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Marvel Cinematic Universe
Steve/Tony
Alternative Universe
Writing material by 귤자님
Lion, Man, and Love.
나무 위에서 선잠을 자고, 때론 목숨을 걸고 반쯤 자란 풀숲을 보호책 삼아 침낭에서 겨우겨우 잠을 청하며 사자 무리들과 함께 지낸 지 일주일 째. 드디어 사자들은 토니에 대한 경계를 어느 정도 푼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건 겉으로 보기에 그랬다는 의미로, 실제 그 무서운 맹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프로젝트 팀은 토니가 자연스럽게 무리 속에 녹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토니도 지친 얼굴로,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작업은 제법 순조로웠다. 더운 날씨에도 그럭저럭 적응했고 마른 먼지나 동물들의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딱 한 가지만 제외한다면.
"넌 대체.... 니네 엄마가 이번에야말로 날 죽일거야. 제발, 저리 좀 가. 응?"
토니는 반쯤 행복한, 나머지 반쯤은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발치에서 뒹굴고 있는 것을 내려다 보았다. 저 혼자 신이 난 듯 바지 밑단에 온통 털을 발라대며 갸르릉대고 있는 것은 얼마 전 토니가 물을 먹여준 새끼 사자였다. 다른 또래들에 비해 몸이 조금 말랐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이 녀석은 언제부터인가 토니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내리 사흘 정도를 시달리던 토니는 일부러 어제와 다른 자리, 또 다른 자리, 아예 냄새를 맡기 힘든 곳 등에 숨어 있어도 귀신같이 찾아내서는 바짓가랑이를 물어뜯으며 칭얼대는 바람에 토니는 다른 사자들이 쫓아올까봐 기함하며 도망가는 걸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이 새끼 사자는 토니가 옆에 있으면 만족한듯 갸릉거리며 한껏 애교를 피웠다.
눈 앞에 귀여운 새끼 사자가 나랑 놀아달라고 온갖 묘기를 선보이는데도 놀아줄 수 없다니, 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토니는 괴짜에다 기본적으로 마이웨이 스타일이라, 누가 뭐라고 해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성미였지만 여기는 야생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 남아프리카의 사바나였다. 좀 귀엽다고 이성을 잃고 새끼 사자를 만지작거렸다가 어미의 손에 처참하게... 토니는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휘휘 내젓고 카메라를 바로 잡았다. 오늘은 새끼 사자 무리와, 사냥을 다녀오는 어미 사자 무리를 각각 몇장씩 더 찍어야 했다.
가릉가릉. 셔터를 몇 번 누르지도 않았는데 새끼 사자가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며 토니의 운동화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 제발. 토니는 애써 그 울음소리를 무시하고 눈 앞의 광경에 집중했다. 새끼 사자들이 저마다 구르고 쫓으며 재미나게 노는 모습이 보였다. 찰칵 찰칵 찰칵, 셔터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고 토니는 점차 찍는 일에 빠져들어 갔다.
"갸오옹-"
새끼 사자는 몇 번 울어도 토니가 거들떠보지 않자, 좀 더 대담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토니는 자세를 고정하고 사진을 찍느라 무릎을 땅에 딛은 채 반쯤 꿇고 있었다. 새끼 사자는 토니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발톱을 세워 옷을 타고 무릎 위로 기어올라갔다. 아무리 어린 새끼라지만 애완 고양이들처럼 깎은 발톱이 아니기에, 토니는 뜨끔한 아픔을 느끼고 짧게 신음을 흘렸다.
"아얏, 어.. 어어..! 끙......너 정말....."
"갸옹, 그르릉...."
괜찮은 샷을 건졌다고 좋아하던 기쁨도 잠시, 아예 무릎 위로 올라온 새끼 사자 때문에 토니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라듯 쳐다보자 새끼 사자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고는, 토니를 올려다 보며 가냘프게 끙끙거렸다. 이거 다 알고 그러는 거 같은데. 동그란 눈망울이 화내지 말라는 듯이 쳐다보는데, 누가 화를 낼 수 있을까. 물론 날 때도 있겠지만. 토니는 그대로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너 지금 나한테 이러는 거 완전 고문이야. 알아? 모르겠지, 귀여운데 널 만지면 내 목숨은 이거라고 이거, 훅 간다니까?
.....아 그렇게 머리 들이대지 마! 안 만져줘! 못 만져줘! 에비!"
토니가 화를 못 낸다는 걸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새끼 사자는 금세 기세등등해져선 숫제 토니의 품에 머리를 들이대고 있었다. 이건 어느 동네의 신종 괴롭힘이지? 사바나인가? 이 녀석만인가? 토니는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애써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외면했다. 부모, 안되면 어미 사자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 새끼에게 손을 대는 건 그야말로 자살 행위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지고 싶다. 배 간지럽히고 싶다. 토니는 손이 근질거렸지만 마음 속으로 라이언 킹 주제곡을 부르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다 보니 사냥 갔던 암사자들이 돌아왔고, 새끼 사자의 어미는 식사를 하고 온 다음인지 입가에 피칠을 하고 자기 새끼를 데리러 토니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그 모습이 가히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토니는 숨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나 네 새끼 안 만졌어."
"...."
"진짜야. 손도 안 댔다고! 얘가 나한테 일방적으로 들이댄거야!"
"........"
이번엔 용감하게 자기 변호를 시도한 토니를 무감각한 표정으로 보던 어미 사자는 토니 무릎위에 있던 새끼 사자를 입으로 물어 데리고 갔다(이 과정에서 토니는 반쯤 졸도할 뻔 했고 새끼 사자는 토니 바지에 발톱으로 매달렸으나 결국 끌려갔다). 돌아가기 전에 어미 사자는 토니의 무릎에 머리를 한번 슥 부벼주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 버렸고, 남겨진 토니는 한참 동안 패닉에 빠져 있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하이에나 울음 소리에 퍼뜩 깨어 캠프로 허둥지둥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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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허락이 떨어졌다!
토니가 스티브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띠링띠링)
휴 저렇게 귀여운 생물이 애교 떨고 있는데 못 만지는 것도 진짜 고문이겠죠. 힘내라 토니.
사자 주제에 너무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원래 동물은 귀신같이 알아요. 누가 해꼬지할지 아닌지.
이제 좀 더 보들보들 귀여운 장면도 많이 쓰고.... 빨리 스티브 키워서 토니랑 살게 해주고 싶네요 으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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