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Marvel Cinematic Universe
Steve/Tony
Alternative Universe
Writing material by 귤자님
Lion, Man, and Love.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 통칭 '토니 스타크' 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 사진작가였다. 그가 찍는 모든 사진은 매혹적이었으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한 채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넓은 주택과 별장, 클래식 카들을 소유하고 있었고 언제나 많은 여자들이 옆에 들끓었지만 스테디한 관계는 하나도 없었다. 또한 토니는 자신의 저택에 정말 가까운 이들 외엔 아무도 들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몇 번이고 파파라치나 방송사에서 그에 관해 취재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한 번도 성공할 수가 없었다 (그에겐 유능한 집사가 있었으므로)
"지겨워."
"뭐가 말씀이십니까?"
"방송사들, 파파라치들, 사람들 전부 다. 이젠 인물사진도 질렸어. 다른 게 없을까? 자비스."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고 좋아하셨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만..."
"그게 문제야! 처음엔 그야 재미있었지. 다들 아닌 척 하고 내 앞에 서서 한껏 자신을 뽐내려고 들지만,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순간 모든 환상이 무너지거든.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땐- 오. 충격적이었다고."
"어쩐지 별로 믿음이 안 가는 군요."
"....처음은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간에, 질렸어. 그들의 욕망을 보는 것도 나한테 지나친 관심을 들이대는 것도! 끔찍해."
고개를 저으며 과장된 몸짓으로 어깨까지 부르르 떠는 토니를 보고 자비스는 한숨을 쉬면서도 작게 웃었다. 그의 주인은 변덕스럽고, 까다로우며, 제멋대로에다, 30대에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철없이 굴 때가 있지만 사실은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주위 친구들에게 틱틱대지만 중요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줄 아는 모습이라던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미움을 사듯 얄밉게 구는 모습 등이 그랬다.
그리고 적당히 풍족한 집안에서 자라며 취미로 잡은 카메라가 직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토니였으나 점차 유명해지면서 원치 않는 허위 스캔들이나 협박, 지나친 관심과 압박에 시달려야 했고 그것은 점점 그로 하여금 인물 사진에서 학을 떼게 만들었던 것이다. 가끔은 사진 자체를 그만둬 버릴까 싶다가도, 서투르게 막 찍어댔던 옛날 사진들에 담긴 애정과 열정을 보고 나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사람 외에 다른 걸 찍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사람 말고 다른 거?"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시는 것도 좋고요. 동물 꽤 좋아하시잖아요."
".....음. 사람하고 달리 겉과 속이 같아서 참 친근하고 좋은 녀석들이지."
자비스는 토니 앞에 화면을 하나 띄워보였다. 자연과 동물 사진 및 다큐로 유명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프리랜서 사진작가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한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았으나 토니는 갑자기 마음이 동하는 걸 느끼고 잠시 멍한 얼굴로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언제까지지?"
"내일이 마감이군요."
"...뭐?!?!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맙소사, 시간도 없는데! 인물 포트폴리오 따위 쓰고싶지 않다고!"
"어차피 이 근처엔 새도 많고, 운이 좋으면 곰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난 이럴 때마다 네가 무서워, 자비스."
"칭찬으로 듣죠."
"장비 챙겨줘, 당장 나가야겠어. 앞으로 24시간도 채 안 남았는데 뭘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군."
토니는 허둥지둥 아무옷이나 골라 입으며 자비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충실한 그의 집사, 자비스는 언제 준비해둔 건지 완벽하게 식량과 물이 채워진 가방, 카메라 장비, 비상연락수단(핸드폰을 못 쓰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을 토니에게 냉큼 내밀었다. 끝내주게 유능하기는 해. 토니는 속으로 그가 지금 가진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임에 감사했다.
"다녀올게. 요새 또 몇몇이 어슬렁거리던데, 전기 담장 맛을 보여줘도 되고."
"그러다 고소 당하십니다."
"내가 이길걸. 이따 봐, 자비스! 행운을 빌어줘!"
당신에겐 필요 없을 겁니다. 바람처럼 뛰쳐나가는 토니의 등 뒤로 자비스가 들릴락말락하게 속삭이며 웃었다. 그 후에 토니가 어떤 것과 어떤 식으로 씨름하여 사진을 찍었는지, 무슨 사진을 냈는지는 생략하기로 한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토니는 마감 10분 전에 사진을 제출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사진은 응모된 작품들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선정되어, 메인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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