지 않는 베타를 뽑은 것도 있지만 해피는 자비스가 직접 추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서 토니를 보좌하고 다녔다.
“오, 저기 오는군. 어서 오게, 스타크.”
“와 계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토니가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근처에 서 있던 장군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맞이했다. 제멋대로에 권위적인 군인들 중에서 그나마 상식적이고 나라에 충성하는, 뼛속까지 정통 군인인 사람이었다. 평소에는 보좌하는 사관 한 명만 데리고 다니는데, 오늘은 왠 금발의 덩치 좋은 사내가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그 뒤에 서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토니는 머릿 속의 짧은 리스트를 뒤져 보았지만 애초에 사람 얼굴이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그에게 그건 아주 형편없는 시도였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는 처음 보겠군. 소개하지, 스티븐 그랜트 로저스 대위라네. 이런 정치적인 자리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늘 내가 자네에게 인사시켜 주고 싶어서 데리고 왔어.”
“안녕하십니까, 스타크 씨.”
“안녕하세요. 와우, 미남 대위님이시군요. 인기가 많으시겠는데?”
장군의 소개에 금발의 사내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왔다. 딱 겉으로만 보기에도 우성 알파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체격이 좋은 사람이었기에 토니는 아닌 척 하며 손을 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크고 단정한 손이 눈앞에 드밀어진 순간 홀린 듯 마주잡고 있었다. 코 끝에 기분 좋은 냄새가 스쳤다. 칭찬으로 입술을 놀리면서도 토니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팔 안쪽을 더듬어 패치를 확인했다. 잘 붙어 있는데. 스티브가 빙긋 웃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외모만 보고 다가왔다가 재미없다고 금세 흥미들을 잃더군요.”
“저런. 다들 대위님의 진면목을 모르는 모양이네요.”
“자, 그럼 둘이 인사도 나누었으니 안쪽으로 가서 마저 이야기하세.”
장군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웃으며 토니와 스티브를 데리고 중앙 홀로 향했다. 파티 내내 스티브는 다른 장성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정중한 태도로 대했지만, 이상하게 토니의 근처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한창 국방장관 및 기타 기관의 수장들과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던 토니가 그걸 알아챈 것은 꽤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장군은 어느새 저만치에서 다른 이들과 대화 중이었다.
“안 가보셔도 되겠습니까?”
토니가 샴페인 잔을 홀짝이며 스티브를 바라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장난꾸러기처럼 웃어보였다. 어차피 저는 정치에 소질이 없어서, 장군님 옆에 있어도 민폐가 되거든요.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휘감기듯이 들려왔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같은데. 토니는 샴페인이 오늘따라 유난히 달다고 생각하며 잔을 내려놓았다. 스티브는 아직도 토니 옆에 서 있었다. 확실해. 마음을 정한 토니는 파티를 빠져나갈 좋은 핑계가 생겼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핸드폰을 꺼내 다이얼을 눌렀다.
“아, 해피. 정문으로 나와. 아니, 오늘은 다른 데 들릴 거야. 그래.”
“벌써 가시는 겁니까?”
스티브는 통화 내용을 듣기라도 한 듯, 서운한 얼굴을 했다. 토니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한 방을 날리기 위해 일부러 유혹적으로 웃었다. 스티브의 눈빛이 착 가라앉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빙고.
“가야죠. 여기 말고, 더 좋은 곳을 알고 있거든요. 어떻습니까? 캡틴 로저스.”
“기꺼이 그 초대, 받아들이겠습니다.”
때마침 해피가 차를 몰고 와서 미끄러지듯 둘의 앞에 멈추어 섰다. 토니보다 빨리 스티브가 차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먼저 타시죠. 배려하는 듯한 행동에 토니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차에 올라탔고, 뒤이어 스티브가 자리에 앉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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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귤자님이 썰로 저를 낚으사 미끼를 물고 파닥이는 제가 있으매..... (눈물범벅
다음편이 나올지 안나올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19금은 쓰고싶네요 이러쿵 저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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