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Marvel Cinematic Universe
Steve/Tony
Alternative Universe
Writing material by 귤자님
Lion, Man, and Love.
"....젠장, 사자들하고 친해지기 전에 더위에 쪄 죽겠네."
토니는 목에 걸친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랴부랴 제출했던 사진이 운좋게 뽑혀서 메인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건 무척 기쁜 일이었지만, 팀원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토니는 시원한 자신의 저택이 그리워졌다. 물론, 그들이 토니를 속인건 아니었다. 계약 초반에 프로젝트의 내용과 장소에 대해 설명했고 토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고 토니는 흔쾌히 승낙했다(사바나라니! 끝내주네, 거기가 자연 동물원이라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상상과 현실에는 제법 큰 차이가 있는 법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팀원들은 장기 프로젝트며 야생 동물들에는 초보인 토니에게 가장 중요한 수칙을 가르쳐 주었다.
'절대 그들을 자극하지 말고, 같은 무리처럼 자연스럽게 친해질 것'.
생김새도 냄새도 다른 토니를 모두 경계할 것이며, 조금이라도 위협이 느껴질 경우 바로 공격해 올 거라는 베테랑의 주의 및 조언에 토니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죽기밖에 더 하겠어. 정글에서 살아남은 적도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그리고 지금, 한 사자무리의 근처에서 토니는 위험한 맹수보다는 더위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쟤네들은 저렇게 털을 잔뜩 두르고 덥지도 않나... 보호수단이면서 생존전략이겠지만, 어우.."
사진기는 늘 손에 들고 만일을 대비한 마취총과 조명탄, 기타 구급물품을 상비한 채 사자들과 익숙해지기 놀이를 한 지 벌써 사흘째였지만 여전히 사자들은 그를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옷도 자연색에 맞추었고 숨도 눈치 봐가면서 쉬었으며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었건만 저 빌어먹을 동물들은 수틀리면 토니를 물어제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원한 게 내 인생의 실수였던건 아닐까? 토니는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는 카메라 렌즈로 사자들을 살피며,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땀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
토니는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무척 갸날픈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그 순간 다시 한 번 같은 소리가 들렸고, 환청이 아님을 확인한 토니는 근처 덤불을 천천히 헤치며 작은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보았다. 사자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1m 정도 주위를 쑤석거리자 드디어 자그마한 털뭉치가 시선에 들어왔다. 아직 어린 새끼가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너.... 아직 어린데, 엄마는 어디 있어? ....굉장히 마르고, 맙소사. 물이라도 마실래?"
알아들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입이 멋대로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토니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새끼의 입에 천천히 물을 흘려넣어 주었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끙끙거리던 새끼 사자는 혀를 내밀어 물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새끼들과 만나면 섣불리 손대지 말라던 팀장의 엄중한 경고를 떠올리면서 토니는 약간 거리를 두었다. 더운 날씨에 지치기라도 한 건지, 새끼 사자는 토니의 소중한 물통을 다 비우고 나자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리는 것 같았다.
"이게 오늘 최대 비축분이었는데.... 다시 돌아가서 가져와야겠군. 너 나중에 신세 갚아라."
토니는 투덜거리며 물병을 품에 갈무리했다. 어쩐지 옆 얼굴이 따가운 느낌이 들어 돌아보자, 새끼 사자가 토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귀여워 죽겠네. 만지고 싶은데 그랬다간 오늘로 내 인생 종치겠지. 참자 토니 스타크... 괜히 움찔거리는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토니는 애써 새끼로부터 눈을 돌렸다. 아예 여길 뜨는 게 낫지 않을까? 진작 그랬어야지! 하지만 그가 천천히 등을 돌리고 발걸음을 하나 떼자마자, 새끼가 처량맞게 울부짖었다. 갸오오옹.
"야, 난 느이 엄마 아냐. 왜 그렇게 울어? 누가 꼭 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용히 해."
토니가 황급히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새끼를 바라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새끼는 얌전해졌다. 뭐야 이거? 토니는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어 약간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얼굴을 보면서 발을 뒤로 빼서 물러났더니, 새끼는 숫제 하소연하듯 울어댔다. 이거 지금 나더러 가지 말라고 이러는 거지? 난 죽었다. 토니는 새하얗게 질렸다. [토니 스타크, 새끼 사자와 접촉하는 바람에 물어 뜯겨] [토니 스타크, 어이없는 죽음] [사바나의 안전, 이대로 좋은가?] 상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헤드라인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 사자는 이제 아예 토니의 발치로 다가와서 머리를 부비적대고 있었다. 하하... 인생이란 이렇게 허무한 거였군. 자비스 말이나 잘 들을걸. 석상처럼 굳어가는 토니의 등 뒤에서 이번엔 낮게 그르릉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언장 갱신하고 올 걸 그랬어. 토니는 신호탄이니 뭐니 하는 안전 수칙을 전부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고개를 돌렸다.
제법 덩치가 큰 암사자가 토니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토니와 발치의 새끼 사자를. 토니는 항복의 표시로 두 손을 들어보일까 싶었지만, 그랬다간 위협적인 행동으로 보일까봐 닥치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이봐, 내가 그런거 아냐. 네 새끼야? 얘가 나한테 먼저 들이댔다고. 가지말라고 크게 울어대고. 내가 뭘 어쩔 수 있었겠어? 응?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는 말은 목구멍 속으로 시시각각 사라져 갔다. 암사자는 잠시 코를 킁킁대더니 느릿하게 토니에게 걸어왔다.
아, 죽었구나.
눈을 질끈 감은 토니의 옆을 암사자는 가볍게 스쳐가더니 발치의 새끼를 입으로 물어 올렸다. 그러고는 꼬리로 토니를 툭툭 치고는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 버렸다. 새끼가 끙끙댔지만 암사자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살았어?"
토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기도 했지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온 몸을 감싸왔다. 암사자가 꼬리로 자신을 쳤을 때 이러다 공격당하는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 버린 것이다. 자비스한테 전화라도 해야겠어. 몇 분간의 안정을 취한 후, 토니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캠프 쪽으로 발을 옮겼다. 텅 빈 물통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
진도 지지리도 안 나가네요 드디어 스티브와의 첫 만남! 새끼 사자 스티브 ㅋㅋㅋㅋㅋㅋ 헤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