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는 아주 어렸을 때, 강아지 한 마리를 키워본 적이 있었다. 집사였던 자비스 외엔 누구도 토니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만을 바라봐 줄 온기가 절실했다. 그래서 키우게 된 강아지는 토니의 바람대로 무척 그를 좋아했고, 어디에 가든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곤 했다. 아마 그렇게 몇 년을 더 키울수 있었다면 토니의 인생이 조금쯤은 더 좋아졌을지도 모른다. 차갑게 식어버린 강아지의 죽음에 슬퍼하는 토니를 위로해준 것은 오직 자비스 뿐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절대 동물을 기르지 않았다. 고양이는 알러지가 있어서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아마 내 인생에 더 이상 애완동물은 없겠지. 토니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의 앞에는 시무룩하게 귀를 내린 밝은 갈색 털의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약을 개발한 빌런한테 물어봐."

 "그러고 싶긴 한데 죽었잖아. 기분 나쁘게 청산가리나 쓰고."

 "토니, 여기서 불평하지 말고 캡틴이랑 내려가. 나 혼자 연구할 거야."


 배너는 토니의 등을 밀어 엘리베이터 안으로 쫓아냈다. 닫히는 문 너머로 토니가 인상을 팍 썼지만 하나도 안 무서웠다. 이내 조용해진 연구실엔 배너가 즐겨 듣는 클래식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스티브."
 

 토니가 부르자, 스티브는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이면서도 천천히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들었다. 리트리버 종에게는 무척 위화감이 느껴지는 푸른 눈동자엔 혼란이 가득했다. 이거 좀 귀엽네. 토니는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스티브는 기분이 좋은지 고개를 아예 토니의 허벅지에 얹고 눈을 감았다. 애인이 개가 되어버린 상황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생각이 나서, 토니는 가슴 한 켠이 뜨뜻해지는 걸 느꼈다.


 "당신이 원래대로 못 돌아와도 내가 키워줄게."

 

 드물게 토니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지만, 스티브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부비며 끙끙거렸다. 



 배너의 약이 완성되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고, 그 동안 토니는 개가 된 스티브와 목욕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원래대로 돌아온 스티브를 포옹하자마자 토니는 "우리 개 키울까? 골든 리트리버 귀여워." 라고 말했다가 질투에 불타는 캡틴 아메리카의 공세를 대낮부터 받아야만 했다고 한다.

by 치우타 2015. 5. 16.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