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토니는 소코비아 사태 이후 조금 쉬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런 것 치고는 꽤나 자주- 1주일에 한 번은 꼭 어벤져스의 새로운 뉴욕 지부에 들렀다. 그렇다고 해서 닉 퓨리나 스티브를 만났다는 건 아니었다. 그의 친우인 제임스 로드 중령을 만난 것도 아니고, 토니가 만나러 온 상대는 바로 비전이었다. 이 사실을 아는 건 비전과 토니를 포함한 아주 소수의 인원들 뿐이었다. 방문 이유도 목적도 밝히지 않은 채 토니는 불규칙적인 일정으로 비전을 찾아와 잠시 머물다 가곤 했다.
비전은 스티브가 훈련시키고 있는 어벤져스의 새로운 멤버 중 한 명이었으므로, 토니는 늘 훈련 스케줄을 어떻게든 알아내서 비전이 혼자 있을 때를 노려 찾아왔다. 토니는 처음엔 비전에게 겉치레뿐인 인사나 그 특유의 호기심 넘치는 화법을 사용했지만 당사자인 비전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반응 자체가 무척 재미없다는) 걸 알아챈 다음부터는 그냥 혼자서 뭐라고 떠들다가 가곤 했다. 돌아가기 전에, 토니는 꼭 비전의 눈을 한참동안 들여다보고 갔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약간은 절박한 얼굴로. 때로는 서글픈 얼굴로. 또 언젠가는 체념한 얼굴로.
비전은 토니의 방문에 익숙해지면서 그가 짓는 표정들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토니 스타크,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만든 사람. 과연 그는 비전에게서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인피니티 젬에 관심이 있을 거라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가까운 이론이었지만 정작 토니는 비전의 이마 정중앙에 박혀 있는 보석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망토를 만지작대거나, 조잘거리거나, 말 없이 비전의 눈을 바라보는 것 외엔 특별한 게 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토니가 예의 그 아이 컨택 타임을 가졌을 때 그의 눈은 갑작스러운 슬픔으로 크게 흔들렸다. 비전이 거기에 의문을 떠올리기도 전에, 짙은 선글라스가 그린 헤이즐넛의 눈동자를 가린 탓에 그는 한동안 토니의 표정에 대해 생각했다.
"제게서, 무얼 찾고 있는 겁니까?"
하루는 비전이 드디어 질문을 던졌다. 토니는 허를 찔린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더니, 이내 씩 웃었다.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나 갈게. 나오지 마. 토니는 선글라스를 빙글빙글 돌리며 빠르게 등을 보이고 걸어가 버렸다. 차가 출발하는 소리에 비전은 문 앞으로 날아가 보았지만 이미 그 자리엔 흙먼지가 일렁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후 토니의 방문은 거짓말처럼 끊어졌다. 비전은 일주일을 변함없이 보내면서 규칙적인 일과 하나가 빠졌다고 생각했고 그게 바로 토니의 장난스러운 얼굴과 매력적인 목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왜 오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1주일, 2주일이 흘러갔다. 비전은 토니가 여전히 타워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스티브에게 간략히 외출을 보고하고 (장소가 어벤져스 타워라는 것에 스티브는 눈썹을 찡그리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토니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토니는 글래스를 들고 미니바에 기대서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대뜸 정면에서 날아들어온 비전을 보고 깜짝 놀란 나머지 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맙소사,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여긴 어떻게 왔어? 왜 왔어?"
"무언가를 찾으러 왔습니다."
"......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뭐야, 토니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2주만에 보는 미소였다. 비전은 이제야 제 일상이 제대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 없이 토니의 반짝이는 그린 헤이즐넛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가 그랬듯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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