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지나가듯 누군가 물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블론디를 좋아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 이유? 글쎄. 화려하고 눈에 띄고 아름답고, 적절하게 눈 감는 순간을 알고 있잖아.

그렇다고 해서 이게 차별 발언은 아니지만. 블론디는 사랑스럽지. 발랄하고, 귀여워.

 

대체 그 말을 한 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또한 저대로 말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저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들과 문장을 끼워 맞춘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자신의 거실에서 완벽한 광경을 목도한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추어 섰다.

 

소파에 앉아 무릎 위에는 책을 올려둔 채로 잠들어 있는 남자는, 미국의 최초 히어로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라고도 불리는 캡틴 아메리카와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였다. 흐트러진 금발, 날렵한 콧날과 남자답지만 가지런한 속눈썹,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턱 선, 굳게 다물어진 입술. 쏟아지는 햇살 아래의 그는 절대적이면서도 영원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손을 대면 부스러져 없어질 것 같은, 지독하게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자신이 서 있는 곳과 그가 앉아 있는 장소는 빛과 그림자마냥 닿아있지만 결코 손 내밀어 잡을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토니는 호흡이 곤란한 천식 환자가 된 것처럼 황급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스티브.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무심코 손을 내밀어 목을 쓰다듬어 보았다. 성대는 멀쩡했다.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시도한다.

 

스티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를 대가로 지상에 올라선 인어공주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토니는 헛웃음을 지었다. 말을 할 수 없다면 남은 건 몸짓이나 행동뿐이다. 천천히,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 다가선다. 평소 같으면 기척을 귀신같이 

눈치채고도 남을 남자가 여적지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피곤하거나 꿈이 달콤하다는 이야기다. 토니는 조심스럽게 스티브의 머리카락으로 손을 뻗었다.

 

약간 거칠지만 손가락에 감겨오는 감촉은 다른 어떤 비단보다도 부드럽고 황홀했다. 이러다가 깨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과는 반대로 계속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마치 빛을 만지고 있는 기분이군. 토니는 갑자기 감상에 빠진 스스로를 비웃으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진짜 잘 생겼네. 70년이나 자고 있던 노인네 주제에. 연인에게 실례되는 발언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천성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토니?”

 

아차, 실수했군. 무심코 고개를 내리자 눈꺼풀 뒤에 감춰져 있던 맑은 푸른 눈이 의아함을 담고 응시해오고 있었다. 능숙하게 뻔뻔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을 떼려던 순간, 손목을 붙잡히고 만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던 거였는데. 토니는 미소를 유지한 채 머리를 고속으로 회전시켰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입술이 맞닿기 전까지는


남자의 키스는 갑작스러웠지만 정중하고 부드러웠으며 감미로웠다

단 한번의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토니를 그림 안으로 끌어들인 남자- 스티브 로저스는 아예 그를 품 안에 가두었다.

 


그리고, 멈춰있던 그림의 시간이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by 치우타 2012. 5. 22. 18:28
블로그 리뉴얼을 해봤습니다! 봄맞이로 :)

에릭찰스를 여전히 좋아하고 파고 있지만 이런저런 일도 있었고 좀 봄바람 불고 그러다가......
새로이 눈뜬, 이라기보다는 예전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급격하게 다른 커플링에 푹 빠졌네요.
해서 카테고리도 생겼고 ㅋㅋㅋㅋㅋ 아마 연성도 짬짬이 올라올 것 같아요.

연재중이던거는 지금 일단 휴재상태로 들어갔지만 이미 완결이 결정된 스토리라 손이 가면 바로 쓰겠습니다.
계획하던 것도 있었고, 다른 분하고 릴레이 쓸 것도 구상했는데 저도 그분도 많이 바빠지고 그래서 일단 잠정 정지상태?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ㅋㅋㅋ 하지만 이건 같이 쓰는분이 좀 여유가 생기면 쓸거에요. 구상은 다 해놨고 시동만 뙇! 걸면 되는 거라서... 게다가 무척 좋아하는 소재였기 때문에 안 쓸수가 없습니다. 타올라라 나의 심장! 영혼!!!

아무튼 좋네요. 4월 26일 빨리 와라. 그 전에 전 취직을... 좀 하고싶지만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올해 왜 이렇게 시련이..

by 치우타 2012. 3. 16. 22:15

About

이름 : ㅊㅇ

나이 : 2n세

취향 

- X-Men : 에릭찰스, 가끔 로건찰스
- Avengers : 스팁토니 (메인), 그 외 토니 오른쪽
- The Hobbit : 소린빌보(메인), 소린빌보킬리, 킬리빌보, 필리빌보킬리
- 유희왕 : 야미진, 요쥬, 잭유

따로 표기하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리버스 불가.
연성용 + 그 외 이런저런 생활잡담과 토크용 블로그. 취향존중과 스루를 미덕으로 삼고 있습니다. 




by 치우타 2012. 3. 16.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