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el Cinematic Universe 

Steve/Tony

Alternative Universe

Writing material by 귤자님


Lion, Man, and Love.



거의 혼비백산한 얼굴로 캠프에 뛰어들어온 토니를 본 동료들은 모두 한달음에 달려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고, 그가 다친 곳이 없는지를 확인했으며, 시원한 물과 간단한 식사를 챙겨 주었다. 토니는 드물게 패닉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멍하니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안전한 위치의 캠프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나자 그는 드디어 진정할 수 있었다. 토니는 천천히 목을 가다듬고는 최근 가까워진 사자들의 이야기와, 자꾸만 들이대는 새끼 사자며 어미 사자에 대한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풀어놓았다. 그들은 잠시 묘한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고 그 중 리더인 퀼이 장난꾸러기같은 미소를 짓고는 토니에게 다가왔다. 



"새끼 사자가 자꾸 들이대는데 어미 사자가 데리고 가면서 머리를 부비고 갔다고?"

"그래, 입에 시뻘겋게 피칠을 해서는...."

"축하해 토니. 당신은 지금 엄청난 혜택을 얻은 거야."



토니는 지금 자신이 뭘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혜택?"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하고 있군. 보통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들은 무척 위험해서, 알다시피 새끼들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게 좋아. 그런데 토니, 당신한테 새끼 사자가 먼저 왔고 두 번이나 어미가 그냥 넘어갔잖아?"

"그랬....지. 그랬었어. 난 운이 좋다고만-"

"아무리 운이 좋아도 두 번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어미 사자가 당신한테 친근한 의사표현을 했다는 건 공격하지 않겠다는 거고, 나아가서 새끼랑 같이 놀아도 된다고 허락한 거야."



퀼은 말을 마치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러니까 엄청난 혜택이라고 한 거고. 우리는 지금까지 운 좋은 사진가나 프로젝트 팀 이야기만 들었는데 이번에 직접 팀원이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군. 잘 지내봐, 토니. 넉살 좋은 미소로 토닥여오는 퀼의 얼굴에는 완전 신난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젊지만 노련한 생존방법과 좋은 스텝들의 지원으로 리더 자리에 오른 그는 모두에게 늘 이 일을 위험 속의 행복이라고 가르치며 즐기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토니는 다음날 아침해가 뜨는 시간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한참을 뒤척였다.



퀭한 얼굴로 사진기와 물통, 기타 중요물품을 챙겨서 캠프를 나선 토니는 피곤해서 반쯤 죽을 것 같았지만 몸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 집에서 혼자 틀어박혀서 이것저것 조합하고 실험하다가 밤을 샌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 동안 자비스가 그를 잘 거둬먹였던(?) 덕분이 더 컸을 것이다. 내가 집사 하나는 정말 잘 뒀지. 늘 사진을 찍는 그 장소에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딛던 토니는 불시의 습격을 받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아옹!"

"....아 미친 깜짝이야! 내가 네 사냥감이냐, 왜 이렇게 놀래켜? 심장 마비로 죽겠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째 그를 즐겁고 괴롭게 만들었던 새끼 사자였다. 아직 어려서 큰 타격은 없었지만 살금살금 걸어가던 토니를 놀라게 하는 데엔 충분했다. 토니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소리를 꽥 지를 뻔 했으나 그 동안 엄격하게 받았던 훈련 및 연습이 있었기에 간신히 목소리를 낮추고 새끼 사자를 꾸짖었다.



"....아옹... 갸릉...."



동물과 말을 통하는 재주는 없는 그였지만 이 새끼 사자는 묘하게 눈치가 빨라서, 토니가 화를 내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귀를 착 눕힌 채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전에도, 그 전전에도! 사람에겐 가차없이 구는 토니였으나 어린 새끼 상대로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항복의 표시로 두 손을 들었다.



"그래, 알았어. 화 안 낼테니까 그런 표정으로 울지 마."



새끼 사자는 이번에도 토니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금세 기쁜 표정을 지으며 꼬리로 탁탁 허벅지 부근을 쳐댔다. 그러고보니 어미가 혜택을 줬다고 했지. 점점 자신 쪽으로 들이대기 시작하는 새끼 사자를 보며 토니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한 번 해볼까. 밑져야 본전인데.



"이리 와 봐."



처음으로 토니가 새끼 사자를 피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까딱였다. 새끼 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엄청난 속도로 토니의 품에 들이받을 기세로 다이빙했다. (아 좀! 네 힘을 생각해 이 작은 덩치야!) 흉골이 약간 욱신거렸지만 그래봤자 아직 어린 털뭉치가 달려든 것 밖에 안 되서 뼈에 문제가 생긴것 같지는 않았다. 토니는 안도하며 기분 좋은 듯 그릉거리는 새끼 사자를 살살 쓰다듬었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들처럼 부드러운 갈기는 아니었지만, 손가락 끝에 닿는 감촉은 제법 괜찮았다. 안정감을 느끼는지 새끼 사자는 토니의 품에서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넌 내가 어떤 인간인 줄 알고 이렇게 마음을 푹 놓는 거야? 야생의 맹수, 사자라는 녀석이...."

"......그르릉.... 그릉..."

"태평하구만...."



내 평생 살면서 사자가 골골거리는 걸 들으면서 졸게 될 줄은 몰랐지. 토니도 새끼 사자에게 전염된 것처럼 하품을 했다. 이대로 자면 위험할텐데... 피로와 나른함이 몸을 덮치는 걸 느끼며 본능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토니는 거의 바닥을 기듯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름 안전한 야외용 잠자리에 안착했다. 조금만 자고 일어나도 되겠지. 조금만- 


토니의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한 마리의 새끼 사자와, 예민한 사진가는 그렇게 꿀맛같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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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토니가 스티브를 만졌습니다! 아 감개무량하네요 아직 이름도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솔직히 누가 사자를 보고 이름 생각을 하겠습니까 저게 날 먹을까 아닐까에 대한 고민을 하면 몰라도.... 너무 오랜만이라 좀 죄송스럽기도 하고, 슬슬 더 귀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게 될 텐데... 사실 새끼들은 금방 자라니까요 ㅋㅋㅋㅋ 그럼 다음에 또!

by 치우타 2014. 8. 25.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