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를 포함한 어벤져스 멤버들이 타워로 입주한 이후, 퀼은 어쩐지 알게모르게 토니와의 시간을 방해받는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의외로 첫 스타트는 배너 박사였는데 토니와 연구니 뭐니 대화를 나누더니만 둘이 랩실에 콕 틀어박혀서 도무지 나올 줄을 몰랐다. 

 직접 찾아가서 은근히 나 외롭다는 뉘앙스의 말을 던져도 보았지만(배너는 다행히도 남 일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토니는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 퀼. 오래 안 걸릴 거야." 라는 말과 함께 그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고는 다시 홀로그램 화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대실패였다! 

 보통 퀼은 여유를 가질 줄 아는 쾌남이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대하는 상대로부터 이틀 이상 떨어져 있는 건 제법 괴로운 경험이었다. 그것도 같은 집에 있으면서. 사흘째 되는 저녁에 맛있는 샴페인과 음식을 가지고 마침내 토니가 그에게 돌아왔을 때, 퀼은 반쯤 풀죽은 얼굴을 한 채 시무룩한 상태로 소파에 드러누워 있었다. 

"헤이, 스위티. 왜 그렇게 널부러져 있어?"
"버림받은 강아지의 기분을 느껴보는 중이에요."
"음, 그래서 어떤데?"
"쓸쓸하고 외롭고.... 혼자인 기분이 드네요."
"그 동안 일을 다 미루고 있어서 그랬어. 이틀 반만에 끝낸 것도 너 때문이고."
".....진짜로?"
"정말로."

 토니가 웃으며 퀼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는 눈가엔 애정이 담겨 있어서, 퀼은 며칠간의 서운함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오늘밤은 안 놔줄건데." 팔을 잡아 끌어당기며 속삭이자 토니는 푸스스 웃었다. "언제는 놔 줬었나 뭐. 살살해. 내 나이를 생각하라고."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맞딯았다.

 그렇게 다시 달콤한 시간을 보내나 했더니 이번엔 나타샤가 토니를 찾아왔다. 정보를 우회해서 빼낼 때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달라는 거였는데, 토니는몇 가지 쓸모있는 기술을 그녀에게 가르쳤다. 예전같았다면 붉은 머리에 섹시한 스파이인 그녀가 퀼의 취향에 스트라이크 존이었겠지만, 지금은 토니 말곤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거와 별개로 눈은 즐거웠지만. (헤실대는 퀼을 토니가 매섭게 째려보았다)

"고마워요, 스타크. 이건 정말 유용하겠어."
"내 뒤통수 치는데엔 쓰지 마. 당신은 너무 똑똑해서 더 이상 안 가르쳐 줄 거야."

 토니가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유쾌하게 던지자, 나타샤는 의미심장하게 씩 웃어보였다.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퀼은 토니 근처를 맴돌며 대화를 엿들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음 날에는 호크아이, 바튼 요원이 무기 제작에 관한 요청을 하러 찾아왔다. 매서운 눈매를 가진 그가 처음 홀에 들어섰을 때 퀼은 무척 긴장했지만(이사할 당시 그는 임무 중이라 자리에 없었다), 토니를 보자마자 반갑게 풀어지는 걸 보며 안도함과 동시에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인지를 바쁘게 계산해 보았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로마노프 요원이랑 둘이 사귀는 사이일걸."
"어? 그래요?"
"둘 다 아닌 척 하지만 말이야."

 퀼은 어깨에 힘을 빼며 토니의 허리에 매달렸다. "난 또 뭔가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한테 너무 호의적이라.." 토니가 즐거운 듯이 낄낄 웃었다. "매 요원은 내 오랜 팬이거든." 

 희안하게도 퀼이 가장 경계하며 걱정하던 도전자이자 방해자인 스티브는 일주일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내 기우였나? 그는 간지럽다며 밀어내는 토니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by 치우타 2015. 1. 16.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