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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차

"빌보, 그러고 보니 몇 살이야?"

필리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빌보는 잠시 자신의 나이를 세어보았다.


"흠, 51 정도 된 것 같은데요. 아마 제대로 세었다면."

"뭐?! 그 정도 밖에 안 됐어? 나보다 연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킬리가 호들갑을 떨며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도 덩달아 팔짱을 끼고 동의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기, 숫자로는 그럴 지 몰라도 이건 수명의 문제기도 해서 내가 연상인 건 맞는 것 같은데요.... 빌보의 진심 어린 항의는

아무래도 그들의 귀에 잘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삼촌이......"      "솔직히 꽤 차이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필리, 킬리. 이번엔 또 뭘로 빌보를 괴롭히고 있는 거냐."

"너무해요, 삼촌! 우리가 언제 괴롭혔다고!"     "맞아요, 지난 번엔 그냥 산책간다기에 혼자 보내는 게 걱정되서-"

"내가 분명 오늘 오후까지 마쳐야 할 숙제를 낸 걸로 기억하는데."


소린의 낮고 진중한 어투에 둘은 흠칫 몸을 떨고는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잊은게 있었지,

이따 봐요 삼촌! 발빠르게도 다음에 이어질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그들은 발을 굴러 순식간에 소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두린의 혈통이 저렇게 재바르지 모해서야 , 앞날이 걱정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지?"

"그냥 나이에 대해서.. 제가 그 둘보다 어리다로 난리던걸요."


빌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소린은 잠시 조카들의 나이를 떠올리듯 손가락을 꼽아 보더니, 꽤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몇 살이었나?"

"제대로 세었다면 51.... 우리가 여행한 시간들이 있고 하니 이젠 52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순간 소린은 목이 졸린 듯한 소리를 내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에 놀란 빌보가 그의 등을 토닥였지만, 기침은 한참이나 멎질 않았다. 그리고 오후에 조카들을 만난 소린은 그들에게 빌보와의 화제에 대해 일체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2. 수염


입술이 맞닿고, 뜨거운 호흡과 말캉한 혀가 서로의 입안을 드나드는 질척하고 깊은 키스가 한동안은 두 사람의 전부였다.

점차 숨이 가빠지는 걸 느낀 빌보가 소린의 어깨를 두드려 멈추기 직전까지는, 좀처럼 이 애정어린 행위가 끝나지 않을 정도로 드워프의 왕은 그의 사랑스런 호빗과의 키스를 즐겼다.


"이러다가... 내 폐활량이 줄어들겠어요."

"그 반대일 것 같은데."

"애써 담아둬도 당신이 다 빼앗아 가잖아요."


원망스러운 듯이 시선을 흘기면서도 빌보는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굳이 입밖에 내어 표현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도 소린과의 키스를 상당히 좋아했다.


"그러고보니.. 신기하네요."

"....? 뭐가 말이지?"

"지금까지 한 번도 당신 수염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다는 게 말이죠."


빌보는 조심스럽게 소린의 짧은 (다른 드워프들에 비해서는) 수염을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었다.

드워프들에게 있어서 수염은 상징적인 것이기 때문에, 설령 그가 연인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더라도 함부로 그에 대해 언급하거나 만지는 것은 실례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키스의 여운을 음미하면서 장난스럽게 매만지는 정도라면 그의 왕은 너그러이 봐 주었다.


"어설프게 다듬으면 길이에 상관없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야. 내가 실력이 좋은 거지."

"오. 그렇게까지 말하면 한 번쯤 보고 싶은걸요."

"나중에. 오늘은 조금 급한 일이 있어."

"공무는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빌보의 말이 채 이어질 수 없었던 것은, 거칠지만 다정한 손길이 그의 셔츠 속으로 파고들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by 치우타 2013. 12. 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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